죽음에서 생명으로(레 14:1-57)

죽음에서 생명으로(레 14:1-57)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12

김선종 교수
2019년 10월 25일(금) 00:00
레위기 14장은 3주 동안 제사장이 피부병 환자를 관찰한 다음에 피부병이 퍼지지 않아서 나은 것으로 판명된 사람을 진영으로 돌아오게 하는 절차를 다룬다. 깨끗하게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살아 있는 정한 새 두 마리, 백향목 가지, 홍색 털실 한 뭉치, 우슬초 한 포기를 제사장에게 가져온다. 백향목은 힘을 상징하여, 귀신을 물리치는 데 사용되었다. 붉은 색실은 새로운 생명력을 뜻한다. 우슬초로 번역된 히솝은 정결 의식에 사용하는 향기로운 풀로(출 12:22), 다윗이 밧새바를 범한 다음에 회개하며 불렀던 탄식시에도 나온다(시 51:7). 다음으로 새 한 마리를 죽여 질그릇에 담게 하고, 살아 있는 새를 죽인 새의 피에 담근다. 그러고 나서 깨끗하게 될 사람에게 피를 일곱 번 뿌린 다음에 정하다고 선언한다. 죽은 새의 피를 묻힌 살아 있는 새는 들판으로 날려 보낸다. 새는 16장에서 사람이 지은 죄를 짊어지고 광야로 나아가는 아사셀 속죄 염소처럼 사람의 병과 부정함을 지니고 날아간다. 환자는 옷을 빨고, 털을 밀고, 목욕하고 진에 들어와 1주일 동안 장막 밖에서 살아야 한다(8). 일곱째 날에는 털을 모두 민다. 깨끗하게 될 사람은 팔일 째 날에 흠 없는 숫양 두 마리와 흠 없는 1년 된 어린 암양 한 마리를 끌고 온다. 소제로는 기름 섞은 고운 밀가루 3/10에바, 기름 한 록을 가져온다. 록은 무게를 재는 단위로 약 0.3리터에 해당한다. 제사장은 숫양 한 마리를 속건제물로 기름 0.3리터와 함께 요제로 흔들어 바친다(12). 요제는 흔들어 바치는 제사를 뜻하는데, 제단을 향하여 흔들고, 백성을 향하여 흔들어서 제물을 드리는 사람과 제물을 받으시는 하나님 사이를 연결하는 것을 상징한다. 숫양 한 마리를 거룩한 곳에서 잡은 다음에 제사장은 깨끗하게 되려는 사람의 오른쪽 귓불, 오른손 엄지, 오른발 엄지에 속건제물의 피를 발라야 하는데(14:14, 17, 25, 28, 8:24), 이것은 부정했던 사람의 몸의 끝부분에 피를 발라 깨끗하게 만드는 것을 상징한다. 격리시켰던 사람을 다시 공동체 안에 받아들이는 것이다. 제사장은 기름 0.3리터의 일부를 왼쪽 손바닥에 붓는다(15~16). 제사장은 오른쪽 손가락을 왼쪽 손바닥에 부은 기름에 담갔다가 야웨 앞에 일곱 번 뿌린다. 깨끗하게 되려는 사람의 오른쪽 귓불, 오른손 엄지, 오른발 엄지에 남아 있는 기름을 바른다. 그리고 남은 기름은 환자의 머리에 바른다. 그럼으로써 이 사람이 다시 하나님과 제사장과 연합하여 일반인으로서 이웃과 함께 살 수 있다. 그리고 속죄제와 번제와 소제를 드림으로써 정결 예식이 끝나게 된다.

심한 피부병 환자를 정결하게 하는 예식에서 속죄제와 속건제를 드리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 심한 피부병 환자는 죄인이 아니고, 단지 죽음에 노출되어 부정할 따름이다. 그래서 부정한 상태에서 정결한 상태로 넘어갈 때 속죄제(정결제)를 드린다. 속건제는 하나님이나 다른 사람의 물건에 피해를 입혔을 때, 피해를 보상하는 배상 제사에 해당한다. 따라서 레위기는 자신의 몸이 병이 든 것을 하나님이 창조하신 몸에 피해를 입힌 것으로 여겨 속건제를 드리게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14장의 마지막 부분은 건물에 곰팡이나 버섯이 생겼을 때 처리하는 규정을 다룬다. 곰팡이가 생겨 집 벽이 우묵해지면 제사장이 1주일 동안 관찰한다. 곰팡이가 퍼지면 곰팡이가 묻은 돌을 빼서 마을 밖 부정한 곳에 버린다. 벽을 돌아가며 긁어내고 다른 돌과 흙으로 채워도 곰팡이가 퍼지면 집을 헐어야 한다. 집에 곰팡이가 퍼지지 않으면 제사장이 공식적으로 집이 깨끗하다고 선언한다. 그러고는 피부병 환자를 깨끗하게 하는 정결 예식을 집에도 똑같이 거행한다. 옷과 집에 핀 곰팡이에 대한 규정은 의생활과 주생활에서도 하나님의 백성이 깨끗하고 거룩한 삶을 살기를 원하시는 사실을 알려준다.

여기에서 중요한 몇 가지 신앙의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먼저 하나님은 죽음에 노출된 백성을 회복시켜 주시기 원하신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의생활과 주생활에서도 깨끗한 삶, 사람다운 삶을 살기 원하신다. 둘째로, 레위기 14장은 부정함에서 정결함으로, 죽음에서 생명을 향한 새 창조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 부정함에서 정결함을 다시 입은 사람은 새 창조를 입은 사람이다(고후 5:17). 새로운 삶을 살게 하기 위한 것이 하나님이 새롭게 창조하시는 이유이다(고후 5:15).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인은 모두 부정한 피부병 환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치유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구약 시대에는 사람의 부정함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새를 죽이고, 양을 죽였다. 하지만 짐승을 죽여도 사람의 부정함이 해결되지 않자, 하나님은 결국 자기의 독생자를 보내셔서 십자가를 지게 하셨다. 여기에 바로 과거에 부정했던 사람이 정결함을 회복해서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기쁨과 환희가 있다.

심한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전염시키지 않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공적으로 '부정하다'고 외쳐야 했다. 그야말로 사회적인 죽음이다. 병이 나으면 제사장이 공적으로 환자가 '정결하다'고 선언해 준다. 부정함으로 죽었다고 선고 받은 사람이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은혜로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고 선언을 받게 된다.

김선종 교수/호남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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