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속죄일(레 16:1-34)

대속죄일(레 16:1-34)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14

김선종 교수
2019년 11월 15일(금) 00:00
레위기 16장은 레위기 전반부의 결론에 해당한다. 제사법(1~7장)이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정결법(11~15장)이 하나님께 나가는데 방해하는 부정함을 규정한다면, 백성의 삶에서 누적된 죄와 부정함을 해결하는 날이 티스리월 7월 10일(오늘날의 9월 중순)에 지키는 대속죄일이다. 이 날에 제사장과 백성과 지성소와 성소와 제단을 비롯한 성소 뜰을 정화하여 속죄했는데, 오늘날도 유대인은 대속죄일(욤 키푸르)을 지킨다.

1절에서 야웨께서 나답과 아비후가 죽은 뒤에 모세에게 속죄일 규정에 대해 말씀하신다. 10장에서 아론의 두 아들이 죽고, 16장에서 이 사건을 하나님이 언급하시며 모세를 부르시는 사이에 정결법이 들어 있다. 이 짜임새는 부정함이 쌓여 지성소가 전염된다는 사고를 드러낸다. 대제사장도 1년에 한 번만 지성소에 들어갈 수 있었고, 그 때 일반인은 회막에 접근할 수조차 없었다. 아론이 지성소에 들어가기 위해 수송아지 한 마리는 속죄제물, 숫양 한 마리는 번제물로 바친다. 속죄일에 대제사장은 세마포(린넨)로 만든 겉옷과 속옷을 입는다. 속죄일에 세마포 옷을 입는 것은 겸손한 태도를 표현하는데, 대제사장도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설 자격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대제사장은 백성에게서 숫염소 두 마리는 속죄제물, 숫양 한 마리는 번제물로 받는다. 아론은 자신을 속하는 속죄제물로 수소를 먼저 드리는데, 이것은 지성소를 성결하게 할 때, 성결하게 하는 사람의 죄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한다. 숫염소 두 마리 가운데 한 마리는 야웨께 바칠 염소, 한 마리는 아사셀에게 바칠 염소이다. 아사셀은 광야의 귀신(17:7)이나 장소 이름으로 보인다.

대제사장은 먼저 지성소를 정화하는데, 하나님이 나타나시는 것을 대제사장이 보다가 죽지 않도록 아론은 향 연기로 휘장 안에 있는 속죄소를 가린다. 수소와 숫염소의 피를 지성소와 성소를 구분하는 휘장 안 지성소에 뿌린다. 백성이 부정해져서 지성소도 부정해진다는 사고를 반영한다. 사람 때문에 부정해진 지성소를 성결하게 한다. 하나님이 백성과 함께 계시기 때문에 백성이 자신과 공동체를 거룩하게 유지해야 한다. 지성소를 깨끗하게 한 다음에 성소와 바깥뜰을 정결하게 한다. 성막 뜰에 있는 제단도 수소와 숫염소의 피를 뿌려 정결하게 한다. 아론은 두 손을 숫염소의 머리 위에 얹어 죄를 전가시킨다. 그러고 나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손에 숫염소를 맡겨 빈들로 보낸다. 속죄 염소는 21절에 나오는 악행, 반역, 죄를 짊어지고 빈들로 나아간다. 악행은 고의로 저지른 죄, 반역은 하나님을 거스르는 죄, 죄는 실수로 저지르는 잘못을 가리킨다. 히브리어는 죄를 세 개의 서로 다른 낱말로 나열한다. 개역개정은 '모든 불의와 그 범한 모든 죄를 아뢰고 그 죄를'으로, 새번역은 '온갖 악행, 온갖 반역 행위, 온갖 죄'로, 공동번역은 '온갖 잘못, 일부러 거역한 온갖 죄악, 그 모든 죄'로 옮긴다. 1년에 한 번 대속죄일에 고의로 저지른 죄, 하나님을 반역한 죄도 해결할 수 있는데, 사람의 죄의 문제를 해결해 주셔서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은총이 드러난다. 지성소, 성소, 회막 뜰을 차례대로 정화한 다음에 백성의 죄를 속죄한다. 아론은 자기의 번제물과 백성의 번제물을 드린다. 29절에는 스스로 괴롭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금식을 뜻한다. 이스라엘에서 모든 백성이 같은 날 동시에 금식해야 하는 날은 대속죄일이 유일하다. 31절은 이 날을 가리켜 안식일 중의 안식일이라고 부르는데, 매우 거룩한 날이라는 표현이다.

대속죄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사역에 대한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무죄한 짐승이 죄를 대신 짊어지고 사람의 죄를 없애게 하는 것은 세상 죄를 지고 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암시한다(요 1:29, 롬 3:24~25). 히브리서 4장을 보면 아론은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준비해야 했다. 이스라엘 백성은 대제사장의 도움으로 자신이 지은 죄를 속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으로 어느 때에도 담대하게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다. 제물을 아무리 많이 바쳐도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지만, 예수님은 자신의 피를 통하여 단번에 이 문제를 해결하셨다(10:10~14).

대속죄일에서 몇 가지 신앙의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정결예식을 행하는 목회자가 공동체를 정화하기 전에 자신의 죄를 해결해야 한다. 둘째로 사람의 죄와 부정함으로 하나님의 거룩한 처소인 지성소마저도 부정해지기에 그리스도인은 몸과 마음을 늘 깨끗하게 유지해서 주님의 성전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 셋째로 성경은 개인과 공동체, 개인의 죄와 사회의 구조적 죄를 구분하지 않는다. 대속죄일에 모든 백성이 함께 금식을 해야 했던 사실이 이를 강조한다. 교회는 인류와 피조세계가 구원 받을 수 있도록 봉사해야 한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은 죄의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용서 받기 위해서는 참회와 고백이 필수적이다. 히브리서는 예수님이 사람의 죄를 약식으로 사해 주셨다고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죄를 용서해 주셨다.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는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고난에 참여하여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일구어 나간다.

김선종 교수/호남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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