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그릇 조각들의 불평(사 45:9-13)

질그릇 조각들의 불평(사 45:9-13)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이사야 40-55장 연구 6

오택현 교수
2020년 04월 10일(금) 00:00
이사야 45장 1절에서 하나님은 페르시아의 고레스를 통해 이스라엘의 구원을 이루어주실 것이라 말씀하신다. 그런데 선지자는 말씀을 듣고 있던 백성들로부터 기습적인 불평을 들었던 것 같다. 그것은 고레스를 통한 구원의 역사를 받아들이기 힘들고 납득하기도 어렵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근원적인 질문까지 서슴지 않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도대체 하나님께서는 무엇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라는 질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소리를 들은 선지자가 '토기장이와 질그릇'의 비유를 들며 그들의 잘못을 무섭게 꾸짖고 있는 것이 본문(사 45:9~13)의 말씀이다. '독일성서공회 해설판 성경'의 9~13절 구절의 제목은 "이스라엘 가운데 건방진 자들에게"이다. 이는 선지자가 당시 백성들 중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건방진 자들에게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9절에서 하나님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대해 불평하고 있는 자들을 질그릇 가운데서도 작은 한 조각에 지나지 않는 자들이라 평가하면서 그들에게 반드시 화가 닥칠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들은 마치 진흙이 토기장이에게 '너는 도대체 무엇을 만들고 있는 거냐?'라고 말하며 대들고 있는 것과 같이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는 자들로 역사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나님의 사역에 대들고 있는 건방진 자들이라 비난하고 있다. 하나님의 하시는 일이 자신이 보기에 납득이 안 가는 모습이라 할지라도 바른 인간의 모습이라면 하박국과 같이 조용히 하나님이 하시는 역사를 바라보며 그를 대망해야 하는 것인데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자인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대해 이와같이 불평하는 것은 마치 욥이 깨닫지 못하는 말로 하나님께 불평을 했던(욥 42:3) 것과 매우 유사하다.

10절에서 선지자는 비슷한 비유를 하나 더 들며 패역한 무리들을 비난하고 있다. 10절의 말씀은 자녀의 입장에서 자신을 낳은 부모에게 패역한 말을 하고 있는 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공동번역 성경을 통해 읽으면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어느 누가 제 아비에게 "왜 이 모양으로 낳았소?" 할 수 있겠느냐? 자기 어미에게 어찌 "이 모양으로 낳느라고 그 고생을 하였소?" 할 수 있겠느냐(공동번역)?" 건방진 자들은 이와 같이 안하무인격으로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1절에서 하나님은 이러한 자들의 문제 제기를 한 마디로 무시하시고 그들에게 준엄하게 대답하신다. "내가 한 일을 너희가 나에게 감히 명령하려느냐?" 이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대해 부족한 인간이 감히 문제 제시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하는 것을 보여주시는 말씀이다.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다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하나님과 같이 역사를 주관하지 못하며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지 못하는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불완전한 존재가 하나님의 하신 일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그 불평의 강도를 높여만 간다면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선지자가 강조한 점이 바로 그 점이다. 하나님의 지혜를 가지고 그가 하시는 일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사람의 지혜로서 어리석은 판단만 고집한다면 그들의 미래는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선지자는 강조하고 있다.

12절에서는 창조주 하나님의 놀라운 사역의 결과를 이스라엘의 건방진 자들에게 다시 알려주며 부족한 인간이 하나님의 사역에 감히 훼방하는 말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나타난 '모든 군대(콜 체바암)'는 하나님이 자신의 뜻을 수행하기 위해 같이 다니는 군대의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하나님의 주권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70인역에서는 히브리어 '체바암'을 '별들'로 번역하여 하늘의 '별들'에게 하나님께서 명령을 내리신 것으로 번역하였고 우리말 공동번역과 새번역 성경도 이를 따르고 있다.

13절에서 하나님은 고레스를 선택하신 결정을 바꿀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하신다. 하나님께서는 그가 공의로 일으키신 고레스가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역을 잘 감당하도록 도와 그가 가는 길을 평탄케 하실 것임을 약속하신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고레스가 포로된 하나님의 백성들을 대가 없이 해방시켜 줄 것을 아울러 약속하신다. 하나님은 이 말씀을 통해 까닭 없이 하나님의 사역을 훼방하는 이스라엘 백성 중의 건방진 자들을 책망하시고 역사 속에서 이루어질 하나님의 계획이 고레스를 통해 완벽히 진행될 것임을 말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위와 같은 포로시대 건방진 백성들의 모습은 우리시대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반복하여 나타나고 있다. 현대인들은 자신들이 제일 지혜롭고 자신의 판단이 항상 올바르다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하나님께서 직접 역사하신 일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보기에 납득이 안된다면 언제든지 하나님의 하시는 일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하박국의 지혜도 없고 예레미야와 같은 통찰력도 없다. 그들은 언제나 자기중심적인 사고 안에서 하나님마저도 자신의 판단의 범주에 넣으려 하는 잘못을 언제나 범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창조주의 역사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질그릇과 토기장이의 비유를 다시 들려주시며 피조물이 창조주를 향해 가져야 할 바른 몸가짐은 그를 향해 존경과 경외로 바라보고 그에게 경배하는 일이라 말하고 있다. 창조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람들이 바라던 방향은 아니더라도 항상 올바르게 공의와 구원의 길로 가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역사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공의는 오늘도 살아서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음을 우리는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이다.

오택현 교수/영남신학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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