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론이여 네 보좌가 없어졌도다(사 47:1~11)

바벨론이여 네 보좌가 없어졌도다(사 47:1~11)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8

오택현 교수
2020년 04월 24일(금) 00:00
이 구절은 선지자가 이스라엘을 포로로 잡아간 바벨론에 대해 심판의 메시지를 선언하고 있는 말씀이다. 선지자는 바벨론을 여성으로 의인화해서 바벨론이 현재는 위세 좋게 높은 권좌에 앉아 있으나 곧 그 보좌에서 내려와 티끌 가운데 앉아 있게 되고 비참히 포로로 잡혀가는 모습이 될 것을 선포하고 있다. 선지자는 바벨론이 무슨 일을 한다 할지라도 멸망을 돌이킬 수 없을 것이며 그들은 반드시 하나님의 진노의 불꽃으로 다 타들어가 결국 멸망하게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 앞에 당대 최고 강대국인 바벨론은 무력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전무후무한 부끄러움을 당해 파멸될 것이라 선지자는 말하고 있다.

1절에서 선지자는 바벨론을 가리켜 '처녀'라 부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아직 어느 나라에도 정복되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를 의인화하여 여성에 비유하듯 "딸 바벨론"이라 부르며 그가 몰락하는 모습을 여인이 몰락하는 모습에 빗대어 말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쫓겨나 땅에 주저앉아있고 '곱다' 혹은 '아름답다'고 부르지 못할 정도로 피폐하게 될 것이라 말한다.

2절에서 바벨론은 그 신분이 종으로 추락되어 맷돌을 돌리며 굳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그들은 너울을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천박한 신분이 될 것이며 부끄러운 줄 모르고 다리를 드러내며 강을 건널 정도로 그들을 도와줄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을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

3절에서는 바벨론 사람들이 포로로 끌려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대시대 포로들은 옷이 다 벗겨진 채 끌려갔었는데 바벨론 사람들 역시 벌거벗고 잡혀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지자는 이러한 심판이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분노로 말미암아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이 구절은 앗시리아 제국의 멸망을 예언했던 나훔의 예언에서도 비슷한 구절이 나오고 있다. "정한 대로 왕후가 벌거벗은 몸으로 끌려가니 그 모든 시녀들이 가슴을 치며 비둘기 같이 슬피 우는도다(나 2:7)." 한때 권세를 누리던 왕실의 여인들이 벌거벗고 포로로 끌려가는 모습은 왕국의 비참한 몰락을 알리는 메시지라 할 수 있다.

4~5절에서 선지자는 바벨론의 몰락은 다른 열방의 힘에 밀려 이루어진 일이 아니며 이 모든 일은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계획하신 일이라 말하며 이제 몰락한 바벨론을 향해 그의 심판의 말씀을 외치고 있다. 바벨론의 권좌는 이미 무너졌고 그들의 지위는 무너져 땅에 떨어졌으며 많은 민족들의 여왕 자리를 빼앗긴지 오래임을 선지자는 외치고 있다.

6~7절에서 선지자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바벨론 포로로 잡혀가게 하신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우상숭배와 범죄함을 통해 하나님을 노하게 하셔서 바벨론을 통해 포로로 잡혀가게 하셨다. 하지만 하나님의 손에 쓰임 받은 바벨론이 이스라엘을 학대하고 자신의 능력으로 이 일을 이룬 것처럼 교만하게 행동한다면 하나님의 심판은 바벨론을 향할 수밖에 없음을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바벨론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들이 영원히 여왕으로 군림할 것이라고 믿고, 하나님의 심판의 계획에 대해 전혀 무지했고 그들의 마지막이 어떨지 생각도 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심판은 하나님의 계획대로 바벨론에게 무섭게 임할 것이다.

8절에서는 하나님께서 바벨론을 향해 왜 패역한 백성이라 하는지 그 이유를 명백히 설명하고 있다. 바벨론은 그들이 안락한 삶과 번영의 시대를 구가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 때문이라 생각하며 "나 뿐이라 나 외엔 다른 이가 없도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발언은 하나님께서 유일한 신임을 나타낼 때 사용했던 말로(사 43:10, 44:6, 45:5,6) 이를 바벨론 사람이 그대로 말한다면 유일신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인 패역이 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바벨론에 대해 이전 앗시리아를 심판하셨던 것 같이 심판하신다 말씀하신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나는 과부가 되지 않을 것이며, 자식을 잃는 일도 없을 것이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번영과 평안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이미 멸망시키기로 결정하셨다.

9~10절에서는 하나님께서 바벨론을 심판하게 된 이유를 다시 설명하고 있다. 그들은 교만하고 악한 일에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아무도 나를 감시하지 않는다"고 교만히 말하며 악을 저질렀고 여호와 하나님이 계심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스스로 높아져서 "나 외에 다른 이가 없다"고 자만했기에 하나님의 심판을 초래했던 것이다.

11절에서 선지자는 바벨론 사람들이 그들 나름대로 무서운 재앙을 피하기 위해 그들의 신들에게 주술과 주문으로 피할 길을 구하겠지만 그들의 주술로는 재앙이 누구로부터 오는지 알지 못할 것이며 재앙이 임하여도 이를 물리칠 능력이 없을 것이라 말한다. 바벨론이 속수무책으로 심판을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재난이 유일하신 신인 여호와 하나님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선지자는 이렇게 멸망할 바벨론을 두려워 말고 하나님만을 의지하라 말하고 있는데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 중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멸망할 바벨론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님의 역사를 깨닫지 못하고 멸망할 바벨론을 바라보며 그들로부터 떨어지는 부스러기에 열광하고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나님은 이러한 사람들 역시 책망하시며 바벨론이 멸망할 때 그들에게도 큰 책임을 물으실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시대 사람들 중에도 하나님의 역사를 깨닫지 못하고 뻔히 멸망할 바벨론과 같은 세상의 세력을 하나님보다 두려워하며 그들에게 줄을 대고 심지어 무릎까지 꿇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하나님께서 바벨론의 심판과정과 그들의 몰락을 이렇게 생생히 소개하고 있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들 옆에서 그들과 같이 멸망의 과정에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의 소리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하나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멸망할 바벨론이 아닌 역사의 주관자 하나님 편에 서서 그분이 우리에게 계획하신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오택현(영남신학대, 구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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