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에 처한 여호와의 종(사 50:4-9)

고난에 처한 여호와의 종(사 50:4-9)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이사야 40-55장 연구 11

오택현 교수
2020년 05월 22일(금) 00:00
본문은 이사야 40~55장에 기록되어 있는 세 번째 '종의 노래(사 42:1~4, 49:1~6, 50:4~9, 52:13~53:12)'로 하나님을 신뢰하며 여러 고난 속에서도 묵묵히 하나님의 길을 걸어가는 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선지자가 고난을 이기는 종의 모습을 통해 포로기라는 고난의 상황에서 하나님을 의지하며 이를 극복할 것을 포로기 백성들에게 호소하고 있는 말씀이라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4절에서는 '학자'로 번역된 히브리어 단어인 '림무딤(limmudim)'의 번역에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이 단어는 원래 '가르치다' '가르침을 받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 외에도 다양한 용례로 사용되고 있는 단어이다. 한 예로 이사야 8장 16절에서는 '제자들'로 번역되어 있다. 그런데 4절에 쓰인 '림무딤'의 경우 이사야 8장의 번역을 적용할 경우 '제자들의 혀를 주사' 라는 어색한 번역이 됨으로 '림무딤'의 다른 의미인 선생들, 가르치는 자들의 의미를 개역개정판, 새번역 성경에서는 받아들여 '학자들'로 번역하고 있다.

5절에 나타난 "귀를 열다"는 표현은 4절에서 나타난 "귀를 깨우치다"라는 표현의 반복인데 하나님께 전적으로 복종하기 위해 그의 말씀에 청종하는 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히브리어의 표현에서 "귀를 열다"라는 표현은 하나님의 계시를 깨닫는 행위와 연관이 있는데(삼상 9:15, 삼하 7:27 비교) 이러한 행위의 연장선에서 종은 '귀를 열고' 하나님께 복종함과 동시에 하나님을 배반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는 철저히 순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6절에서 하나님의 종은 고난 가운데서도 절대 위축되지 않고 당당히 하나님의 종답게 묵묵히 고난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구절에 나타난 수난 당하는 종의 모습은 구약 성서에 여러 말씀들을 통해 병행구절이 나타나고 있다. "등을 때리는 자들(시 129:3)에게 주었고 나의 빰(애 3:30)을 수염을 잡아당기는(사 7:20, 15:2) 사람에게 맡겼으며…." 이렇게 고난당하는 종의 모습을 선지자는 포로기 상황 속에서 고난당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모습에 투영하여 강조함을 통해, 포로기의 고난의 상황은 종이 당하는 수난의 과정과 같이 하나님께서 그들을 위해 준비된 연단의 과정일 뿐이라 말하며 종과 같이 이를 묵묵히 견디어 나갈 것을 포로기 백성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7절의 정황은 아직도 고난이 그를 떠나지 않고 있지만 하나님을 향해 큰 신뢰를 외치고 있는 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신뢰의 표현은 시편의 탄원시에 등장하고 있는 신뢰의 표현과 매우 유사하다. 즉, 탄원시는 자신이 당하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운 현실을 자신의 속에 묻어두지 않고 하나님을 향해 모두 내어놓으며 안타까운 신원을 발하거나 억울함을 토로하지만 시의 마지막에는 자신의 어려운 상황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향하여 신뢰와 확신을 노래하는 이스라엘 시의 한 유형이다. 여기서도 종은 탄원시에서와 같이 자신이 당하는 고난의 상황이 아직도 자신 앞에 존재하고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호와께서 자신을 도우실 것이기에 자신이 조금의 수치도 당하지 않을 것이라 외치며 하나님을 향한 신뢰를 표현하고 있다. 또한 선지자는 자신의 마음을 부싯돌 같이 단단하게 만든다는 표현을 통해 고난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불평을 토로하지 않는 종의 모습을 보여주며 포로민들에게 그들이 살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8절에서는 전형적인 법정소송양식이 나타나고 있다. 즉, "나를 의롭다 하시는 분이 가까이 계시니 나와 다툴 자가 누구냐?"고 외치는 종의 모습은 "누가 나를 심판하는 재판장인가?"라고 외치며 자신에 대한 심판과 보상이 하나님께 있다는 이사야 49장 4절과 비슷한 법정소송양식의 배경을 보여주고 있다. 선지자는 법정소송양식을 통하여 하나님의 주권을 표현하며,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사명을 담당하는 종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9절에 쓰인 '보라!'는 법정소송양식에서 소송의 결과를 소개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종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도우시기 때문에 아무도 자신을 정죄하지 못하지만 자신을 해하려 하는 무리들은 마치 헤어진 옷이나 좀에게 먹히는 옷과 같이 멸망하게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즉,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 종은 하나님이 인정하시기에 그가 행했던 모든 일이 정당하다 인정함을 받지만 그를 괴롭혔던 악인은 반드시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 선지자는 말하고 있다. 이렇게 선지자는 고난 가운데서도 하나님께 인정받는 종의 모습을 통해 포로민들의 미래를 선포하며 그들을 위로하고 있다.

본문에서 여호와의 종은 하나님으로부터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가지고 지치고 피곤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종은 그의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으로 말미암아 등을 맞고, 수염을 뽑히고 모욕을 당하지만 그는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않고 여전히 하나님께서 그에게 맡겨주신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고난당하는 종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우리시대에 하나님께서 주신 시대적 사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시대를 살면서 분명 작은 고난이 다가올 때 적당히 타협하고 뒤로 물러섰고 때로는 불의한 자들에게 무릎을 꿇으며 고난의 상황을 넘기려 했던 적이 많이 있어 왔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자랑하시는 종은 불의와 절대 타협하지 않고 어떠한 핍박이 오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세상을 향해 공의와 정의를 베푸는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종이 이와같이 용기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사명을 맡겨주신 하나님이 언제나 그와 함께 계시며 그가 옳은 일을 위해 핍박을 받고 있음을 이미 하나님께서 알고 계신다는 믿음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여호와의 종의 모습을 본받아 고난 앞에서 언제나 뒤로 물러서는 비겁한 구습을 벗어버리고 언제나 나와 함께 하여 주시는 하나님이 나의 고난의 모든 순간에 함께 계심을 깨닫고 두려움 없이 그분에게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오택현 교수/영남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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