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기 예언의 꽃: 종의 노래(사 53:4-12)

포로기 예언의 꽃: 종의 노래(사 53:4-12)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이사야 40-55장 연구 14

오택현 교수
2020년 06월 12일(금) 00:00
이사야 40~55장에는 모두 4개의 '종의 노래(42:1~4; 49:1~6; 50:4~9; 52:13~53:12)'가 있는데 이 '종의 노래'는 포로기 선지자의 신학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포로기 예언의 꽃이라 평가받고 있다. 본문의 말씀은 네 번째 종의 노래(사 52:13~53:12) 중 그 일부로 특별히 '고난당하는 종의 노래'로 별명이 붙여질 정도로 종의 고난을 매우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선지자는 앞 장인 52장에서 예루살렘의 회복을 노래하는 말씀에 이어 수난당하는 종의 모습을 통하여 고난당한 이스라엘이 반드시 회복될 수밖에 없음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선지자가 보여준 종은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하면서 많은 고난을 당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하나님 앞으로 당당히 나가고 있다. 선지자는 자신의 죄의 대가를 치르는 이스라엘 백성들과는 달리 오히려 백성들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고난을 받는 종의 모습을 보여주며 종의 고난을 대속으로 승화시키고 있는데 여기서는 그중 핵심부분인 53장 4~12절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4절에서는 왜 하나님의 종이 모든 사람들로부터 소외되고 버림받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선지자는 '우리'가 이제껏 종이 고난을 당한 이유에 대해 일반적인 인과응보적인 사고를 가지고 판단하였다 말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사고는 욥의 친구들이 욥이 고난당한 상태를 보며 그가 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진단한 것과 같은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은 종이 멸시당하고 늘 병에 시달리며 그들에게 외면당한 이유를 하나님에 대한 자신의 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선지자는 종이 고난을 당한 것은 자신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잘못 때문이라 말한다. 이제 선지자는 종의 고난을 한 차원 높여 그가 실로 우리 대신 우리의 고통과 슬픔을 짊어지고 고난을 당했다는 대속사상으로 그의 고난을 승화시키고 있다.

5절의 전반부에서는 종이 우리의 죄 때문에 고난당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고 후반부에서는 그 고난의 결과 때문에 우리가 평화와 나음을 얻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선지자는 '우리'의 대속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종의 고난을 통해 포로기 이스라엘의 회복의 희망을 승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6절에서 선지자는 종의 대속의 이유를 더욱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양과 같이 그릇 행하여 멋대로 다니며 온갖 잘못을 저질렀는데 그 잘못을 여호와께서는 우리에게 묻지 않으시고 모두 종에게 대신하여 담당시키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종의 이러한 모습 때문에 우리는 이 구절에 나타난 종의 모습이 우리를 위해 대속의 피를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라고 말하고 있다.

7절에서는 4~6절의 종에 대한 선지자의 고백 때문에 중단되었던 종의 수난 구절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여호와의 종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이나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과 같이 아무 말도 없이 모든 고난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종을 끌려가는 양과 같이 묘사한 말씀은 "나는 끌려서 잡히러 가는 순한 양과 같으므로" 라고 표현한 예레미야 11장 19절의 말씀과 매우 유사하다.

8절에서는 끌려가 고난을 당했던 종이 재판을 받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 있다.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사명을 완수하던 종은 결국에는 재판을 통해 사형선고를 받고 죽임을 당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종은 살아있는 자들의 땅에서 끊어졌는데 이 역시 백성들의 허물을 인함이었다.

9절에서는 종이 살아있는 자들의 땅에서 끊어진 이후에도 그의 명예가 회복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폭력을 휘두르지도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지만 악인들과 동등한 취급을 받아 악한 사람들이 묻히는 무덤에 묻혔고 옳지 않은 부자들의 무덤과도 함께 있는 모욕을 당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곧 이 모든 것들을 반전시키시고 하나님의 종을 약속대로 존귀하게 만드실 것이다

10절에서는 종의 죽음과 악인들과 함께 무덤에 들어간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제 반전되어 종을 존귀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이 강조된다. 하나님은 종을 상하게 하고 병들게 하며 마지막으로 그의 영혼을 속건제물로 드리게 하신 것이 모두 자신의 의도였다 말하고 있다. 하나님은 그의 뜻대로 온전히 살아왔던 종이 잘 될 것이며 그가 다시 여호와께서 세우신 뜻을 이루어 줄 것이라고 말한다.

11절에서는 하나님께서 종을 확실히 존귀한 존재로 회복시켜주시는 모습을 보여준다. 종은 고난을 당한 뒤 하나님께서 보여주시는 모습을 통해 자기 영혼이 수고한 것을 보고 만족할 것이다.

12절에서 하나님은 종에게 존귀한 자들과 함께 몫을 받게 해주시며 강한 사람들과 더불어 전리품을 함께 나누며 하나님께 인정받은 사람이 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여호와께서 종에게 분명히 확인시켜주신 말씀은 그의 수고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며 그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친히 지켜보고 계셨다는 것을 말하며 종을 통해 고난당하고 있는 백성들을 위로하고 있다. 한마디로 '종의 노래'는 고난마저 아름답게 신앙으로 승화시키는 포로기 예언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선지자는 오늘 우리에게도 종의 길을 따를 것을 말하고 있다. 하나님의 종이 그랬듯이 묵묵히 고난을 감내하며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 선지자가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말씀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본문에 나온 종의 모습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너무 흡사하다. 이는 선지자가 예수 그리스도를 예언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더욱 타당한 대답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종의 길을 예수께서 완벽하게 걸어가셨다고 보는 것일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고난당하는 '종'의 모습 속에서 고난당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발견해야 하며 다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통하여 그를 닮기 원하는 이 시대의 고난당하는 하나님의 종의 모습을 아울러 발견해야 할 것이다. 포로기 위기의 상황과 위기와 함께 닥쳐온 고난의 상황을 스스로 감당하며 이를 아름답게 승화시킨 하나님의 종의 모습과 같이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시대적 위기와 고난의 상황을 극복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고난마저 아름답게 승화시킬 이 시대의 여호와의 종을 하나님께서는 찾고 계신다.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하나님의 물음에 응답하며 예수께서 걸어가신 종의 길을 응당 따라나서야 할 것이다.

오택현 교수/영남신대 구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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