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탐심은 우상 숭배니라!"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탐심은 우상 숭배니라!"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15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눅 12:13-21)

류호성 교수
2020년 10월 30일(금) 08:48
돈과 재물만큼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 없으며, 또한 동시에 파멸로 이끄는 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탐심을 늘 경계해야 한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모든 성공의 기준을 돈과 재물의 많음에 두고 있는 번영신학(-일종의 착취신학)의 현실에서, 탐심에 대해 스스로 절제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바로 이 비유가 이러한 점을 말해 주고 있다.

논의된 내용들에 대해 살펴보면, 첫째는 자료에 관한 것이다. ① 많은 학자들은 누가가 각각의 예수 전승인 13~15절(L 자료) 그리고 16~21절(L 자료)을 한데 결합시켜 놓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② 일부에서는 15절은 16~20절을 연결하기 위해 그리고 21절은 이 비유의 결론을 제시하고자 누가의 특색이 드러난 창작 또는 초기 기독교의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큰 지지를 받지 못한다. 왜냐하면 누가 고유의 문체라는 증거가 없으며 또한 탐심과 재물에 대한 교훈은 예수님의 일반적인 가르침이기 때문이다(참고, 마 6:19~34). 또한 혹자는 16~20절은 개인의 예기치 못한 죽음이 아니라 임박한 종말적 대파국과 임박한 심판의 내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견해가 훨씬 우세하다.

둘째는 장르에 대한 것이다. 혹자는 이 단락이 한 가지 격언과 한 가지 경고로 이루어졌다고 말하기도 하며 또한 예화라고도 말하지만, 일반적으로 탐욕을 금지하는 '모범 이야기'로 분류한다.

셋째는 본문에 대한 위치이다. 13~21절의 비유를 듣는 청중과 그리고 전후 문맥을 살펴보면 누가의 의도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먼저 12장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청중들은 많은 무리 속에서 '제자들'(1절)이 강조되고 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1~3절에서 바리새인들의 외식을 주의하라고 경고하고, 4~12절은 박해로 인한 고난 속에서도 굳건한 믿음을 지킬 것과 그리고 22~34절은 목숨을 위해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고 권고하신다. 결국 13~21절은 제자들에게 '탐욕'으로 인해 걸려 넘어지지 말라는 '제자도'에 관한 가르침이다.

넷째는 내용에 관한 연구이다. ① 예수님은 어떤 사람이 형과 유산을 나눠 달라고 요구한 것을 거절하신다(13~14절). 이러한 거절은 누가복음에서 마르다의 요청(10:40)에 이어 두 번째 거절이다. 본문을 통해 어떤 이유로 형이 동생과 유산 분배를 거절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예수님의 거절은 지혜로우신 행동이다. 왜냐하면 설령 동생의 말을 듣고 재산 중재에 나서보았자, 형의 입장에서 예수님을 반격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수님은 동생이 유산 분배를 통한 사회적 정의 실현보다는, 자신의 탐심을 채우려는 의도를 간파하셨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를 향해 책망의 의도로 "이 사람아"(안트로페)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와 제자들을 향해 "삼가 '모든 탐심을'(파세스 프레오넥시아스)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하니라"(15절)라고 말씀하신다. 왜냐하면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소유를 끊임없이 늘리려는 탐심은 모든 불화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수님은 생명이 소유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에 달려 있음을 제자들에게 명심할 것을 가르치신다.

② 비유에 등장하는 부자에 관한 것이다(16~21절). 한 부자는 '밭'(헤 코라)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밭'을 의미하는 명사 '코라'는 넓은 농지 또는 어떤 지역을 의미하기에(마 8:28), 이 부자는 아주 넓은 토지를 가진 자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그의 "소출이 풍성하다"라고 말하니, 그는 쌓아둘 곳간이 없을 정도로 대풍을 거둔 셈이다. 이러한 그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하나님께 감사의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했기에(21b절), 소출의 풍성함에 대한 어떤 감사의 제물도 드리지 않았다.

또한 그는 이웃과의 나눔도 없었다. 그의 관심은 오직 '자신'에게만 쏠려 있다. 그래서 17~19절에서 2인칭 소유대명사 '내(무)'가 무려 4번이나 사용되어, 그가 아주 자기중심적인 사람임을 나타낸다. 곧 그는 '내' 곡식(17절), '내' 곳간과 '내' 모든 곡식과 물건(18절) 그리고 '내' 영혼(19절)에만 관심을 갖는다. 결국 그는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는 것에만 관심을 둔다(21a절).

이러한 그는 결국 자기 탐닉에 빠진다. 그래서 그는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19절)하는데, 자신의 모든 재물을 소비한다. 이에 하나님은 그를 '어리석은 자'(아프론)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거나 또는 자신이 곧 멸망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결국 하나님은 탐욕에 도취된 그 부자의 영혼을, 그날 밤에 데려가셨다.

다섯째는 이 비유를 통해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기도보다 탐심을 물리치라고 더 많이 말씀하셨다. 왜냐하면 "하나님과 재물(맘몬)을 겸하여 섬기지 못한다"(마 6:24)라는 사실을 잘 알고 계셨기 때문이다. 또한 사도 바울은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딤전 6:10)라고, 심지어 "탐심은 우상 숭배니라"(골 3:5; 엡 5:5)라고 말한다. 이러한 말씀들을 토대로 "예수님을 나의 구주"라고 고백하면서 형제들 사이에 유산 문제로 다투거나 또는 재산 문제로 교회의 분열을 초래한다면, 우리는 예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인지 아니면 맘몬을 섬기는 우상 숭배자인지 스스로 점검하고, 회개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이 어리석은 부자의 영혼을 데려가시는 것처럼, 오늘 밤 우리의 영혼도… !

류호성 교수/서울장신대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