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하고 순종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권세 사용해야

겸손하고 순종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권세 사용해야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5)벨사살 왕의 교훈: 저울에 달릴 준비를 하라 (단 5:27)

배정훈 교수
2021년 01월 28일(목) 09:13
하나님께서 벨사살 왕을 저울에 달아보니 부족함이 보였다(단 5:27). 그는 더 이상의 회개 기회 없이 멸망됨으로 느부갓네살 왕과는 다르게 모든 지도자를 향한 경고를 보여준다. 다니엘서 5장에 나오는 벨사살 왕은 은혜로 받은 왕의 자리를 지켜내지 못해 퇴출된 지도자이다. 벨사살 왕은 이스라엘의 초대 왕인 사울과 같은 멸망의 길을 걸어간 사람이었다. 사울 왕처럼 벨사살 왕은 적법하게 왕이 되었지만, 하나님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사람의 눈을 의식하여 신성모독의 죄를 범하고 회복될 수 없는 심판을 맞이했다.

느부갓네살 왕의 뒤를 이어 세계 최고로 강한 나라인 바벨론을 물려받은 벨사살 왕은 어디에서부터 잘못한 것일까? 벨사살 왕은 그의 귀족 천명을 위하여 큰 잔치를 베풀고 술을 마셨는데, 그중에는 귀족들과 왕후들과 후궁들이 속해 있었다(1~2절). 잔치가 시작되어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고, 벨사살은 술에 어느 정도 취한 상태에서 갑자기 명령을 내렸다. 자신의 선왕되는 느부갓네살 왕이 유다를 무너뜨리고 승리를 기념하여 탈취하여 보물창고에 보관중인 예루살렘 성전에서 사용되던 금, 은그릇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왕은 모여 있는 귀족들과 함께 그 거룩한 그릇으로 술을 마셨고, 술을 마신 후에는 금, 은, 구리, 쇠, 나무, 돌로 만든 우상들을 찬양하였다. 자신의 힘을 자랑하려던 그의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만들었다.

벨사살 왕이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 첫째로, 벨사살 왕은 아버지 느부갓네살의 역사적 경험에서 배우지 못한다. 하나님이 느부갓네살 왕에게 왕으로서 큰 권세를 주셔서, 통치권을 행사하더니, 그가 마음이 높아지고 뜻이 완악하여 교만을 행하여, 왕위가 폐위되어 동물과 같이 지내다가, 하나님이 권세를 주셨다는 것을 깨닫고 때가 되어 회복에 이르렀다(단 5:18~21). 하나님은 느부갓네살 왕처럼 벨사살을 왕으로 세워 큰 권세를 주시고, 통치권을 행사하도록 도우셨다. 여기까지는 느부갓네살 왕과 유사하다. 그렇지만 그는 느부갓네살 왕이 갔던 길인 "마음이 높아지고, 뜻이 완악하고, 교만을 행하는 일"을 다 알고도 멈추지 못했다(단 5:22).

둘째로, 벨사살 왕은 교만하여 잘못된 행동을 하였다. 벨사살 왕이 위하여 잔치를 베푼 대상인 "그의 귀족"은 왕의 측근들로서 아마도 왕이 즉위하는데 도움을 주고 행정과 군사력을 장악한 세력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왕에게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왕에게 특별한 혜택을 기대함으로 왕에게 부담을 주는 계층이었다. 그런데 끝없는 영토 확장과 제국 건설을 통하여 능력을 보여준 느부갓네살 왕과는 다르게, 벨사살은 왕으로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위축되었다. 그는 잔치를 베풀다가 술기운에 용기를 내어 자신의 힘을 보여준다고 만용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느부갓네살 왕은 성전에서 그릇을 탈취하고도 보물창고에 보관하여 신의 이름을 모독하지 않고 존중하였다. 그런데 벨사살 왕은 교만하여 인간으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 유다 신의 성전에서 거룩하게 사용하던 그릇들을 가지고 술을 마시고, 나아가서 다른 신들을 찬양함으로 적극적으로 모욕을 준 것이다. 이 모든 행위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세가 하나님의 것임을 깨닫지 못한 교만에서 나온 행동이다.

셋째로, 벨사살 왕의 행동은 선왕의 경우처럼 교만에서 나왔지만, 그에 대한 심판은 느부갓네살 왕의 심판과는 다른 것이었다. 느부갓네살 왕은 폐위되었지만 은혜의 상징인 그루터기는 남겨져서 때가 되어 회복되었다. 그러나 벨사살의 심판은 그루터기도 없는 즉각적인 멸망이었다. 벨사살 왕이 교만하여 범한 죄는 신성모독 죄였다. 예루살렘 성전에서 사용되는 그릇을 세속적으로 사용할 뿐 아니라 우상을 숭배함으로써 헤렘 법의 위반과 성령을 훼방하는 죄에 준하는 신성모독의 죄를 범하여 회복의 기회도 없이 즉각적인 심판이 이루어졌다. 이 심판의 내용이 벽에 쓴 글씨에 나타났는데, 글자의 뜻을 풀이해본즉, "나라는 끝나고 나누이고 넘겨질 것이며, 왕을 저울에 달아보니 부족함이 보였다"(단 5:26~28절). 하나님께서 이방 왕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유대교로의 개종이 아니라, 그를 왕으로 세우신 하나님 앞에서 바른 정체성을 갖는 것이다. 왕은 마땅히 통치자로서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게 하나님을 경외하며, 사람 앞에서 공의와 정의를 행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하는 존재이다.

두 왕이 보여주는 왕의 길은 우리에게 지도자의 길을 생각하게 한다. 느부갓네살 왕의 길은 즉위-폐위-포로-회복이며 벨사살 왕의 길은 즉위-폐위-멸망이다. 지도자는 왕같이 다스림의 권세를 부여받은 자로서, 이 권세가 내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을 알고 겸손해야 한다. 지도자는 언제든지 저울에 달려 평가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루터기도 없이 즉각적인 심판으로 권세를 빼앗길 뿐 아니라 더 이상의 회복의 기회조차 없는 길을 걷지 말고, 늘 겸손하고 순종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이 맡기신 권세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사용해야 할 것이다.

배정훈(장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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