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있어야 할 현장

우리가 있어야 할 현장

[ 현장칼럼 ]

하태화 부장
2021년 05월 28일(금) 10:02
하태화 부장
최근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커뮤니티 케어가 화두다. 커뮤니티 케어는 내가 살던 곳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망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원인동 마을관리소(국민건강보험공단 후원으로 2019년 강원도 최초로 개소)는 동네 사랑방이자 지역주민들의 소통창구다. 활동가들은 마을을 살피며 이웃의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눈다. 지역 안에서 실질적인 관계망을 통해 돌봄의 공백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얼마 전 마을 활동가들이 인터폰이 망가진 집이 많아 안부 확인에 어려움이 있다고들 하셨다. 작은 동네에 재개발구역이 3곳. 10년 넘게 지지부진하다. 집은 오래돼 하나둘 고장나고 곧 떠날 수도 있는데 하며 조금씩 미루다가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주택은 인터폰이 없으면 더 불편하다. 거의 홀몸 어르신들만 계시는 상황에서 문을 두드려도 들리지 않는다. 들어도 거동이 불편하니 나오기까지 한참이다. 인터폰 고쳐드리기에 주민들과 복지관이 의기투합 했고, 우선 인근부터 실태 파악에 나섰다. 다행히 지역사회통합돌봄사업(우리 복지관은 강원도 커뮤니티 케어 선도사업 수행기관이다) 예산에서 지원이 가능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역에서 통장을 하셨던 활동가는 독거 할머님을 추천했다. 우리 새내기 사회복지사가 여러 차례 통화와 방문을 시도한 끝에 어렵게 연결되었다. 어르신은 현관에서 대문까지 기어서 나오셨다. 김옥분(가명, 41년생) 할머니는 젊어서 이혼하고 아들(77년생) 하나 바라보며 사셨는데, 몇 년 전 그 아들이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우울증으로 외부와 단절된 채 지내셨다. 전화도 안 받고 초인종도 인터폰도 고장 난 지 오래라 밖에서 누가 불러도 나갈 엄두도 못 내셨다. 다행히 인근에 여동생이 있어 어르신을 챙기셨다고 한다.

우리 복지관은 매주 목요일 사례회의를 진행한다. 한 주간 가정방문이나 상담 과정에서 만난 분들을 어떻게 도울지 의논하는 시간이다. 김옥분 할머니 발굴 과정을 듣고 우리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감사했다. 어르신의 살아계심과 활동가와 사회복지사의 진심어린 관심에.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요즘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열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기다림으로 전화하고 문을 두드린 그대들이 이 시대에 진정한 사회복지 실천가이다.

이웃들도 돌아가신 줄 알았던 어르신 소식이 반갑다. 다시 관계망을 만들어 드리고자 어르신께 여쭙고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자식 먼저 보낸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지만, 그저 함께하며 손잡아 드릴 뿐이다.

지난 5월 7일 오전에 간소하게 어버이날 행사를 하고, 오후엔 가정방문이 이어졌다. 복지관에 못 오시지만 이곳이 눈앞에 선하다고 하실 어르신들을 찾아뵀다. 퇴근 시간이 다 돼서야 돌아온 직원들의 살짝 지친 모습에 분주하게 바삐 다녔을 모습이 그려진다. 각자 맡은 분들의 상황을 고려해 세심하게 배려하며 돕는 손길이 귀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은 촘촘하지 못하다. 곳곳에 사각이 존재하고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이곳이 우리가 있어야 할 현장이지 않을까? 제도가 뒷받침하지 못하는 엉성한 그물망에 씨줄과 날줄을 한 줄씩 엮는다. 그 현장에 밥상공동체와 연탄은행이 있다.



하태화 부장 / 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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