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잘못 사용하기 쉬운 용어들

교회 내 잘못 사용하기 쉬운 용어들

[ 스페셜 ] 내가 사용하는 용어들, 맞는 표현일까?

신효선 기자 hsshin@pckworld.com
2021년 06월 24일(목) 11:29
교회 생활을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언어 중에 잘못된 용어들이 숨어 있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오늘은 크리스천들이 흔히 오용하고 있는 단어 중 기도와 교회생활, 회의 용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기도

* 대표 기도 -> 기도 인도

예배 순서 가운데 예배 인도자가 "우리를 대표해서 아무개 장로님이 기도하시겠습니다."

혹은 "우리를 대신해서 아무개 집사님이 기도해 주시겠습니다."라는 말 들어보셨죠?
이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닙니다.
온 회중이 머리를 숙여 무언의 기도를 할 때 한 사람이 소리를 내어 기도를 할 경우
우리는 이것을 '기도 인도'라고 부르는 것이 좋습니다. 기도 인도자는 기도의 대표자가 아니기 때문인데요, 만인제사장의 사상은 하나님 앞에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는 신학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도에 있어서 대표, 대신이라는 용어는 불가합니다.

기도 인도자가 그와 함께 머리를 숙인 다른 사람들과 분리될 수 없다는 차원이기도 합니다.

* 기도 드렸습니다, 기도했습니다, -> 기도드립니다, 기도합니다.

기도가 끝날 때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라고 과거형으로 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기도의 모든 말은 하나님께 아뢰는 간구로, 그 내용은 미래 지향적인 소원이 포함돼 있죠.
이러한 우리의 바람을 과거형으로 끝낼 수는 없습니다.

기도의 핵심인 간구의 내용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영원한 현재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기도의 마무리는 과거가 아닌 현재로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교회 생활

* 당회장 -> 담임 목사, 당회장(당회 회의 때만)

담임목사를 평소에도 당회장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죠, 심지어 예배 순서를 실은 주보나 교회 게시판에도 당회장 아무개 목사라고 기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의 어느 교회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그야말로 기이한 일인데요.

원래 당회장이란 영어의 모더레이터(moderator)로서 토론이나 회의의 사회자 또는 중재를 가리키는 명칭입니다. 그래서 당회 회의를 주관하는 목사를 비롯해 노회와 총회의 회의를 주관하는 사람을 모두 모더레이터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당회를 주관하는 순간은 목사를 '당회장'이라고 부를 수 있으나 그 외 시간이나 장소에서는 '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부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 호칭이 바로 잡아지지 않으면 장로를 언제 어디서나 '당회원'으로 불러야 하는 모습이 생깁니다.

* 사모 -> 사모님

스승을 높여 사부님, 스승의 부인을 높여 사모님이라고 부르죠. 하지만 그것은 남이 부를 때의 이야깁니다. 선생이 자기 자신을 사부라고 호칭하지 않듯이 목사도 자기 부인을 사모라 부를 수 없습니다.
따라서 목사가 자기 부인을 가리켜 "우리 사모" 등으로 부르는 것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또 목사 부인 역시 자신을 사모라고 불러서는 안 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사모회'는 바람직한 표현이 아닌데요, "사모"는 주로 제자나 성도들이 높여 부르는 말이기 때문에, 실제 사용될 때는 '사모님'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회의 용어

* 자벽 -> 지명, 임명

교회 회의록에 종종 '회장 자벽'이라는 기록이 보이고 심지어 '자백'이라고 잘못 써놓는 사례도 발견됩니다.
고어에 유래를 두고 있어서 현대에 와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교회가 고수하다 보니 이처럼 생소한 일이 벌어지게 된 건데요, 자벽이란, 장관이 자기 뜻대로 관원을 추천해서 벼슬을 시키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였습니다. 이는 수교집록, 조선철종실록에서 용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자벽 같은 행위는 각 관아의 우두머리가 아무런 기준도 없이 자기 사람들을 특정한 자리에 대거 기용함으로써 심각한 폐단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해, 이 용어가 갖고 있는 사회적 의미나 정서가 결코 긍정적일 수 없습니다.

* 증경 -> 전

증경 노회장, 증경 회장 등의 용어 많이 들어보셨죠?
원래 증경이란 용어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지 않았고, 중국의 고대시가에 기원을 둔 특수한 말입니다. '증'은 '일찍이', '경'은 '지내다'라는 훈을 가지고 있는데요, '일찍이 지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에서는 교단을 위해 일한 경력이 있는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 단어를 부각시킨 걸로 보이는데요, 교회 바깥에서는 이 용어를 전혀 쓰지 않고 있죠. 증경대통령, 증경총장, 증경사장이라는 호칭은 들어보지 못하셨을 겁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에서는 증경이라는 용어가 남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총회장에 한해서만 사용하도록 결의한 바 있죠.

존중하기 위한 용어로 누구나 알기 쉽고 사회가 벽을 느끼지 않도록 '전회장' 정도를 사용하는 건 어떨까요?

* 휘장 분배 -> 꽃 증정

총회나 노회에서 개회를 선포한 후 '휘장 분배'라는 순서를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름도 어렵죠? 역대 회장들과 주요 임원들이 일제히 단상으로 올라가 도열하면, 가슴에 꽃을 꽂아주는 순서인데요,
휘장이란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내기 위해 모자나 의복에 붙이는 표를 가리킵니다. 다시 말하면 '표지'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는 영어 표현인 '배지'가 오히려 더 익숙하실 겁니다.

그러나 회의 초반에 원로 회원에게 상징적인 지위를 부여하고자 배지 대신 가슴에 꽂는 꽃이 결코 휘장이라고 할 수 없고, 순서 역시 너무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굳이 이 순서를 넣어야 한다면 '꽃 증정'이 의미상 가장 타당한 선택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예배, 예식과 관련해 오용된 용어를 살펴보겠습니다.

* 본 콘텐츠는 제86회 총회에서 결의한 '바른 기독교 용어'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내가 쓰는 단어들, 맞는 표현일까? (2편)    예배, 예식에서 오용하는 용어들과 대체어    |  2021.07.1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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