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 한국의 군선교

세계 속 한국의 군선교

[ 독자투고 ]

이정우 목사
2023년 03월 06일(월) 00:10
군종대표자회의에 참석한 군종목사들(우측 두번째가 이정우 목사).
이정우목사
지난 2월 6~10일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세계 27개국,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군종대표자회의가 열렸다. 한국에서는 필자를 포함한 현역 군종목사 5명(국방부 군종과장 등), 예비역 군종목사 2명(예비역 군종실장)이 참가했다. 군종대표자회의는 올해로 34차를 맞는다. 초기에는 미국의 주도로 열렸다. 주로 미국을 포함한 나토 국가들 위주로 연합과 교류차원 성격의 모임이었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되면서 차츰 세계 군종 동향과 이슈들이 다뤄졌다. 또한 아시아권에서 대한민국과 아프리카권에서 남아프리카, 잠비아 등이 참여하면서 군종 관련 전문적이고 위상 있는 세계적인 회의로 발돋움했다.

필자는 현역시절 몇 차례 이 회의에 참여했다. 올해는 기독교군종교구를 대표하여 참석했는데 언제나 많은 통찰력을 얻게 된다. 병과 제도, 정책을 포함하여 세계 군종동향과 방향들을 감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와 통찰은 현역 군종목사들의 순환구조로 인해 오는 제도 및 정책 단절을 극복하고 세계 군종 동향과 방향을 모니터링해 지원하기 위한 방법으로 확대시켜 볼 수 있다.

올해는 루마니아 군종 역사와 미래 방향, 비전들이 주된 의제로 다뤄졌다. 루마니아 군종은 이미 1800년대 말 성직자들이 군에서 활동했으나 소비에트연방 시절 공산 치하인 1946~1995년 군종활동 자체가 중단됐다. 하지만 다시 부활해 정교회, 구교와 신교 민간성직자들이 군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서유럽 대부분의 국가(독일 제외-세계대전 전범국)들은 군에 군종장교들이 편제되어 활동하고 있지만 루마니아의 경우는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들처럼 군종장교를 두고 있지 않다. 루마니아의 군종시스템은 민간성직자가 군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 구조였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군종문제도 다뤄졌다. 우크라이나 역시 전쟁 전까지는 현역 군종장교들이 없었고 민간성직자가 종교적 지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고 전시에 46명이 현역 임관해 활동하고 있는 점이 특이했다. 6·25 전쟁 중 군종제도가 생겨났던 대한민국과 비슷했다. 불과 6개월 전, 군에 병과가 설치돼 전쟁에 임하는 군인들을 위해 영적, 종교적 지원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회의에 참여한 세계 군종대표자들은 우크라이나와 군종장교를 위해 특별기도 드리며 위로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반갑게 인사하는 분도 있었다. 2018년도 한국에서 개최한 AMCF(세계기독군인회)에 참가한 슬로바키아 장교였다. 당시 한국교회의 정성과 열정을 느끼고 배웠다고 한다. 그는 당시 일반장교로 참가했는데, 현재는 전과해 군종장교로 활동하고 있었다.

현재 기독교군종교구와 군선교계는 한국교회 50주년 희년대회를 계기로 군종병과 장군신설 등 외연 확대를 위해 안팎으로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현재 세계 각 나라 군종병과 조직을 살펴보면 미국, 캐나다, 아프리카 대륙 대부분의 나라들의 군종병과장은 '장군계급'이다. 구소련에서 독립, 군종시스템을 가동하는 초기 단계인 동유럽과 계급이 아닌 군무원 직급으로 운용하는 독일과 프랑스, 중립국으로서 병력이 적은 스위스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나라들의 병과장들은 장군계급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병과장이 3성 장군이다. 어떤 나라들은 육·해·공군 각 군별로, 또 어떤 나라들은 종교별로 장군을 병과장을 편제시키고 있다. 그만큼 군종활동을 중요시 생각하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군종병과 수준은 활동 수준이나 숫자면에서도 세계에서도 손꼽힌다. 활동 수준도 열성적이지만 숫자로 봤을 때 미국 다음인 세계 2위다.

작년 군선교 희년대회는 새로운 시작의 기점이 됐다. 희년대회를 계기로 군종병과장 장군 신설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민군에 걸쳐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하나가 되어 군선교의 장이 더 넓혀지기를 소망한다. 또한 이러한 논의들과 노력들이 군선교와 신앙전력 활동의 동력으로 작용되길, 그래서 군 안에서 활발히 전개되길 바란다.



이정우 목사 / 군선교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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