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의 나라에 살 동안 이뤄진 땅의 안식

원수의 나라에 살 동안 이뤄진 땅의 안식

[ 통으로읽는성경 ] 22.예레미야 70년- 안식 70년

조병호 목사
2023년 06월 14일(수) 11:27
예루살렘 폐허 위에 앉아 있는 예레미야를 묘사한 H. 베르네의 그림.
하나님의 명령 지켰다면 모든 백성이 하나님의 보호 아래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

예레미야 70년의 세 번째 의미는 '안식 70년'이다. 바벨론 포로 70년 동안의 안식은 사람의 안식이 아닌 땅의 안식, 즉 '예루살렘 땅의 안식'을 말한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간 이래로 지난 900여 년간 그들이 안식일과 안식년과 희년을 지키지 않은 날수를 계수하고 계셨다. 그 날수가 자그마치 70년이나 됐다. 그래서 하나님은 70년 동안 남유다 사람들을 바벨론 포로로 보내시고 예루살렘 땅을 안식하게 하겠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예루살렘 땅이 안식해야 하는 이유는 이미 레위기를 통해 주신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한다. "너희가 원수의 땅에 살 동안에 너희의 본토가 황무할 것이므로 땅이 안식을 누릴 것이라 그 때에 땅이 안식을 누리리니 너희가 그 땅에 거주하는 동안 너희가 안식할 때에 땅은 쉬지 못하였으나 그 땅이 황무할 동안에는 쉬게 되리라(레 26:34~35)."

하나님은 율법을 주시면서 안식일, 안식년, 희년의 절기를 지킬 것과 함께 유월절, 칠칠절, 초막절 명절을 지키라고 명령하셨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20세 이상 60세 미만으로 전쟁에 나갈 만한 모든 남자는 1년에 세 차례 하나님의 이름을 두려고 택하신 곳, 즉 언약궤가 있는 예루살렘 성전에 반드시 가야만 했다. 심지어 나라가 한 민족 두 국가로 나뉘었을 때에도 이 법은 반드시 지켜야 했다. 안식일은 공동체가 숨을 쉬는 날이다.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을 닮은 사람이나 심지어 소, 나귀와 같은 짐승까지도 6일 동안은 열심히 일하되 안식일에는 모두 쉬라고 말씀하셨다. 제사장 나라에서 안식일의 쉼은 누구나 '제사'에 참여하게 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다. 그리고 안식일 법이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안식년과 희년의 법도 제대로 지켜질 수 있다. 또한 매년 세 차례 여호와의 성전에 모이므로 이스라엘 전체가 신앙 공동체로서 제사장 나라를 이루게 된다.

그런데 북이스라엘은 200년간 예루살렘 성전을 찾지 않았고 단과 벧엘에 세워놓은 금송아지 우상을 섬기며 제사장 나라 거룩한 시민의 법을 기본부터 지키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제사장이 아닌 보통 사람들을 제사장으로 삼았고, 하나님이 정하신 명절 대신 여로보암이 만든 절기를 그들의 명절로 지키며 살았다. 북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선지자들을 통한 엄한 경고까지 무시하다가 마침내 앗수르 제국에 의해 멸망해 혼혈족 사마리아인이 되는 징계를 받은 것이다. 북이스라엘에 처해진 하나님의 징계를 보고서도 남유다는 하나님의 말씀에 귀기울이지 않았고 끝내 제사장 나라 거룩한 시민의 사명을 저버렸다. 결국 남유다는 그들의 죄에 대한 징계를 받기 위해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가야만 했다. 예루살렘은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언약궤를 모셔둔 성전이 있던 곳이다. 그런 예루살렘이 죄악으로 가득한 도시가 되어 하나님의 영광이 떠난 시온 산성이 됐다. 그리고 남유다가 예레미야를 통한 하나님의 경고를 무시하고 나무 멍에 대신 쇠 멍에를 택하면서 예루살렘은 바벨론 군인들에 의해 완전히 황폐한 도시가 돼버렸다.

아브라함의 후손들에게 예루살렘 성전은 하나님의 용서가 선포되는 곳이었고, 국가 보호를 출발시키는 곳이었으며, 국민 단합을 이루는 곳이었다. 즉 성전에서 하나님께 드려지는 다섯 가지 제사를 통해 그들은 자신의 죄를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남유다를 앗수르의 손에서 건져주셨던 것처럼, 예루살렘 성전은 국가 보호를 출발시키는 그런 곳이었다. 또한 이스라엘 남자들이 매년 세 차례 예루살렘 성전에 모여 그들의 단합된 모습을 보이면 주변국들은 그 힘을 두려워하며 감히 예루살렘을 침략하려 하지 못했다. 예루살렘 성전은 바로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남유다는 예루살렘을 녹슨 가마와 같은 곳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성전을 마음이 아닌 형식으로 채웠고, 하나님의 사람 예레미야가 하나님의 뜻을 전하지 못하도록 성전에 거짓 선지자를 앞세워 하나님을 모독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하나님은 남유다 사람들을 바벨론으로 70년간 보내시고 예루살렘을 타는 장작불로 소독하기로 결정하신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바벨론 군인들은 예루살렘성을 함락시키면서 부수고 불태워 사람이 살 수 없는 황폐한 곳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이 남유다에 세운 총독 그달리야조차 예루살렘에 거주하지 못하고 미스바에서 남유다를 통치했을 정도였다. 이렇게 예루살렘 땅은 70년 동안 자율이 아닌 강제적 안식을 누리게 됐다. "시온 산이 황폐하여 여우가 그 안에서 노나이다(애 5:18)."

남유다 사람들이 일주일에 6일간 일하고 7일째에 안식일을 지켰다면, 하나님 앞에 나아가 하나님과 깊은 교제가 있는 제사장 나라 거룩한 시민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들이 베들레헴의 보아스처럼 농사 지으며 밭모퉁이 일부를 남겼더라면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가 위로를 받는 제사장 나라가 됐을 것이다. 그들이 6년간 일하고 7년째에 안식년을 지켰다면, 땅이 쉼을 얻고 면제년을 지키면서 나눔과 배려가 있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들이 49년을 지내고 50년이 되는 해에 희년을 지키며 살았다면,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와 가족 수에 맞게 제비뽑아 얻었던 땅을 다시 회복하며 양극화의 갈등이 없는 공평한 사회에서 모든 국민이 행복한 그런 삶을 살았을 것이다. 또한 그들이 유월절, 칠칠절, 초막절 명절을 하나님 앞에서 지키며 살았다면, 하나님은 그들의 하나님이 되셔서 경제와 국방을 책임져 주시고, 모든 민족 사이에서 평화를 만드는 그런 월등한 민족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남유다 사람들이 그렇게 살지 못했기에 예루살렘은 예루살렘 성전이 불타 없어진 상태로 70년 동안 하나님의 용서, 이웃과의 나눔, 나라 사이에 평화를 만드는 도시가 아닌 여우들이 노니는 그런 곳이 됐다. 예레미야 70년의 세 번째 의미인 '안식 70년'은 이처럼 '예루살렘이 이웃과 나누지 않음으로 산여우와 나누는 70년'이었다.

조병호 목사 / 성경통독원 대표·통독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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