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 대로 70년만에 멸망한 대제국

예언 대로 70년만에 멸망한 대제국

[ 통으로읽는성경 ] 23.예레미야 70년- 바벨론 제국 수명 70년

조병호 목사
2023년 06월 21일(수) 14:35
벨사살 왕의 연회를 담은 렘브란트의 그림.
"바벨론 포로 70년과 귀환은 '제사장 나라의 미래 경영'과 '은혜로 품으시겠다'는 약속의 성취였다"

예레미야 70년의 네 번째 의미는 '바벨론 제국 수명 70년'이다. '520년 간 상(上) 아시아의 주인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인류 최초의 제국 앗수르를 무너뜨리고 고대 근동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했던 바벨론 제국이 예레미야의 예언 대로 70년 만에 정말 '하루 아침'에 멸망하고 말았다. 헤로도토스의 저서 '역사'를 보면, 바벨론성은 광대한 평야 한가운데 있는 대도시로 각 변의 길이가 120스타디온(14마일)에 이르렀고, 성 전체의 둘레를 합치면 56마일로, 90.16km나 됐다. 성벽은 두 채씩 마주보게 지었는데, 그 사이로 사두 전차를 타고 지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성 둘레에는 100개의 청동문이 있었으며 바벨론 도시 중앙으로 유프라테스강이 흘렀다. 이후에 페르시아가 바벨론을 점령하고 나서 세금을 걷었을 때 기록에 의하면 바벨론의 경제력은 전 아시아의 3분의 1에 해당할 만큼 막강한 나라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철옹성 바벨론성을 쌓고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던 바벨론 제국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바벨론이 제국의 문을 닫기 전날 밤의 기록이 '다니엘서'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 당시 바벨론의 왕 나보니두스는 아들 벨사살에게 나라 경영을 맡기고 10년 동안이나 사막에 가서 자신의 어머니가 믿었던 '신(SIN, 月)'이라는 신을 모시며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벨사살 왕이 귀족 천 명을 초대해서 예루살렘 성전에서 하나님께 제사드리면서 사용됐던 성전 기명으로 술잔을 삼고 그들의 온갖 신을 찬양하며 호화로운 파티를 열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를 즈음에 갑자기 사람의 손가락이 나타나서 석회벽에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벨사살부터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생각을 할 수 없게 됐으며, 넓적다리가 마치 녹아내리듯 무릎이 서로 부딪혀 덜덜 떨었다. 벨사살은 무서움에 소리치며 바벨론의 술객, 술사, 점쟁이들을 불러와 벽에 나타난 글자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뜻이 무엇인지 밝혀내라고 명령하면서 이를 맞추는 자에게 왕의 옷을 입히고 나라의 셋째 통치자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도 벽에 쓰인 글자를 알거나 해석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태후가 와서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자로 다니엘을 언급했다. 다니엘은 느부갓네살 때에도 왕의 꿈과 해석을 맞췄는데, 마음이 민첩하고 지식과 총명이 있어 능히 꿈을 해석해 은밀한 말을 밝히며 풀 수 있는 자라는 것이다.

한밤중에 왕궁으로 불려온 다니엘이 벽에 쓰인 글자를 읽고 해석했다.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 그 글자는 '하나님께서 이미 왕의 나라를 끝내시기로 결정하셨다'는 뜻이었다. 다니엘이 왕에게 '나라가 끝난다'라는 해석을 해주었음에도 벨사살은 약속대로 다니엘에게 왕의 옷을 입히고 조서를 내려 나라의 셋째 통치자로 삼았다. 그리고 그날 밤 벨사살이 죽고 바벨론은 페르시아에 망한다(단 5:30). 그 당시 벨사살은 이미 바벨론 백성에게 부적당한 통치자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게다가 느부갓네살 왕과 그의 집안, 그리고 바벨론 백성은 나보니두스와 벨사살이 섬기는 신과는 달리 '마르둑'이라는 신을 섬겼었기 때문에 벨사살을 미워하며 오히려 페르시아의 고레스(키루스 2세) 쪽으로 희망을 두고 있었다. 그때 페르시아의 고레스가 바벨론을 침략해 오면서 티그리스강의 오피스(Opis)에서 이미 승기를 잡고 바벨론성으로 오자 바벨론 백성이 자진해서 성문을 열어놓고 고레스를 해방자로 맞이한 것이다.

그렇게 느부갓네살이 영원하기를 꿈꿨던 바벨론 제국은 페르시아 제국에게 멸망했다. 바벨론을 정복한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은 새로운 제국 정책을 세우고 바벨론이 각국에서 끌어온 포로들을 자기 나라로 돌려보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바벨론의 중앙 집중화 정책으로 말미암아 바벨론이 점령한 나라의 땅이 대부분 황폐해졌고, 그로 인해 속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세금이 너무나도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르시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화' 정책을 세워 포로민들을 돌려보내면서 종교 생활을 인정해주는 대신 경제를 활성화해 페르시아로 세금을 철저히 보낼 것을 요구했다. 이때가 바로 남유다 백성이 바벨론 포로로 끌려간 지 70년이 되던 해였다.

사실 바벨론이 제국으로 세워지기 전에 이미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를 통해 제사장 나라 경영 가운데 바벨론 제국을 사용하실 것이며, 그 제국의 수명이 70년이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내가 이 모든 땅을 내 종 바벨론의 왕 느부갓네살의 손에 주고 또 들짐승들을 그에게 주어서 섬기게 하였나니(렘 27:6)". 그래서 예레미야는 거짓 선지자 하나냐가 말한 2년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인 70년을 주장했고, 바벨론에 미리 항복하게 함으로써 힘 없는 백성에게 닥칠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여보려고 그토록 애썼던 것이다. "이 모든 땅이 폐허가 되어 놀랄 일이 될 것이며 이 민족들은 칠십 년 동안 바벨론의 왕을 섬기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칠십 년이 끝나면 내가 바벨론의 왕과 그의 나라와 갈대아인의 땅을 그 죄악으로 말미암아 벌하여 영원히 폐허가 되게 하되(렘 25:11~12)".

하나님이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말씀하신 '바벨론 포로 70년의 네 가지 의미'는 이렇게 '징계, 교육, 안식, 그리고 제국 수명'이다. 이는 하나님이 레위기 26장에서 말씀하신 제사장 나라 미래 경영에 대한 약속의 성취이며, 페르시아 제국에 의한 포로 귀환은 결국 하나님의 은혜 언약으로 품으시겠다는 약속의 증거가 됐다. "내가 그들을 그들의 원수들의 땅으로 끌어 갔음을 깨닫고 그 할례 받지 아니한 그들의 마음이 낮아져서 그들의 죄악의 형벌을 기쁘게 받으면 내가 야곱과 맺은 내 언약과 이삭과 맺은 내 언약을 기억하며 아브라함과 맺은 내 언약을 기억하고 그 땅을 기억하리라(레 26:41~42)". 선지자 예레미야는 '친바벨론주의자'가 아닌 제사장 나라를 통한 '영원한 하나님나라주의자'였다.

조병호 목사 / 성경통독원 대표·통독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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