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 여전도회 ] 2024년 2월 월례회

윤효심 목사
2024년 02월 01일(목) 00:33
사진은 지난 1월 16~17일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제79회 72연합회 회장협의회에서 강의한 윤효심 총무. / 한국기독공보 DB
찬송 : 586장

성경 : 사도행전 15장 22~29절

사도행전 기록에 따르면, 예루살렘 교회 박해로 인해 흩어진 사람들 중 얼마가 수리아 안디옥 지역에 모여 교회를 세웠다. 안디옥교회는 유대인들과 이방인들이 함께 세운 교회였다. 따라서 안디옥교회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인 다문화 교회였다. 이곳에서 바나바와 바울이 협력하여 팀목회를 했고, 그 열매로 믿는 성도의 수가 점점 많아지게 됐다.

그런데 부흥하던 이 교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교회 역사상 최초로 공의회가 열리게 된다. 바로 예루살렘 공의회다. 문제의 발단은 유대로부터 온 사람들이 이방인들도 모세의 율법대로 할례를 받지 않으면 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할례를 받아야만 구원을 받느냐 하는 논쟁은 복음의 보편성과 교회의 통일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충돌이었다.

첨예한 대립으로 논쟁이 격화되자, 안디옥교회는 바울과 바나바를 비롯한 대표자 몇 사람을 예루살렘 교회로 보내 이 문제를 의논하게 했다. 공의회는 오랜 토론 끝에 이방인들도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구원을 얻는다는 사실에 모두가 동의했다. 그리하여 예루살렘 공의회의 좌장인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는 우상의 제물과 피와 목매어 죽인 것과 음행만 멀리하도록 당부하고,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율법의 무거운 짐(할례)을 지우지 말 것을 제안했고, 공의회는 이를 결의한다.

만일 예루살렘 공의회가 이방인 그리스도인도 유대인처럼 할례를 받아야만 한다고 유대식 전통을 강요했다면 안디옥교회는 어떻게 됐을까? 안디옥 교회뿐만 아니라 세계선교도 없었을 것이다. 놀라운 것은 예루살렘 공의회가 복음의 본질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의식절차와 규정을 간소화시키는 지혜로운 결단을 한 것이다.

그후로 안디옥교회는 더욱 성장해 예루살렘을 위하여 구제헌금을 하는 등 모범을 보였다. 그리고 이곳 안디옥 교회의 제자들은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또한 바울과 바나바를 최초의 선교사로 파송하는 등 초대교회 선교 사역의 중심지가 됐고, 주후 3~4세기에 번성해 안디옥 학파를 형성했다.

우리는 종종 시대마다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갈등하고 망설일 때가 있다. 그러나 예루살렘 공의회의 결정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전통은 언제나 혁신과 맞닿아 있으며, 거듭되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전통이 맥을 이어가게 됨을 보게 된다. 예루살렘 교회는 신생의 안디옥 교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무엇보다 구원의 복음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그 본질이 손상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율법 기준만을 요구하고, 그 외에는 자율성을 부여했던 것이다. 폐쇄적인 전통은 공동체를 게토화시켜서 타공동체와의 소통을 어렵게 만들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복음은 결코 폐쇄적이지 않다. 모든 장벽을 넘어드는 자유로운 날개를 가지고서 산과 바다를 넘나든다.

126년의 장구한 역사를 지켜온 여전도회도 시대마다 혁신을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따라서 우리 여전도회원들은 오늘 이 시대에 요청되는 혁신이 무엇인지 기도하며 깨우쳐서 시대마다 새역사를 창조하시는 하나님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여전도회원들은 혁신을 통해 시대를 앞서가며, 정의를 외치고 평화를 만들어가며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 온 선교여성들이다. 세상은 나날이 혼란스럽게 변해갈지라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명예로 삼는 남다른 자긍심과 남다른 헌신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시대적 과제를 의연하게 감당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선교여성들을 통해 광야 같은 이 세상에 길을 내시고, 사막 같은 우리의 심령에 강물같은 성령을 부으셔서 이 시대를 새롭게 바르게 소생시켜가시기를 소망한다.

합심기도 : 이 땅 곳곳에 선교여성들을 통해 하나님의 새역사를 창조하시고, 이 시대를 새롭게 하옵소서.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지혜로운 선택으로 공동체의 덕을 세우는 선교여성들이 되게 하옵소서.

윤효심 목사 /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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