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한 적 없는 은혜

부탁한 적 없는 은혜

[ 가정예배 ] 2024년 3월 11일 드리는 가정예배

이지원 목사
2024년 03월 11일(월) 00:10

이지원 목사

▶본문 : 누가복음 4장 14~21절

▶찬송 : 304장



플래너리 오코너(Flannery O'Connor)의 소설 '현명한 피'에 나오는 대화이다. 엄마가 아들에게 말했다. "예수님은 너를 구원하기 위해 돌아가셨어" 그러자 아들은 "난 부탁한 적이 없는데"라고 말했다. 철없어 보이는 아들의 대답을 보다가 문득 기독교의 진리를 깨달았다. 따듯한 햇살, 선선한 바람, 때에 맞는 비, 숨 쉴 수 있는 공기처럼 우리가 일상의 모든 순간 누리는 은총. 그리고 우리를 위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우리 죄를 사해주시고 구원하신 것, 그 어느 것 하나 우리가 먼저 부탁한 적 없는 은혜였다.

오늘 본문은 우리가 부탁한 적 없는 은혜를 건네시려고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다는 선포이다. 예수님이 취임설교로 인용하신 이 본문은 이사야 선지자가 포로 된 이스라엘 백성에게 '마침내 구원이 임할 것'이라고 선포한 복음이었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 말씀을 인용해서 가난하고 곤고한 일상을 사는 이들, 자유를 잃어버리고 갇힌 자 된 이들에게 자유와 은혜의 해를 이루어주기 위해 오셨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는 구원의 아름다운 소식이 먼 훗날이 아닌, '지금, 여기, 예수님과 함께 하는 곳마다' 이루어진다는 것을 삶을 통해 보여주신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 곧 천국을 '지금, 여기, 우리 일상'에 이미 갖고 오신 분이시다. 그래서 예수님의 선포는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며 오랜 고통을 참던 이들에게는 진정한 복음이었다. 그렇게 예수님은 '복음'으로 우리 눈앞에 오셨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해서 묵상해야 할 것이 있다. 이 모든 은혜가 그들이 부탁한 적 없는 은혜라는 것이다. 예수님이 언급하신 사람들을 보자. 가난한 자, 포로 된 자, 눈먼 자, 눌린 자. 모두 당시 사람들에게 배척받던 사람들이다. 예수님이 하늘의 은혜의 해를 전해주고 싶은 사람들은 염치가 없어서 감히 하나님께 뭘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은혜를 구할 수 없지만, 은혜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 예수님은 그들에게, 그들이 구한 적 없던 은혜를 부어주신다.

우리도 하나님께 무엇을 부탁하기엔 사실 염치가 없는 사람들이다. 하나님 앞에서 난 그저 부끄러운 존재라는 것을 아는 사람, 하나님의 용서의 은혜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라고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을 하나님이 좋아하신다. 그래서 우리가 광야 같이 애달픈 인생을 사는 동안 혼잣말 하며 외롭게 살지 않도록, 우리의 마지막에 주님이 함께 서 주신다. 우리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인생의 때에, 마지막으로 여겨지는 장소와 상황에, 아무도 없어도 주님이 우리의 마지막에 함께 서 계신다. 그리고 우리에게 먼저 은혜를 주신다. 우리가 부탁한 적 없는 그 은혜를.

우리 인생은 우리의 부탁이 아닌 전적으로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우리 인생에는 "하나님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렇게 주님은 오늘도 '지금, 여기, 우리 일상'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주고 계신다.



오늘의 기도

부탁한 적 없는 은혜를 부어주시는 주님의 사랑을 날마다 발견하게 하시고, 그 예수님의 은혜와 사랑을 이웃에게 나누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지원 목사/숲속샘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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