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종교개혁

코로나와 종교개혁

[ 독자투고 ]

오정현 목사
2021년 11월 16일(화) 13:52
이제 11월부터 위드 코로나이고, 우리 사회는 새롭게 출발하게 되었다. 교회의 새로운 출발은 종교개혁으로 말미암는데, 1517년 10월 31일 마틴 루터가 비텐베르그 성당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임으로써 출발한다. '95개조의 반박문'의 원래 명칭은 'Disputatio pro declaratione virtutis indulgentiarum', 즉 '면죄부의 효용성 선포에 관한 논쟁'이다. 중세 가톨릭은 면죄부를 팔기 위해 그 효용성에 대해 주장하였는데, 이에 대해 루터는 95개의 항목으로 조목조목 반박하는 대자보를 붙인 것이다. 그래서 루터의 반박문에는 면죄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고, 제21조는 이렇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교황의 면죄로써 인간은 모든 형벌로부터 해방되며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을 선포하는 면죄부 설교자들은 모두 오류에 빠져있는 것이다." 이러한 면죄부를 신자들은 돈을 주고 샀는데, 몰라서 샀다고 하기엔 면죄부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제14조는 "죽는 사람의 불완전한 건강과 자애심은 큰 공포를 반드시 초래하게 하는바 그 부정함이 심할수록 그 공포도 더욱 심해진다"인데, 여기서 주목해 봐야할 것은 '불완전한 건강'이라는 단어와 '큰 공포'라는 단어다. 왜 이런 단어가 나오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것은 페스트 때문이다. 당시 유럽은 페스트가 창궐하고 있었고,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페스트에 감염될 상황에 처해 있으니 불완전한 건강이 되겠고, 페스트에 감염됐다가는 죽게 되니 큰 공포이다. 페스트를 흑사병이라 부르는데, 시커멓게 괴사되어 죽음에 이르기 때문이다. 너무 끔찍한 모습으로 죽었으니 지옥 밑바닥에 떨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가톨릭 교리가 연옥 교리이다. 비록 천국에는 못 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옥에 떨어진 것은 아닐 거라고, 그래도 믿었던 사람이니까 그 중간단계인 연옥에 머물러 있을 거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면죄부다. 흑사병으로 너무 급작스럽게 처참하게 죽는 바람에 제대로 고해성사도 못했다. 다행히 연옥에 머물러 있게는 되었으니, 지금부터 중요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유족들이 면죄부를 사주면 된다. 금화가 돈 통에 땡그랑하고 떨어지는 순간, 그 영혼은 천국으로 쑤욱 올라가게 될 것이다.

교황청 공인 면죄부 판매사인 요한 테첼 신부는 외쳤다. "사랑하는 친척들과 친구들이 죽어서 여러분에게 외치는 소리를 들어보십시오. 우릴 좀 살려줘. 제발 좀 살려다오. 이 지긋지긋한 고문, 너희들의 잔돈 몇 푼이면 거뜬히 면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음성을…" 이어 테첼은 솔로몬이 성전을 봉헌하고 나니 성전 안에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 찼고, 그 날 밤에 하나님께서 솔로몬의 꿈에 나타나셔서 이 곳을 택하여 나에게 제사하는 성전을 삼았다고 하는 설교를 했다. 이어 나오는 성경구절은 이렇다. "혹 내가 하늘을 닫고 비를 내리지 아니하거나 혹 메뚜기들에게 토산을 먹게 하거나 혹 전염병이 내 백성 가운데에 유행하게 할 때에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 페스트가 창궐하는 때에 성전에 나와서 기도하면 전염병을 물리쳐주시겠다고 하니 은혜가 아닐 수 없다. 면죄부를 사면 그 돈으로 성 베드로 성당을 건축할 수 있고, 그 성당에서 기도하면 페스트가 물러간다고 하니, 신도들은 앞 다투어 면죄부를 샀다. 그러니 면죄부는 진짜 불티나게 팔려나갔던 것이다.

그래서 루터는 제 27조에서 "연보궤 안에 던진 돈이 땡그랑 소리를 내자마자 영혼이 연옥에서 벗어나 나온다고 말하는 것은 인간의 학설을 설교하는 것이다."했고, 제 36조에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진심으로 자신의 죄에 대해서 뉘우치고 회개하는 사람은 면죄의 증서 없이도 형벌과 죄책에서 완전한 사함을 받는다"고 했던 것이다. 루터는 면죄부를 샀기에 교황으로부터 죄사함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진심으로 회개할 때에 하나님께로부터 완전한 죄사함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구원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면죄부를 사는 행위가 아니고, 온전히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다. 여기서 종교개혁의 핵심이 되는 말씀 (롬 1:17)이 나온다.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 'Sola Fide!' 오직 믿음이다. 우리가 구원에 이를 수 있는 길은 오직 믿음, 믿음 밖에 없다.

이렇듯 종교개혁은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 가운데에서 일어났다. 중세 가톨릭은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 속에서 면죄부를 팔아 돈을 벌었다. 성 베드로 성당을 건축한다는 미명하에 힘을 다하여 면죄부를 팔면서 행위를 앞세우다가, 그래서 성 베드로 성당은 세웠으나 중세 카톨릭은 무너지고 말았다. 여기에서 출발한 것이 우리 개신교회다. 구원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은 돈이 아니다. 오직 믿음 밖에 없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출발하는 우리 한국교회는 이제부터는 돈이 아닌 오직 믿음만을 붙잡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제2의 종교개혁을 우리 교회가 되길 바란다.

오정현 목사 (면목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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