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마지막 말은 어떤 말일까?"

"내 인생의 마지막 말은 어떤 말일까?"

[ 독자투고 ] - 먼저 하늘나라로 간 여동생의 마지막 말을 되새기며

강홍준 목사
2021년 12월 07일(화) 16:30
강홍준 목사
"오빠, 나 예수 믿고 천국 갈 거야. 아멘!", "천국에서 가장 건강하고 예쁜 모습으로 부활할 거야. 오빠! 천국에서 만나..."

지난 주에 "가장 슬프고도 가장 아름다운 생일 축하"를 받고 먼저 하늘나라로 간 여동생이 이 땅에서 마지막 한 말이다. 암으로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후, 여동생의 치유를 위해서 매일 기도하면서 여동생을 만날 때마다 안수 기도해 주었다. 모든 병을 아시고 치유해 주시는 여호와 라파 되시는 하나님께서 어루만져 주셔서 여동생을 치유해 주시고 생명을 연장해 달라고 진심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던 여동생이 수술과 항암 치료를 통해 2년여를 살아왔다. 그런데 지난 1월 두통이 매우 심해서 병원에 가니 뇌로 암이 전이되었다고 해서 감마나이프 수술로 암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났는데 진통제도 듣지 않을 정도로 통증이 와서 주치의에게 가니, 암이 뼈로 전이되어 진통제도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말기암 환자들이 진통제를 아무리 많이 써도 듣지 않는 이유가 암이 뼈로 전이되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뼈로 전이되어 진통제도 통하지 않는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은 암이 전이된 갈비뼈를 제거하는 수술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쩔 수 없이 수술에 동의했다. 그러나 암이 뼈뿐 아니라 장기 내부로 전부 퍼져있어서 복부를 열었다가 그대로 닫을 수밖에 없었다. 진통제도 통하지 않는 말기암 환자인 여동생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천국에 대한 소망이었다. 그래서 기도의 내용을 바꿨다. '여동생을 편안하게 천국으로 인도해 달라'고...

수술도 받을 수 없는 여동생을 재활병원으로 옮기고, 코로나19로 면회조차 자주 할 수 없었지만 만날 때마다 "나는 예수 믿고 천국 간다. 아멘!" "천국은 병도 아픔도 고통도 없는 곳으로, 가장 건강하고 예쁜 모습으로 부활할 거야!"란 말을 반복해서 하게 했다. 그리고 면회할 때마다, 구원과 영생, 천국에 대한 소망의 성경 구절들을 프린트해서 주었다. 이 땅에서의 마지막 생일을 축하해주고 안수 기도해 준 후에 늘 하던 대로 안아주었다. 그런데 내가 묻기도 전에 "오빠, 나 예수 믿고 천국 갈 거야. 아멘!" "천국에서 가장 건강하고 예쁜 모습으로 부활할 거야. 오빠! 천국에서 만나..."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진통제도 통하지 않고, 입술이 바싹바싹 타들어 가므로 말도 잘하지 못하는 말기암 환자의 얼굴이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편안하고 행복한 얼굴로, 입을 열어 또박또박 천국과 부활, 영생에 대한 확신에 찬 고백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안아주고 볼에 뽀뽀를 해주고 병실을 나왔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저녁에 영면실(죽음을 앞둔 말기암 환자가 마지막 안식을 가지는 방)로 옮겨졌고, 이틀 뒤에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생일 축하 후에 어떤 말도 하지 못하였기에, 생일 축하 때 한 천국과 부활에 대한 확신에 찬 말이 마지막 말이 되었다.

여동생의 장례를 치르면서, 또 지금까지 "오빠, 나 예수 믿고 천국 갈 거야. 아멘!" "천국에서 가장 건강하고 예쁜 모습으로 부활할 거야. 오빠! 천국에서 만나..."라는 여동생의 마지막 말이 너무나 선명하게 귀를 맴돌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날 어떤 말을 하고 갈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 2000년 고 한경직 목사님께서 소천하시기 얼마 전, 각 교단 총회장 어른 등 한국 교계 기라성 같은 지도자들이 남한산성 한 목사님 댁을 방문했을 때 하신 말씀이 "목사님들 예수 잘 믿으십시오."라고 했다는데, 과연 나는 무슨 말을 하게 될까?

33년 동안 목회하면서 무수한 장례를 치렀고, 내 손으로 염을 하고 입관한 주검만 100명이 넘었으며, 내 손을 잡고 찬송 중에 천국 가시는 분도 계셨고, 가족을 대신해서 유언을 받고 천국으로 환송하는 임종도 여러 번 경험했지만, 여동생의 죽음과 마지막 말은 내 가슴 속에 가장 생생하고 쟁쟁하게 남아 있다. 언젠가 천국에서 다시 만날 여동생을 생각하며, 구원과 부활, 천국과 영생에 대한 명료하고 확고한 신앙고백이 담긴 나의 마지막 말을 준비해야 되겠다.

사랑하는 님이시여! 님은 이 땅에서의 마지막 순간, 어떤 말을 하고 천국을 향해 가시겠습니까?

* 본 원고는 11월 27일자 21면에 게재된 독자수필에 이어 필자가 기고한 원고입니다.

강홍준 목사/하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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