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이라는 씨실과 현장이라는 날실을 엮어

복음이라는 씨실과 현장이라는 날실을 엮어

[ 현장칼럼 ]

송기훈 목사
2022년 06월 03일(금) 00:10
송기훈 목사
복음이라는 씨실과 현장이라는 날실을 엮어

1970년대 영등포 지역 산업전도회로 출발했던 영등포산업선교회는 노동자를 교회로 초대하는 '전도'에서 노동자들이 처한 암담한 현실을 인식하고 부조리한 사회의 구조를 함께 바꿔 나가는 '선교'로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찾아갔다. 교회 울타리 너머 공장 노동자들과의 만남에서 시작된 소그룹 운동은 산업화라는 도시의 역사 속에서 감추어진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 귀가 되었고 이들을 하나로 모아내는 힘이 되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산업선교회를 해체하려는 정부의 압력과 기업의 방해가 있었다. "도시산업선교회가 들어오면 회사가 도산한다."라는 말이 매스컴에 등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것은 산업선교 운동을 와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는 외부적 힘으로 작용하였다. 노동자들의 모임은 더욱 활발해졌고 민주화를 열망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는 세계 교회가 영등포라는 한 지역에서 일어난 한국의 산업선교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실직 노동자가 다량으로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돌봄의 필요를 새롭게 발견해냈다. 이에 따라 지역과 연계하여 노숙 상황에 처한 실직 노동자들을 위한 일시 보호 시설을 설립하였고, 급변하는 노동 환경 속에서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돌보는 상담 네트워크를 조직하였다.

그렇다면 오늘날 영등포산업선교회가 새롭게 발견해야 할 노동 현장은 어디일까? 인구절벽으로 인한 노동력의 감소 추세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어지는 디지털 기계문명이 인류의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지만, 돌봄 및 서비스 영역의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며, 제조업, 건설업, 농수산업 등의 노동 현장은 하청 구조 아래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위태롭게 떠받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 중 높은 수준의 산재발생률은 이러한 환경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전 세계는 생산과 소비 급증으로 인한 탄소배출량 증가로 기후위기에 처하였고, 이로 인해 산업사회의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다. 탄소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산업이 줄어들면 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감소와 이직에 대한 해결방안 또한 마련되어야 하지만 아직 누구도 또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연탄 소비 감소에 따른 폐탄광촌의 전환 문제를 강원랜드 건설만으로 해결할 수 없었듯이, 기후위기에 따른 노동환경 재편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일이다.

현장의 노동자를 직접 만나 그 속에서 선교의 목표를 발견했던 지난 역사를 회고하며 새롭게 다가오는 역사 앞에서 어떻게 하나님 나라의 일들을 해나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나'라는 울타리를 넘어 그리고 '교회 안'이라는 장벽을 넘는 창조적인 만남들을 시도하며, 그 현장 가운데 숨겨져 있는 보물과도 같은 해결의 작은 실마리를 함께 찾아낼 일꾼들을 하루 빨리 만나고 싶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송기훈 목사 / 영등포산업선교회 교육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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