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과정에서 가진 신앙, 정착하며 잃는 악순환 깨야

탈북과정에서 가진 신앙, 정착하며 잃는 악순환 깨야

한국교회 북한이탈주민선교 현황, 총회노회교회 적극적 지원 필요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2년 06월 17일(금) 10:50
최근 한국교회 내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선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사진은 북한 현지의 모습.
지난 6일 '3만4천 탈북민과 함께 하는 범민족연합 통일대축제'에 참석한 북한이탈주민들.
올해로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2년째다. 72년 전 시작된 전쟁은 비록 1953년 7월에 휴전협정으로 멈췄으나 한반도의 대립과 긴장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민족의 고통과 아픔의 역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분단의 현실 속에서 특별히 더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이들이 바로 북한이탈주민들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3만 3000여 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 오기까지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탈출과정에서 발각되면 죽는다는 공포감과 굶주림, 질병, 폭력 등으로 인한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경험한다. 한국에 도착해서도 이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할 여유 없이 새롭게 경험하는 자본주의라는 체제 속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듯 살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로 지내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은 대한민국이 1997년 제정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호와 지원을 받고 있다. 이 법은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등으로 불리는 극심한 기근을 피하기 위해 대량 탈북이 이뤄진 시점에 제정됐다. 탈북민들은 2000년대 들어서 더욱 증가해 2009년 한해에만 2914명이 이주했을 정도로 정점에 이르렀다가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입국이 2020년 229명, 2021년 63명으로 줄어 들은 상황이다.

북한이탈주민과 한국교회는 특수한 관계를 이어왔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한국에 온 북한이탈주민 중 상당수는 탈북 과정에서 교회나 선교단체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에 따라 한국 정착 초기 북한이탈주민들은 기독교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는 탈북 과정에서 전문적인 브로커들이 개입하면서 북한이탈주민들이 탈북 과정에서 신앙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발행하는 '북한종교자유백서'는 북한이탈주민의 기독교 인구 비율이 약 41%에 달한다고 보고하고 있고,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 내 종교활동 참여비율에서도 60~70%의 북한이탈주민 교육생이 기독교 예배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역자들은 한국사회에 정착을 시작한 이들 중 약 10% 정도만 신앙을 갖고, 나머지는 중도에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북한이탈주민 선교는 처음에는 중대형교회에서 북한 선교부를 설치하거나 여러 예배 중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예배를 드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다가 2004년 이후 북한 출신 목회자가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교회를 개척하거나 남한 출신 목회자가 탈북민 사역을 목표로 개척하는 교회들이 늘어나게 됐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이 교인의 대부분인 교회는 전국에 총 60여 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총회 산하 북한선교연구소가 지난 2월 탈북민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탈북민 담임 목회의 교회 2/3 이상이 외부지원을 받고 있으며, 외부 지원이 끊기면 교회 유지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탈북민 담임 목회자들의 절반 가량은 사례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설문조사에서는 탈북민 교회의 60% 이상이 자립대상교회이며, 2020년 기준 교회 결산 금액도 1/4(24.4%)이 '1000만 원 미만'이라고 응답해 탈북민 교회와 목회자들의 재정 상황이 예상대로 매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교회 사역 시작은 2016~2020년이 43.9%로 가장 많았으며, 출석 성도수는 30명 이하가 36.6%, 31~50명이 26.8%로 50명 이하로 답해 교회의 규모가 매우 작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출석 성도는 탈북민이 65.5%로 가장 높았으며, 남한 성도가 31.4%, 조선족이 2.2%인 것으로 확인됐다.

장신대 남북한평화신학연구소에 따르면, 장신대를 졸업한 탈북민 출신 목회자는 40여 명에 이르며, 현재 학부와 대학원에 재학 중인 탈북민 학생들은 19명이고, 이중 4명은 휴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탈북민 신학생 간담회'에서 신학생들은 "탈북민들은 자체 수입이 없어서 장학금이 있어도 생활을 영위하며 공부하기 어려운 만큼 장학제도가 보다 잘 갖춰지면 좋겠다"라며, "탈북민 목회자들이 이력서를 넣어도 청빙 받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총회가 나서서 탈북민 목회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풍토가 마련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 총회는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를 통해 북한선교를 실행하고 있으며, 산하기관인 북한선교연구소, 새터민종합상담센터 등을 통해 북한이탈주민 선교정책을 연구하거나 이들이 남한에서 살면서 겪는 실제적인 어려움 및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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