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하는 교회(ecclesia militans)

전투하는 교회(ecclesia militans)

[ 독자투고 ]

최태영 목사
2022년 12월 22일(목) 16:12
교회의 정체성은 죄, 세상, 마귀와 영적으로 싸우는 데서 확립된다. 그래서 지상의 교회는 전투하는 교회로, 천상의 교회는 승리한 교회로 부른다. 승리한 교회가 되기 위해 먼저 싸워야 하고 이겨야 한다. 적(敵)을 알고 대항해서 싸우는 교회가 살아 있는 교회다. 적이 무엇인지, 원수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오히려 그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교회는 세상의 소금과 빛일 수 없을뿐더러, 더는 교회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교회의 역사, 그중에서도 신학의 역사는 치열한 영적 전투의 역사다. 영적 전투의 가장 치열한 현장은 이단과의 전쟁이다. 영지주의, 아리우스주의 등과 싸우며 기독론, 삼위일체론을 확립하였고, 펠라기우스주의, 로마가톨릭주의 등과 싸우며 구원론을 확립했다. 20세기 신학의 거장인 바르트는 무너지는 개신교 정통신학을 재건하기 위하여, 당시의 지배적인 신학인 로마가톨릭 신학 및 자유주의 신학과 싸웠다. 교회사를 점철한 이단들과의 싸움에서 교회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이 함께하시며 주재하셨기 때문이다.

교회를 위해 존재하는 신학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이단과 싸우는 일이다. 이단들은 교회 밖에서 교회를 공격하는가 하면, 교회 안에 침투하여 내부적으로 교회를 와해시키고 있다. 교회의 적은 이단이고 이단의 배후에는 사탄을 수괴로 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 사탄은 시대마다 소위 시대정신을 빙자하여 각종 이단을 만들어 내어 교회 안으로 침투하고 유포시킨다. 신학이 이것을 제때 찾아내어 격퇴하지 않으면 교회는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영적으로 침체하고 만다.

필자가 얼마 동안 이단을 연구하다가 가진 질문은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왜 이단들이 활동하도록 내버려 두시는가였다. 하나님의 능력으로 이단들을 단번에 박살 내실 수 있고, 또 아예 이단들이 생겨나지도 않게 틀어막을 수도 있으실 텐데, 왜 그냥 두시는가? 그러다 문득, 이단도 교회를 위하여 쓸모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회를 교회답게 하려고 하나님은 이단들을 사용하신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단에는 교회 밖의 이단과 교회 안의 이단이 있는데, 교회 밖 이단보다 교회 내 이단이 더 심각하다. 그래서 하나님은 교회 밖에서 활동하는 이단들을 통하여 교회 안에 있는 이단을 발견하게 하신다. 오늘날 교회 밖에 있는 수많은 이단 중에서 대표적인 것으로 신천지교, 하나님교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알아보면 모두 교회 자체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교회 안에 거대한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교회가 스스로 알지 못하고 거기에 빠져 있을 때, 하나님은 교회가 깨닫게 하시려고 교회 밖의 이단이 발생하고 창궐하는 것을 내버려 두신다.

그래서 교회 밖의 이단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교회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발견하게 된다. 신천지를 예로 들어보자. 그들은 요한계시록 공부로 뭇 영혼들을 미혹했다. 성경 65권은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을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함으로서 요한계시록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했다. 이것은 그동안 교회가 요한계시록을 어려운 책으로 간주한 나머지 가르치거나 설교하지 않았던 문제를 발견하게 했다. 종말이 가까울수록 요한계시록을 읽어야 하는데, 교회가 그동안 잠자고 있었다. 하나님은 신천지교를 사용하여 이제는 요한계시록을 깊이 공부할 때라는 것을 일깨우신 것이다. 이처럼 다른 이단들을 통해서도 죽느냐 사느냐 하는 심각한 문제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교회를 일깨우시는 것이다.

우리는 이단이 교회에 끼친 폐해에 대하여 분노하며 각종 대책을 마련한다. 그런데 이단에 대한 대책이 온전하여지려면, 교회 내부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교회 내 이단 사상과 싸워야 한다. 교회 밖 이단을 공격하는 것보다 더 철저히 싸워야 하는 대상이 바로 이것이다. 21세기 현대의 교회 안에는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영지주의와 율법주의가 다시 융성하고 있다. 16세기 개혁자들이 목숨 걸고 회복한 구원의 복음인 이신칭의 교리를 무력화하는가 하면, 성경과 양립할 수 없는 종교다원주의 사상, 동성애를 옹호하는 퀴어(queer) 사상도 활개를 치고 있다. 교회의 존폐가 달린 문제임에도 그렇게 느끼고 대책을 서두르는 교회가 얼마나 있을까?

복음을 변질시킨다면 하늘에서 온 천사라도 저주를 서슴지 않았던 사도 바울의 열심을 가진 교회가 얼마나 있을까? 구원과 영생, 하나님 나라 진리를 분별하지 못한 채 신학을 가르치고, 목회하고, 교육활동을 하고, 교회 정치를 하고 있다면,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는 어떻게 회복되며, 교회가 어떻게 세상을 살리고 치유할 수 있겠는가? 해마다 곤두박질치고 있는 교세를 어떻게 부지하며, 미전도 종족으로 추락하고 있는 다음 세대의 부흥은 어떻게 이룰 수 있겠는가? 교회는 영적 승리를 위하여 다시 전투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 혹은 하늘로부터 온 천사라도 우리가 너희에게 전한 복음 외에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를 받을지어다."(갈 1:8)



최태영 목사 /영남신대 명예교수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