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도 크리스마스가 찾아오길

전쟁터에도 크리스마스가 찾아오길

[ 성탄특집 ] 그럼에도 메리 크리스마스 ④우크라이나인 아나스타샤 씨 부부

김경주 기자 k_race@pckworld.com
2022년 12월 21일(수) 08:34
거리마다 성탄의 기쁨이 넘치는 시기이지만 아직 전쟁의 그늘에 있는 가족이 있다. 대구YMCA에서 일하고 있는 이건희 팀장(36)과 우크라이나 국적인 아나스타샤 씨(27)는 지난달 혼인신고를 마친 신혼부부다.

5월에 결혼을 할 예정이었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시작되면서 결혼은 무기한 연장됐다. 우크라이나에 있던 이건희 팀장은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에 귀국해 큰 위험을 피했다. 그러나 아나스타샤 씨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군대를 도와 싸울 것이라며 가족들과 함께 전쟁이 진행중인 우크라이나에 남아있었다.

이건희 팀장은 여자친구를 설득하고, 아나스타샤 씨가 한국으로 입국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법무부, 외교부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입국할 수 있는 비자도 알아봤다. 주변의 도움도 컸다. 이건희 팀장은 대구 YMCA 서병철 사무총장을 가장 큰 조력자로 꼽으며 "아내를 걱정하며 힘들어할 때 사무총장님이 상담도 많이 해주시고 입국 절차를 알아보는 과정도 도와주셨다. 회사의 배려가 없었다면 아내는 한국에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했지만 신혼생활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지난주 우크라이나에 남은 아나스타샤 씨의 아버지가 소집영장을 받았다.

이 팀장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역은 폭격으로 인해 전기와 수도가 끊어졌다. 하루에 두세 시간 정도 들어오지만 이마저도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아내는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에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부모님과 통화하며 안부를 묻고 있다"라며 현재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전했다.

"나이가 있는 장인어른이 전방에 배치될 일은 없겠지만, 난방도 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겨울을 날 부모님을 걱정하느라 아내는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우고 있다"며 아내를 걱정하는 이 팀장의 마음이 사랑만큼이나 크다.

그러나 이 커플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주님께서 잘 이끌어주시리라 믿는다. 아내가 건강하게 한국에 올 수 있었던 것도 불가능할 줄 알았지만 하나님의 은혜였다.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서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결혼식을 올릴 날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다"는 말 가운데 두 사람의 굳은 믿음을 옅볼 수 있다.

"비극적이고 흔하지 않은 역경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더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싸울 땐 싸우고 트리를 꾸미면서 즐거워하고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아요"

두 사람은 성탄절을 앞두고 성탄트리를 꾸미는 일에 열중하기도 했다. 이 팀장은 "만인에게 공평한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는데, 러시아에도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왔으면 좋겠다"라며 비록 러시아를 원망하고 두 사람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앗아간 전쟁이 싫지만, 러시아에도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김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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