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투고 ] '신대원생 일본 평화기행'을 다녀와서
조신영 전도사
2023년 03월 13일(월)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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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게 제주와 일본에서의 평화기행은 다시 한 번 평화를 꿈꾸게 해주었다. 제주에서는 4.3사건이 중심이었고 일본에서는 일본으로부터 희생된 조선인들과 천황제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그 현장을 방문했다. 가시리 마을 곳곳에 남겨진 4.3의 아픔의 흔적들, 일본제국주의 시절 강제징용과 원폭투하로 희생된 조선인 묘소를 방문하여 지난 역사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죄 아래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던 이들의 이야기에 분노했으며 동시에 왜 그러한 비극이 일어났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평화가 깨어진 자리에서 평화를 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카 마사하루 목사님과 가와모토 목사님 그리고 나가사키 침례교회 교인들과의 만남은 내게 큰 감동이었다. 이미 고인이 되신 오카 마사하루 목사님의 이야기는 책 '오직 한길로'를 기념관에서 만나볼 수 있었고 가와모토 목사님은 고쿠라 교회에서 천황제 강의를 통해 만나 뵐 수 있었다. 그분들은 모두 일본인이지만 일본인들이 지난 역사를 통해 가지게 된 사유와 행동에 진심으로 부끄러워하며 그들의 삶 중심에 놓인 천황이라는 존재, 제국주의에 숨은 개인, 역사에 대한 낮은 인식에 가리어 '나'와 '내가 밟고 서 있는 토대'의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음에 반성하며 일생을 바치어 용서를 구하고 계셨다.
또한 나가사키 침례교회는 나가사키에 원폭이 떨어진 11시 2분을 기억해 그 시각에 종을 치며 예배를 시작하고 있었다. 원폭 희생자 가족이라 자신을 밝힌 한 교인분이 원폭으로 희생당한 일본인 뿐 아닌 모든 이들을 위하여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벽이 깨지기를 기도제목으로 이야기하셨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러면서 오카 마사하루 목사의 자서전, '오직 한길로'를 읽으며 평화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들을 일본 기행을 통해 온 몸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평화는 '나'를 바르게 인식함에서 시작된다. 하나님 앞에서 뿐 아니라 이 땅에서의 잘못을 깨달아 뉘우치고, 내 삶의 터전에서 일어나고 있는 죄악된 일들을 지나치지 않고 나의 일로 여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번 평화기행은 평화가 깨어진 자리를 찾아가 진실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발판 삼아 진실을 바로잡고, 얽혀진 관계가 화해와 용서로 풀어질 수 있음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더디더라도 평화의 씨앗을 심는 이들이 있기에 이 땅 가운데 펼쳐질 평화의 숲을 기대하며 내 삶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평화의 씨앗을 심어갈 수 있길 기도 드리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평화 여정의 시작을 나 혼자가 아닌, 귀한 이들이 함께 있음에 깊이 감사드린다.
조신영 전도사/장신대 신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