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씨앗을 이 땅에 심어갈 수 있기를

평화의 씨앗을 이 땅에 심어갈 수 있기를

[ 독자투고 ] '신대원생 일본 평화기행'을 다녀와서

조신영 전도사
2023년 03월 13일(월) 09:18
뒷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필자 조신영 전도사다.
가와모토 요시아키 목사로부터 천황제 강의를 들은 후에 신대원생들이 함께 모였다. 왼쪽 아래에서 두번째부터 가와모토 목사와 재일대한기독교회 고쿠라교회 주문홍 목사.
신학교에 입학해서 신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해인 지난 2014년의 4월 16일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싶다는 한 가지 마음으로 시작한 신학 공부였는데, 세월호 사건은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 속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언제든 깨어질 수 있는 평화에 절망하고 마음 아파하는 시간이 계속 되었다. 그래서 신학을 하는 내내 아픔과 고통의 자리에서 함께 하시는 하나님, 갈등과 분열된 세상을 위해 오신 평화의 하나님을 믿고 의지한다 하면서도 세상의 모습에, 평화가 없는 나의 마음에 지치고 조급해하곤 했다.

그런 내게 제주와 일본에서의 평화기행은 다시 한 번 평화를 꿈꾸게 해주었다. 제주에서는 4.3사건이 중심이었고 일본에서는 일본으로부터 희생된 조선인들과 천황제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그 현장을 방문했다. 가시리 마을 곳곳에 남겨진 4.3의 아픔의 흔적들, 일본제국주의 시절 강제징용과 원폭투하로 희생된 조선인 묘소를 방문하여 지난 역사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죄 아래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던 이들의 이야기에 분노했으며 동시에 왜 그러한 비극이 일어났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평화가 깨어진 자리에서 평화를 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카 마사하루 목사님과 가와모토 목사님 그리고 나가사키 침례교회 교인들과의 만남은 내게 큰 감동이었다. 이미 고인이 되신 오카 마사하루 목사님의 이야기는 책 '오직 한길로'를 기념관에서 만나볼 수 있었고 가와모토 목사님은 고쿠라 교회에서 천황제 강의를 통해 만나 뵐 수 있었다. 그분들은 모두 일본인이지만 일본인들이 지난 역사를 통해 가지게 된 사유와 행동에 진심으로 부끄러워하며 그들의 삶 중심에 놓인 천황이라는 존재, 제국주의에 숨은 개인, 역사에 대한 낮은 인식에 가리어 '나'와 '내가 밟고 서 있는 토대'의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음에 반성하며 일생을 바치어 용서를 구하고 계셨다.

또한 나가사키 침례교회는 나가사키에 원폭이 떨어진 11시 2분을 기억해 그 시각에 종을 치며 예배를 시작하고 있었다. 원폭 희생자 가족이라 자신을 밝힌 한 교인분이 원폭으로 희생당한 일본인 뿐 아닌 모든 이들을 위하여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벽이 깨지기를 기도제목으로 이야기하셨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러면서 오카 마사하루 목사의 자서전, '오직 한길로'를 읽으며 평화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들을 일본 기행을 통해 온 몸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평화는 '나'를 바르게 인식함에서 시작된다. 하나님 앞에서 뿐 아니라 이 땅에서의 잘못을 깨달아 뉘우치고, 내 삶의 터전에서 일어나고 있는 죄악된 일들을 지나치지 않고 나의 일로 여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번 평화기행은 평화가 깨어진 자리를 찾아가 진실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발판 삼아 진실을 바로잡고, 얽혀진 관계가 화해와 용서로 풀어질 수 있음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더디더라도 평화의 씨앗을 심는 이들이 있기에 이 땅 가운데 펼쳐질 평화의 숲을 기대하며 내 삶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평화의 씨앗을 심어갈 수 있길 기도 드리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평화 여정의 시작을 나 혼자가 아닌, 귀한 이들이 함께 있음에 깊이 감사드린다.



조신영 전도사/장신대 신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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