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장소보다 더 중요한 것

총회 장소보다 더 중요한 것

[ 독자투고 ]

허웅 목사
2023년 05월 03일(수) 11:45

허웅 목사

 교단지를 통해 총회 임원회에서는 명성교회에 제108회 교단 총회 장소를 청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내용이 총회와 명성교회의 치유와 화해, 부흥을 위함이라고 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총회 임원회가 명성교회와 혹시 남아있을 수 있는 앙금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라면 좋겠다. 총회 임원회도 어쩌면 그와 같은 메시지를 그리스도인이나 세상을 향해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총회와 명성교회의 치유와 화해, 부흥을 위해 청원했다고 하는 기사 내용은 아직도 치유가 되지 않았고, 화해가 되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부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사실 시작부터 그랬지만 세상 사람들은 교회의 후임목사가 담임목사 아들이 되는 것에 큰 관심은 없었을 것이다. 인터넷 등과 같은 언론매체가 발달하기 전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을 보면 그렇다. 처음에는 기독교 언론매체에서 이슈화되던 것이 차츰 공공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이것은 자정능력을 상실해 버린 기독교의 민낯을 드러내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건강하게 신앙생활 하던 그리스도인들마저도 그런 비판적인 목소리에 환멸을 느끼며 교회를 떠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그럼에도 아들 목사가 담임목사가 되어 교회는 안정을 되찾은 듯 하지만 아직까지 치유되지 않은 부분과 온전히 화해되지 않은 부분은 교회 안에서 뿐만 아니라 교회 밖에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은 굳이 겉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들을 세상을 향해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

어느 찬양의 가사처럼 그리스도인은 한없이 연약하여 반복해서 넘어지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때마다 성령의 능력을 의지하며 일어선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큰 문제와 상처도 고치시고 싸매시는 성령의 능력으로 서로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가고 있다. 교단 내의 큰 상처와 아픔이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점점 치유돼 가리라 소망한다. 상처를 드러내야 치유가 되는 것은 육체의 상처는 의사 앞에서, 죄악의 상처는 하나님 앞에서 고백하고 드러내면 충분하다. 교회의 상처가 세상에 드러남으로써 세상 사람들에게 걱정거리 내지는 비난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바라기는 이런 과정을 잠잠히 바라보는 믿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총회 장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치유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우리 교단이 치유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의 사법지식에 의존하여 교회의 질서를 찾는 것보다 성령님의 능력으로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치유해 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번 교단 총회를 통해 우리 교단이 더욱 치유되고 회복되어 하나된 모습을 기대해 본다. 우리는 바울을 통해 초대교회에 주셨던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지혜를 얻어야 한다. "내가 너희를 부끄럽게 하려 하여 이 말을 하노니 너희 가운데 그 형제 간의 일을 판단할 만한 지혜 있는 자가 이같이 하나도 없느냐(고전6:5)".

허웅 목사/서울산정현교회 부목사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