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어가 돼버린 '가나안'

비속어가 돼버린 '가나안'

[ 독자투고 ]

김병권 장로
2023년 06월 20일(화) 10:05
언제부턴가 우리는 심심찮게 '가나안 교인', '가나안 성도'란 말을 여러 기독교 매체 또는 심지어 설교 중에도 듣게 된다. 필자는 최근 한 영성 세미나에서 이 말을 들었고, 세미나 자료에도 동일한 표현이 명시돼 있는 것을 보았다. 알다시피 '안나가'를 거꾸로 읽은 이 말은 기독교인으로 신앙고백 혹은 교회 등록을 한 후 불출석하는 경우를 말하는 은어다. 이런 일종의 언어유희가 마치 표준어처럼 사용되는 것을 보며, 필자는 '신앙인들조차 교회 출석을 너무나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하는 마음에 큰 아픔과 책임감을 느낀다. 단지 말이라고 해도 교회와 말씀이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것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특히 교계의 지도층인 학자나 목회자들이 평신도 앞에서 이런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면 숙고해 주시길 바란다. 상당수의 교인들이 이게 적절한 표현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신의 말로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다. 성경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이 소중한 생명의 말씀인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특히 성경에서 '가나안'은 약속의 땅으로 여러가지 크고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필자는 성경 속 가나안이 이제는 본래의 의미 대로 사용돼야 한다고 믿는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뜻을 잘 전달하길 원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의 소중한 뜻을 전달하는 대리자의 역할을 감당하기도 한다. 전달의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이 말, 즉 언어다. 세상에서 우리는 표준어 외에도 여러가지 은어나 언어유희를 사용하지만, 특별히 기독교인에겐 구별해 사용해야 할 불변의 언어인 하나님의 말씀이 있다.

주님이 그리스도이시고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임을 고백하며, 영생의 말씀이 주께 있음을 고백하는 신앙인들에게 말씀은 곧 길이요 등불이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성경의 말씀들을 변형하거나 다른 의미로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변질된 말씀이 아닌 하나님 말씀 그대로의 진리가 우리와 다음세대의 마음 속에 새겨지길 바란다.

우리 모두가 이런 현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상황에서 이미 '가나안 교인'이라는 말이 널리 통용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교단과 학계에서 바른 언어 사용을 위한 연구와 노력을 진행해 주시길 소망한다.

김병권 장로 / 대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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