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들의 좋은 친구가 되는 교회공동체

발달장애인들의 좋은 친구가 되는 교회공동체

[ 현장칼럼 ]

이상록 관장
2023년 11월 17일(금) 09:23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망'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건강한 삶의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를 알 수 있다. 보통 사회적 관계망을 크게 보면, 4개 차원의 관계망 서클 안에 위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차원의 관계망 서클(Circle 1: Circle of Intimacy)은 부모나 가족처럼 없어서는 안 될 아주 밀착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두 번째 차원의 관계망 서클(Circle 2: Circle of Friendship)은 아주 가깝고 밀접한 관계에 있는 친구들이다. 세 번째 차원의 관계망 서클(Circle 3: Circle of Participation)은 참여하는 기관이나 조직의 회원이나 동료들(교회 성도, 동아리 회원, 직장 동료 등)을 말한다. 네 번째 차원의 관계망 서클(Circle 4: Circle of Exchange)은 서비스 교환의 관계로 만나는 사람들이다. 서비스를 주고받는 가게의 사장님이나, 나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사람들과의 관계망이다. 일반적으로 '이상적이고 건강한 사회적 관계망'은 이 네 차원의 관계망 서클들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촘촘한 관계를 가지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만남이 더 밀착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장애를 가진 사람들, 특히 성인 발달장애인의 경우, 첫 번째 차원의 관계망(부모와 가족)과 네 번째 차원의 관계망(서비스 차원 교환적 관계망)은 있는 반면에, 두 번째 차원과 세 번째 차원의 관계망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적거나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관계망을 보통 '위험하고 외로운 삶을 표현해 주는 관계망'이라고 한다. 지역사회 내에서 함께 살아갈 친구들이나, 동료, 그리고 이웃들이 거의 없다는 것을 나타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복지 영역에서는 성인 발달장애인들의 친구나 이웃을 만들어 주기 위한 노력들이 많이 진행되어 왔다. '시민 옹호인'이라는 이름으로 성인발달장애인 당사자와 이웃과 친구가 되어, 지역사회 내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함께 하면서 지지적인 관계망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을 전개하면서, '성인 발달장애인이 친구나 이웃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누구일까?'에 대한 사회적 관계망 조사들도 함께 진행되었다. 사회적 관계망 조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놀라운 사실은 성인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친구나 가까운 동료라고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바로 교회 발달장애인부서에서 만나는 사람들, 즉 발달장애인부 교사나 교역자 그리고 발달장애인 부서의 친구들이라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성인발달장애인들이 주로 생활하고 활동하는 사회복지기관에서는 서비스를 받는 수동적인 '서비스이용인'으로 존재하지만, 교회 발달장애인부서의 예배와 활동에서는 자신이 '예배자'가 되고, 교회공동체는 자신을 한 사람의 '성도'로 존중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삶으로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성도들 간에 서로를 존중하고 깊은 사랑의 사귐을 가지는 코이노니아(Koinonia, 교제, 사귐)의 전통이 발달장애인 성도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교회와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사역을 감당하는 사역자로서 간절히 바라기는 먼저, 발달장애인이 성도가 되어 예배하고 활동할 수 있는 예배공동체(발달장애인부서, 교회)가 집 가까운 곳에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음으로 코이노니아의 영적 전통이 교회 안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로 넓어졌으면 좋겠다. 지역사회의 많은 발달장애인들과 깊이 교제하며, 그들과 자연스럽게 사랑으로, 사람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관계망이 되어주셨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 깊은 영적 역량을 가진 성도들이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하기 위한 훈련을 받고, 또 그들의 이웃이 되기 위한 노력과 봉사들을 함께 해 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교회는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교회와 성도들이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이웃들과 이어지는 '사·이·다(사랑으로 이어지다, 사람으로 이어지다)'의 역할을 잘 감당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발달장애인들이 좋은 친구와 이웃으로 생각하는 분들 가운데 우리 교회와 성도님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상록 관장 /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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