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멈추고 평화의 나라 임하길

전쟁은 멈추고 평화의 나라 임하길

[ 현장칼럼 ]

김철훈 목사
2023년 12월 01일(금) 08:42
1894년 첫 한글 구약성경을 번역한 알렉산더 피터스 목사 고향 우크라이나 드네프로를 아십니까?

2022년 2월 24일 새벽 4시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고 전쟁의 포성이 언제나 멈출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650여 일이 지나가고 있다. 더욱이 1000만 명이 넘는 피난민은 아직도 폭격으로 고향 집으로 돌아가지 못해 유랑민이 되어 주변 국가에서 원치 않는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교회봉사단은 이 피난민들을 돕고 지원하기 위해 폴란드와 헝가리 체코 등 우크라이나 피난민이 모인 곳이면 한국교회 이름으로 사랑을 안고 찾아다녔다. 자신의 생일 축하 자금을 의미 있는 곳에 쓰고 싶다며 38만 원을 후원한 청년이 있기에, 또 자신의 아르바이트 하루 일당을 후원금으로 보내온 MZ세대들의 사랑의 수고가 있는 한 한국교회는 다음세대들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지난 한 세기 동안 우크라이나는 우리 대한민국 근대 역사와 가장 비슷한 고난의 현장을 경험을 한 나라이다. 특별히 1차 세계대전에는 동쪽은 러시아로 서쪽은 오스트리아로 갈라져 동족 간에 서로 적과 적으로 만나는 전쟁을 치렀다. 안타까운 것은 1919년 1월 잠시 통일 국가를 이루었지만 한 달 만에 러시아 붉은 군대에 수도 키에프가 함락되고 73년간 볼세비키가 통치하는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살아야 했다. 그러나 1992년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진행한 개혁과 개방이라는 세계적인 변혁의 흐름 앞에 소련은 무너지고, 우크라이나는 새로운 세계질서에 편입하는 독립을 맞이하였다. 이것은 마치 1945년 대한민국이 꿈속에서 8.15 광복을 맞이했듯이 우크라이나도 독립국가의 신 새벽을 맞이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기 형상처럼 밀이 하늘을 품고 있는 풍요의 나라에 평화가 속히 오기를 기도하는 한국교회의 마음과 사랑을 담은 한국교회봉사단은 지난 7월 현지 80명의 우크라이나 목회자들을 폴란드로 초청하여 잠시나마 총성과 포탄의 공포로부터 평화를 선물해 드렸다. 초청 예배에서 성찬을 나눌 때 우크라이나 목회자들은 우리 교회가 혼자가 아니고 세계교회가 우리 와 함께 아파하고, 고난 당하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함께 눈물을 닦아주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지체임을 확인하였다.

1991년 구소련은 끝까지 사회주의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독립소비에트공화국연방을 만들지만 그 또한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해 12월 마지막 날 소련이 해체되는 역사의 현장 속에서 윤상수 선교사와 신재경 사모는 어린 딸을 품에 안고 1992년 1월 12일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 자치공화국의 씸페로뿔(Simferopol) 국제공항에 착륙하였다. 윤 선교사의 우크라이나 선교는 그가 도착하기 150년 전 1872년 우크라이나 드네프로에 독실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한 아이를 통해 하나님의 긍휼하신 사랑의 섭리가 장차 한국교회와 연결되도록 하셨다.

언어능력이 특별히 뛰어난 소년은 히브리어는 물론 고대어와 현대어에 능통하였다. 그러나 세계공황으로 일자리를 찾아 러시아 시베리아 철도 공사장으로 떠나는 길에 일본 나가사키에 잠시 머무는 동안 미국인 목사 알버트 피터스를 만나 알렉산더 피터스는 유대인으로서의 신앙을 정리하고 4월 19일 세례를 받은 그는 우크라이나 알버트 피터스로 거듭나게 되었다.

한국교회봉사단은 100여 명의 한국인선교사들의 헌신과 사랑의 수고가 이번 전쟁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열매로 전달되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한국교회 희망밥차 1호를 키이우에 있는 로고스교회에 전달하였다. '밥은 하늘입니다.'라는 시 제목처럼 미사일 표적의 공포 속에서도 따뜻한 스프와 마른 빵 한 조각에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는 우크라이나 형제·자매 어린아이들과 노약자를 위해 달려가 희망을 전달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1985년 미국성서공회의 파송 권서인(勸書人)으로 조선에 온 첫발을 디딘 24살 우크라이나 드네프로 출신 알버트 피터스는 조선팔도를 다 돌아다니며 성경을 판매할 때 조선인들이 성경읽기와 성경말씀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첫 한글 번역서로 시편촬요를 출간 보급하였다. 알버트 피터스의 성경 번역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1894년 히브리어 구약성경 원전을 한글로 번역하여 마침내 1911년 3월 9일 구약 2권 신약 1권으로 된 '한글 구역성경 전서'가 세상과 조선교회 앞에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교회봉사단은 130년 전 문맹의 나라 조선에 영혼의 양식인 한글 성경을 번역 출간해 주었던 드네프르 한 청년 사역자 처럼, 이제 한국교회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전쟁으로 무너져 내린 의료체계에 재건을 위해 한국교회 희망밥차와 보급과 더불어 한국형 보건소를 보급하기로

결심하고 이동형 엠블런스 4대를 우선 우크라이나 동서남북 현지 선교사 교회를 베이스캠프로 삼아 지원하는 그 첫발을 내디뎠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성경을 읽고, 군종 목사들을 통하여 선포되는 말씀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이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모습을 전해준 목사님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성경이 필요하고 성찬식에 필요한 성물들을 후원해달라고 하는 군종 목사의 눈빛과 목회자들을 우리 한국교회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한국교회봉사단은 한국교회와 함께 130년 전에 드네프로에서 시작한 하나님의 사랑과 섬김의 열매가 다시금 우크라이나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전쟁은 멈추고 평화의 나라가 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먼저 그 길을 여는 일에 힘써야 한다.

김철훈 목사 /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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