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돈'이란?

[ 현장칼럼 ]

김철호 목사
2020년 11월 27일(금) 15:52
IMF 외환위기 이후, 필자는 '빚꾸러기들의 채무를 탕감하는 개인파산 면책 상담'을 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늘 우리 시대 '돈 문제, 금융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고 '돈과 금융'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쌓아왔다. 이와 관련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당신에게 돈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저마다 삶에서 우려낸 그럴듯한 돈 이야기들을 쏟아낼 것이 틀림없다. 사람들의 속마음에서 일렁이는 돈에 대한 감정은 '우러러 따름'이 아닐까?

실제로 돈은 21세기 우리 생활경제의 발판이고 현재와 미래의 자랑이며 행복이다. 돈이 있어야 만족한 소비와 안락한 쉼 그리고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다. 21세기 우리 생활경제 속에서 누구라도 '소비와 쉼과 풍요로움'을 꺼리거나 싫어한다면, 그것은 21세기 시대상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도리어 '만족한 소비와 안락한 쉼과 풍요로움'이야말로 누구라도 꿈꾸어 볼 수 있는 '21세기 돈 세상'의 미덕이지 않을까?

우리는 매달 카드대금 명세표를 버거워하지만 여전히 지갑 속에 겹겹이 신용카드를 챙겨 넣는다. 신용카드야말로 우리의 헛헛한 생활경제를 뽐내고 과시하며 치장하는 도구로써 아주 유용하다. 그럭저럭 살만한 집에서 살고 있지만 더 넓고 좋은 집을 꿈꾼다. 더 크고 고급스러운 차에 눈길을 빼앗긴다. 집과 직장에서도 주식과 펀드 등 온갖 금융상품에 마음을 쓰곤 한다. 하다못해 어떤 이들은 로또 숫자 맞추기라도 해야 일주일이 견딜 만하단다. 살면서 단 한 순간이라도 '돈을 우러러 따름'에 어깃장을 놓아볼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21세기 우리 생활경제 속에서 '돈을 우러러 따름'은 예수 신앙인으로서 나에게, 우리에게 마땅한 것일까? 21세기 금융자본경제 체제에서 '돈의 실체'는 무엇일까? 옛사람들은 '돈의 실체'에 대하여 '돌고 돌아서 돈'이라고 했다. 딱 맞는 말이다. 21세기 금융자본경제 체제에서도 '돈은 돌고 돌아서 돈'이다. 그런데 21세기에 이르러 돈은 옛사람들의 생활경제에서처럼 '사람의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며 돌지 않는다. 21세기 우리 생활경제에서 돈은 '은행 또는 금융회사들이 구축해 놓은 전자금융 시스템' 안에서 '숫자'로만 돌고 돈다. 이렇게 21세기 우리 생활경제에서 '돈이 돌고 도는 시스템' 화폐의 순환을 '금융'이라고 한다. 그런데 돈이 돌고 도는 금융시스템에는 반드시 '이자와 이윤'이 따라붙게 마련이다. 이자와 이윤 없이는 '돈이 돌고 돌 일'이 없다. 21세기 금융자본경제 체제에서는 '이자와 이윤이 없는 금융'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21세기 금융자본경제 체제 속에서 '돈이 돌고 도는 금융시스템'을 공식으로 만들면 다음과 같다. '2020년 8월 본원통화(평잔) 209.9조 × 통화승수 14.77배 = 신용통화(평잔) 3,100.4조원 창출', 이 공식에서 본원통화란, 일테면 종잣돈으로써 '한국은행 발행화폐 + 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현금(시재금) + 한국은행에 예치된 지급준비금'을 말한다. 또 통화승수란, '본원통화'(종잣돈)가 돌고 도는 '속도'(배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신용통화란, '종잣돈'이 '통화승수'에 따라 돌고 돌아서 만들어지는 '총 통화'인데, 곧 '신용 - 빚'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빚'(신용통화)은 '우리 사회·경제공동체 안에서 돌고 있는 모든 돈, 우리 생활경제와 호주머니 속에 있는 모든 돈의 실체'이다. 한마디로 우리 생활경제에서 돌고 도는 모든 돈의 실체는 '21세기 금융시스템이 만들어 낸 신용통화'로써 '빚'이다. 우리 손 안에 있는 모든 돈은 누군가의 '빚'이고, 누군가의 '노동과 땀 흘림의 몫'이며, 누군가의 '필요와 쓰임'이다.

그러므로 21세기 금융자본경제 체제 속에서 우리 모두가 한편으로 '빚꾸러기'이며 또 한편으로는 '빚쟁이'이다. 21세기 금융자본경제 체제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사회·경제 공동체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빚진 자로써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는 지구촌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빚진 자로써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실천하고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김철호 목사/마당교회·민생네트워크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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