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보다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이 더 귀하다

집값보다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이 더 귀하다

[ 현장칼럼 ]

김정태 공동대표
2021년 02월 04일(목) 12:40
#중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나는 너를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 어느 날 중국 무협 영화의 복수극 제목과 같은 이 글귀가 학교 앞 현수막에 새겨졌다. 만약 이 비장하고도 섬뜩한 현수막이 사춘기 중학생인 내 아이가 다니는 교문 앞에 걸린다면 그대로 둘 수 있을까? 실제 그런 일이 서울 서초구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졌다. 놀랍게도 저 현수막을 내건 이는 그 학교 주변 주민과 학부모들이고, 그 현수막 속에 지목당한 '너'는 학교장과 교사들이다. 더 놀랍게도 그 학교 교사들은 신변의 위협마저 느낄 정도라고 하니 대체 그 중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마을결합혁신학교를 반대하는 이유

한 중학교가 혁신학교로의 전환을 두고 학부모, 교원 대상 설명회를 가진 후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학부모와 교원의 찬성률은 각각 69%와 80%로 높게 나와 혁신학교로의 전환을 준비하였다. 그러던 중에 반대표를 던진 일부 학부모와 주민들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어깃장을 놓기 시작했다. 그들이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험을 안 봐 학력이 떨어진다', '학업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가 마을에 있으면 근처 집값이 내려가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장대로 정말 혁신학교를 하면 아이들의 학력이 떨어질까? 대체 혁신학교는 무엇일까?

#마을결합혁신학교란 무엇인가?

서울시교육청의 업무담당자의 설명에 의하면 "마을결합혁신학교는 학생, 학부모, 교원, 지역사회 주민이 힘을 모아 학생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학생친화학교이자 지역사회 친화학교"라고 한다. 마을결합혁신학교의 지향점도 21세기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로 가득하다. '학생 참여형 수업', '삶에 기반한 교육', '미래교육', '문화예술교육', '한 아이도 빠짐없는 지원', '회복탄력성 교육'은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향상시킨다. 학생 스스로 수업에 참여하고 학습을 구성하며, 실천을 통해 자기 삶의 역량을 키우게 한다. OECD를 비롯해 전 세계 선진 국가들은 마을결합 혁신학교와 동일한 방향성으로 교육의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사실 과거 학교의 수업은 지역사회로부터 고립되어 교실 속 지식으로 머물렀다. 그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지역 사회의 학습자원을 연결하는 허브로서의 역할을 학교가 하는 것이다. 학생의 학습의 장을 확대시키는 학교가 바로 마을결합혁신학교이다. 정상적인 지역사회이고 학부모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정책이다. 그저 점수로 환산되는 학력 그 이상의 것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도인 것이다.

#천하보다 더 귀한 한 생명

저주를 퍼붓는 학교가 속한 지역의 학부모와 주민들의 반대 앞에 학교 구성원들의 투표를 통한 정식 동의 절차는 결국 없던 일이 돼버렸다. 서울시교육청은 반대 학부모와 주민들의 협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다 조만간 학부모 의견 수렴 절차를 다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혁신학교 지정 자체가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부동산 세력에 휘둘리는 교육현장의 모습은 눈 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다. 향후 목소리 큰 지역주민들과 부동산 세력들은 언제든 같은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사건이 될 것 같다. 안타깝지만 저주의 현수막을 교문 앞에 내건 이들에게 묻고 싶다. 무엇이 중한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아이들의 성장과 배움은 그깟 집값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다. 천하보다 한 생명이 더 귀하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 앞에 또 자라는 우리 아이들 앞에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김정태 공동대표/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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