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희년을 선포하라

우리시대의 희년을 선포하라

[ 현장칼럼 ]

김철호 목사
2021년 03월 03일(수) 12:38
2020년 6월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액이 1637조 3000억원에 이른다. 지난 분기 말보다 25조 9000억원 더 늘어났다. 여기에 더하여 가계부채와 다름없는 자영업자부채도 600여 조원까지 늘어나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 금융자본경제의 총 본산인 미국도 정부와 서민가계의 총 부채가 78조 달러까지 늘어났다. 나아가 지구촌 전체의 총부채가 280조 달러, 2006년 125조 달러보다 2배 넘게 늘어났다.

인권과 생존권의 문제

이러한 지구촌 빚 세상 경제상황 속에서, 빚을 갚을 길이 없는 빚꾸러기들에게 빚을 갚으라고 윽박질러서 가족을 해체시키고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트리며 자살대열로 내모는 것은 인권과 생존권의 문제이다. 이제 필자는 이러한 시대상황 속에서 개인파산면책제도에 대한 소시민들의 궁금증을 다섯 가지 질문에 담아서 답하고자 한다.첫 번째, 개인파산면책 개인회생 제도는 무엇인가? 21세기 빚 세상 경제상황에서 '개인파산면책·회생'제도는 빚꾸러기들의 감당할 수 없는 '빚'을 탕감하는 '법제도'( 法制度 )이다. 이 법제도는 탐욕스런 금융자본들의 과도한 대출 폐해를 치유하고 빚꾸러기들에게 잃어버린 경제활동 능력을 되찾아주는 데 목적이 있다. 1898년 남북전쟁 이후 미국이 처음으로 법제화했고, 우리나라는 1962년에 이 제도를 받아들였으나, IMF 이후에야 비로써 실효적인 법제도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 개인파산면책 개인회생 제도는 왜 필요할까? 21세기 우리 사회에는 혹독한 불법채권추심 속에서 '빚꾸러기들의 가족해체와 빈곤추락'이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노숙자가 되거나 동반자살대열로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파산면책·회생제도'는 빚꾸러기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지켜내는 마지막 버팀목이다. 나아가 개인파산면책·회생제도는 빚꾸러기들의 사회·경제활동 능력을 되살려냄으로써 국가공동체 번영에 크게 이바지한다.

세 번째,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손해 보지 않을까? 우리나라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대출금리 실체를 풀어내면 다음과 같다. '대출금리 = 기준금리(조달금리+업무원가+정책마진)+가산금리(신용위험+기간위험+변동성할증+예상마진)'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빚꾸러기들의 신용위험에 따른 가산금리를 통하여 만약에 있을지 모를 부실채권들을 손실처리하고, 부실채권시장(NPL)에서 이를 팔아넘긴다. 이처럼 개인파산면책·회생제도는 이미 죽어서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부실채권을 법적으로 확인하는 것뿐이다.

네 번째로 일반시민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하지 않을까? IMF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 정부는 공적자금 168조원을 만들어서 오롯이 부실은행들과 재벌들을 살리는 일에 다 써버렸다. IMF 외환위기로 인해 채무노예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린 빚꾸러기들에게는 단 한 푼도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 또 한편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미국은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라는 이름으로 4조 달러 넘게 돈을 찍어서 월가의 금융회사들을 살리는 일에 몽땅 사용했다. 이에 반해 미국사회 빚꾸러기들은 매년 150만명 이상 개인파산면책을 신청하고 있다. 이렇듯이 21세기 금융자본경제 체제 속에서 모든 이익은 독점자본이 몰수하고 모든 손해는 사회화한다.

다섯 번째, 개인파산면책·개인회생 제도는 사회 경제적으로 정당한가? 인류 민주주의 역사는 곧 빚 탕감운동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워 채무노예로 삼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돈벌이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고대 그리스 솔론의 혁명은 '세이삭테이아 빚더미 둘러메치기'라는 구호로 특징 지어져 나타난다. 인류역사 속에서 '빚더미 둘러메치기'라는 구호는 '민중정의이고 민주주의 혁명구호'였다. 따라서 21세기 금융자본경제 체제에서 개인파산면책·회생제도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하는 맨 밑바탕 법제도이다.

성서의 희년신앙

나아가 의심의 여지없이 뚜렷하게 성서의 희년신앙은 '모든 빚을 탕감하고, 노예를 해방하며, 빼앗은 땅을 주인에게 되돌려주라'는 신앙실천 행동을 요청한다. 21세기 금융자본경제 체제, 빚 세상 경제 속에서 신앙인이라면 누구라도 성서의 희년신앙의 요청을 외면할 수 없다. 아니, 지금껏 모르는 채 왔다면, 이제라도 돌이켜 이 신앙요청에 응답해야 하지 않을까?

김철호 목사/마당교회·민생네트워크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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