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ESG 경영

교회의 ESG 경영

[ 현장칼럼 ]

김신영 박사
2021년 06월 15일(화) 08:22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여 교회 영역의 환경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교회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발굴하여 무언가 시작해보려는 시도들이 증가하고 있고, 개인들도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신앙적 실천을 모색하는 모습들이 자주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가져온 온라인 예배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과 팬데믹에 적응하기 위해 교회가 들이는 노력에 비해 이러한 변화는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하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게 될 위험은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전 세계가 겪은 어려움보다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코로나19도 그동안 예고되어 오던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위기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기업들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혁신하는 ESG 전략을 앞세워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 BMW, 구글 등의 세계적인 기업들은 RE100(Renewable Energy 100%)을 도입하고 있다. RE100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만을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말하는데,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업체의 RE100 참여를 요구하고 있어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기업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며 국가적으로도 관련 정책의 정비와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ESG 제도가 인증기관의 이익추구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고, RE100과 같은 시도가 세계적으로 활성화 된다면 기업 활동의 핵심뿐 아니라 주변부의 변화 속도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이처럼 지금 사회는 기후위기로 인해 예상되는 위험과 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전략을 궁리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이에 비해 환경적, 사회적 가치와 건강한 지배구조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과 노력의 수준은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교회의 위험 문해력 결핍과 편협성은 한국교회에 대한 일말의 사회적 기대감마저 무너뜨렸다. 또한 내부적으로도 장년 중심, 남성 중심, 목회자 중심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체계는 한국교회의 미래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들은 이미 기업의 부적절한 경영승계, 자산의 사적유용,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권리 격차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이에 대한 기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한국교회가 이런 유의 문제들로 인해 종종 사회에 노출된다는 점은 사회가 교회를 보는 시선과 실망감이 어느 정도일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의 모범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정직하게 말해서 지금은 사회가 추구하는 변화와 가치를 보고 교회가 그것에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수준에 와 있다.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점점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기독 청년의 이탈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라도 교회는 창조신앙과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중심으로 환경과 사회에 대한 바람직한 관점과 실천적 방향을 잡고, 건강하고 민주적인 구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구조적으로 낙후된 조직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와 예상하지 못한 위기가 빈발하게 될 미래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상 가운데 복음적이고(Evangelical), 거룩하고(Sacred), 하나님 중심적인(God-centered)인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생태적(환경적, Environmental)이고, 사회적(Social)이고, 건강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추구하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신영 박사 / 생태인문학자·살림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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