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나이듦 오늘도 연습 중

긍정적 나이듦 오늘도 연습 중

[ 현장칼럼 ]

하태화 부장
2021년 06월 25일(금) 09:47
하태화 부장
우리 사회의 변화를 꼽자면 노인 인구와 1인 가구의 증가일 것이다. 그에 따라 돌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산업화 이전에 돌봄은 가족의 몫이었다. 아이 출산, 양육, 교육을 물론 노인을 부양하는 것까지 가정 내에서 이루어졌다. 심지어 결혼이나 장례 같은 큰일은 동네에서 상부상조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핵가족화되었고 1인 가구는 30%가 넘었다. 가족의 기능은 약화하여 자녀 양육이나 노인 부양은 더는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복지관에서는 2019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국 기획 사업으로 주거약자 사회통합을 위한 어울림 커뮤니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거는 물리적인 주택의 범위를 넘어 개인 생활과 사회생활이 어우러지는 생활의 장이다. 안정적인 주거는 삶의 질과 직결되어 있기에 주거취약계층의 경우 삶의 전 영역에서 어려움이 산재하고 있다.

어울림 커뮤니티 참여자들은 우리 사회의 모든 제도권 밖에서 고군분투하며 삶을 이어왔다. 사업 실패와 실직, 가족관계 단절, 주민등록 말소 등으로 더는 삶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본인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노숙과 자살을 고민했다고들 한다.

사회와 등지고 거부적이었던 분들이기에 관계를 맺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 엉킨 실타래는 힘을 주어 당기면 매듭이 더 단단해지기에 참여자들의 속도를 존중하며 차근차근히 한 발씩 내디뎠다. 그 사이에 말기 암 치료 중 돌아가신 분이 2명이나 있다. 마음이 아프지만,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드릴 수 있어 위안이 된다.

조지 베일런트 '행복의 조건'에 보면 '긍정적 노화'와 '품위 있게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긍정적 노화란 사랑하고 일하며 어제까지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배우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는 것이다. '품위 있게 나이 드는 것'은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보살피고,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자율적으로 해결하고, 오랜 친구와 계속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사업이 3년 차에 접어드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참여자들이 있다. 요즘은 이들과 함께 하는 네이버 밴드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찬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60대 전후의 독거 남성들에게 요리책과 식재료를 지원한다. 요리하는 과정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밴드에 올리고 공유한다. "처음 만들어보는 부대찌개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 하며 스스로 감탄도 하고 "평균수명이 80세가 넘으니 앞으로 20년을 더 살려면 우리도 이젠 반찬 몇 가지는 만들 수 있어야지" 이런저런 댓글과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한다. 우리는 긍정적이고 품위 있게 성장해 가고 있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이지만 외롭고 고립되지 않으며, 친밀하고 깊은 정서적 유대가 있지만 의존적이지 않은 삶을 위해 오늘도 연습한다.



하태화 부장 / 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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