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작은 자와 나중 온 사람

지극히 작은 자와 나중 온 사람

[ 현장칼럼 ]

홍윤경 소장
2021년 07월 02일(금) 08:11
홍윤경 소장
"하나님은 약자 편입니다. 하나님은 철저히 약자 편에 서십니다" 24년 전, 노조 간부로서 첫 파업을 할 때, 집회에 오셨던 어떤 목사님의 말씀이다. 9살 때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나님은 공정하신 분이 아닌가? 하나님이 누구의 편을 들다니, 한편으론 놀라웠지만 한편으론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억울하고 무섭고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내가 철저하게 약자로서 서러워하고 있었기에, 그 말씀은 생명수 같았다.

그렇다면 약자는 누구일까?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지극히 작은 자'가 그 중 한 명일 것이다. 그는 주리고, 목마르고, 나그네 되고, 헐벗고, 병들고, 옥에 갇혔다. 그리고 성서는 그가 바로 주님일 수 있으며, '그의 편'이 되어준 사람이 하나님 나라를 상속받는다고 말한다. 따라서 지금 여기, 내 옆에 있는 약자 편에 서고, 그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이 걸어야 할 길이다.

다음으로 성서가 말하는 약자는 마태복음 20장의 '나중 온 사람'이 아닐까? 여기서 '나중 온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 소외된 사람이며, 주류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비정규직을 연상시킨다. 따라서 '나중 온 사람'에게 같은 품삯을 주는 것이 바로 '약자 편'인 것인데, 이는 하나님 나라가 제시하는 진정한 공정이며 평화다.

영등포산업선교회는 지난 63년간 '지극히 작은 자'와 '나중 온 사람'에게 오롯이 주목하며 사역을 이어왔다. 일터에서 쫓겨난 억울한 노동자, 차별받아 서러운 노동자,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려다 핍박받는 노동자들이 바로 내 옆의 '약자'이기에 그들 편에 서서 그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한 길을 걸어왔다. 그러면서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동이라는 주제가 교회 내 설교, 성경공부, 기도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 비정규노동선교 핸드북'을 펴내기도 했다.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현장에 달려가서 더 이상의 죽음이 없도록 힘을 쏟았던 한 정신과 의사는 "정말 죽을 만큼 힘이 들 때, 누군가 딱 한 명, 비난하거나 충고하지 않고 내 마음을 오롯이 들어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사람은 자살하지 않는다"고 했다. 평신도 사역자로서의 나는, 바로 그 한 사람이 되고자 했고, 끊임없이 어느 자리가 '약자 편'인지 고민했다. 지금 이 순간, 그렇게 집중했던 여러 노동자의 얼굴과 말이 떠오른다.

"전엔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죠. 너무 힘들고 그럴 때 내 몸을 함부로 했었잖아요. 오죽하면 자살까지, 최후에는 막 자살소동까지 벌였지만, 여기에 오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하면서 나를 소중히 여기게 된 것 같아요.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나를 이렇게 알아주고, 아무리 무지렁이라도 '이 사람들이 날 깔보는구나, 업신여기는구나,' 이런 건 알 수 있는데, 나라는 사람을 진심으로 존중해주는 게 느껴지니까 마음이 열렸어요. 무슨 마법에 걸린 것 같았어요"

그중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던 이 이야기를 소개하며 4회에 걸친 현장칼럼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칼럼은 끝나지만 약자 편에 서는 현장에서의 고민과 실천은 계속될 것이다.



홍윤경 소장 / 영등포산업선교회 쉼힐링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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