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팬데믹과 가정폭력

코로나19팬데믹과 가정폭력

[ 현장칼럼 ]

남금란 목사
2021년 08월 13일(금) 10:44
코로나19로 가족 간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부부, 부모 자녀간의 갈등이 드러나고 실직이나 폐업 등으로 분노와 사회적 스트레스가 늘어나 그로 인한 가정폭력이 늘어나게 됐다. 그러나 보호시설에는 사람들이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간의 접촉 자체를 경계하고 꺼리다 보니 시설과 같이 모여 사는 공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큰 것 같다.

하지만 시설에서의 방역은 철저하다. 매일 두 차례의 소독과 입소인의 건강을 체크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것은 물론,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또한 입소인의 정신건강과 코로나19 피로감을 해소하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집보다 오히려 안전하고 또 함께 있어 외롭지 않다. 자주 숲 치료를 하고, 집에서 운동과 상담, 원예나 공예활동 같은 소모임도 진행되고 있다. 직업교육이나 의료서비스도 마음껏 받을 수 있지만 비용은 일체 들지 않는다. 조리사도 있어서 입소인들의 육아나 자립과 휴식을 돕고, 아이들의 비대면 학습과 사교육 그리고 돌봄 지원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뉴스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으로 인한 잔혹한 살해 사건 등을 접할 때 '피난처가 있다는 것만이라도 알았더라면' 하는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온다. 어른들에 의해 자행되는 아동 학대 사건 사고도 흔히 접하게 되는 현실이다. 가정에서 폭력이 일어나면 섣불리 해결하려 하지 말고, 우선적으로 격리돼야 한다. 참고 외면하며 아닌 척 하는 것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참고 견디는 것이 '십자가를 지는 일'이라는 생각은 큰 오해이다. 이처럼 가정폭력이 집안에서만 은밀하게 머물게 되면, 피해자는 크게 병들고 위험해진다. 가정폭력은 사소한 일로 시작되지만 매우 강력한 범죄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고 상습적으로 이뤄질 경우 피해당사자의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기 때문에 점점 외부의 도움을 청할 힘이 없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를 맞아 크게 늘어나는 가정폭력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동네 약국을 통해 단순한 수신호 하나만으로도 쉽게 경찰이나 보호시설에까지 연계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한다. 반대로 후진국이나 여성인권이 낮은 국가에서는 가정폭력이 실제로는 크게 늘고 있으나 신고건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이상 현상이 나타난다고도 한다. 전염병이 지속되면 이웃 혹은 지역사회가 단절되고 소통이 이뤄지기 어려운 분위기가 고착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동이나 폭력 피해자는 스스로가 소리를 크게 못내는 특징이 있으므로 이웃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하거나 도움의 손길을 미리 내밀어줄 필요가 있다. 혹시 가까운 곳에 말 못하고 신음하는 분들이 있다면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손잡아주었으면 한다. 본인 당사자도 용기 있게 상담이나 보호시설에 문을 두드려 주었으면 하고 기도하며 기다린다.

우리 사회의 교육의 방향도 치열한 경쟁이나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어려서부터 협력하고 소통하는 역량과, 공존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의식을 길러줄 수 있다면 폭력의 문제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 교회도 '하나 됨을 힘써 지키는 평화의 도구'가 된다면 선교의 문이 더욱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남금란 목사 / 전국여교역자연합회복지재단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시설장


※ 가정폭력 상담 및 입소상담 010-5346-6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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