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과 하나님의 뜻

내 생각과 하나님의 뜻

[ 현장칼럼 ]

남금란 목사
2021년 09월 10일(금) 08:38
살면서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일만 일어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는 것을 희망하고 자주 그렇게 기도하지만, 하늘의 뜻은 필자의 생각과 많이 다른 것 같다.

힘들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늘 아주 가까이에 있다. 시설 운영을 하면서 가끔은 피해의식이 강한 분이 들어오게 되는데, 이런 분은 사소한 일에도 자신이 소외와 무시 혹은 배반을 당했다고 원망이 많은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의도적으로 괴롭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주 공격적이고 늘 화가 나 있다.

얼마 전 어떤 분의 회갑이었는데 생신 전 날에 '시설에서 회갑을 맞다니 하루 종일 울면서 내 생을 한탄하겠노라'는 말씀을 내게 하셨다.

그 말이 아프게 와서 박혔지만, 회갑을 의미 있게 보내드리기 위한 잔치 준비를 포기하지 않았다. 꽃바구니와 선물을 준비하고 품격 있는 한정식 집에서 정갈한 음식에 예쁜 장식을 곁들이고 입소가족들과 직원들이 모여서 조촐한 예배를 드리며 축복의 덕담도 나누었다. 축하파티 후에 날씨가 더워서 차 안에서 서울의 아름다운 길을 드라이브 하고 잠시 계곡에 발을 담그고 돌아왔다. 그 분이 여느 때와 달리 하루 종일 즐거운 수다와 웃음으로 응수하셔서 우리 모두 놀라며 같이 떠들썩하게 웃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맛있게 끓여놓은 미역국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 꽉 차 있던 분노와 원망이 사라졌다고 하시면서 자신도 가족들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주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필자는 절대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생각은 하나님에 대한 월권이며 그것은 내가 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 알고는 회개했다.

물론 이런 강한 피해의식이 단번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은 물론 주변 분들의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오늘 변화의 물꼬를 튼 것이며, 다만 할 수 있는 것은 힘든 사람이나 호의적인 사람이나 하나님이 이 땅에 필요해서 보낸 '너도 나 같은 존재'라는 것을 믿는 것뿐이다. 이제 살면서 힘든 사람을 만날 때는 '저 힘든 사람을 왜 내가 만나게 되었을까' 생각되는 순간, 얼른 '그 분은 하나님이 보내주신 사람이 아닐까'라고 믿어보기로 한다. 사람은 이해받고 용서받을 때, 즉 '에고'라고 하는 거짓 자아를 수용할 때 의외로 쉽게 그 힘이 꺾이는 경우를 보게 된다. 우리는 흔히 상대의 고집은 꺾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은 그 반대로 내 자아를 꺾을 때 회복의 시작된다.

저 사람이 있어서 모두가 편할 날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공동체가 그를 받아들이고 용납함으로써 함께 성장한다. 우리가 하나 될 때 기적이 일어난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우리에게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나 소외되어야 할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

매 번 필자는 이 공동체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배우며 생면부지였던 우리도 이렇게 가족이 되어 간다. 오랜 만에 우리 가족 모두가 함빡 웃고 기쁨으로 하나 된 날이다. 이번 일이 우리를 더욱 사랑하게 만들어갈 것이다.



남금란 목사 / 전국여교역자복지재단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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