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리 교회 아나바다 운동

도심리 교회 아나바다 운동

[ 독자투고 ]

홍동완 목사
2022년 03월 08일(화) 15:03
2021년 8월부터 아나바다 운동을 시작했다. 아나바다 이름은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고'의 앞 글자를 모아서 만든 이름이다. 이미 지자체와 시민단체에서 많이 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을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자원 재활용, 근검절약, 자연환경과 지구생태계 보호라는 관점이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산골농촌에 자리하고 있는 교회에서 이 운동을 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지역사회와 소통을 위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교회가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이것을 통해 교회와 마을, 마을 주민들 간에 사랑과 인정을 나누려고 한다.

사람들 안에 내재하고 있는 탐욕은 어느 곳에나 동일하게 존재한다. 이 운동을 하는 큰 의미는 하나님의 조건 없는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고 자기가 원하는 물품을 아무 제약 없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기쁨이 발전하여 자신도 꽤 쓸만한 물품을 몰래 갖다 놓게 된다. 가져가는 기쁨도 있고 착한 마음으로 물품을 갖다 놓는 기쁨도 있다. 이것은 자발적이면서 순수한 사랑의 교류가 일어나게 한다.



제직회에서 아나바다 운동을 소개하고 시행하기로 결의했다. 성도 중에는 혹시 쓸모없는 물품을 갖다가 놓는 반 쓰레기장이 되지 않겠느냐는 염려도 있었다. 그 문제는 홍보과 관리를 잘하면 괜찮을 거라고 설득했고 무엇보다도 교회가 마을을 위한 섬김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성도들과 함께 아나바다 가판대를 만들었다. 먼저 설계하고 필요한 재료를 사다가 성도들과 함께 스스로 만들었다. 성도들은 웬만한 작업 도구를 가지고 있다. 전동드릴, 기계톱, 핸드그라인더 등을 동원해서 만들었는데, 전체비용이 약 35만원 정도 들었다. 최대한 예쁘게 만들어서 작은 선물의 집과 같은 가판대를 만들어 교회 앞에 설치했다. 마을에 홍보해서 아나바다 운동의 취지를 알렸다. 여분의 물품을 갖다 놓고 필요한 물품은 자유롭게 가져가도록 했다. 전체 관리는 우리 교회가 담당했지만, 무인(無人)으로 운영함으로 자발적 나눔 운동으로 발전시켜서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목사님,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목사님, 치약도 돼요?", " 집에 있는 물건 많이 갖다 놓을 겁니다." 주민들의 반응이 매우 호의적이었다. 홍천군 기독교연합회 목회자들이 본 교회에서 구국기도회를 가진 적이 있다. 홍천군 목회자들에게 아나바다 가판대를 보여주면서 교회 앞에 하나씩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 중 한 분은 자신의 교회 앞에 만들기로 했다고 연락이 왔다. 지금도 다양한 물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옷, 치약, 비누, 가방, 핸드백, 안전화, 모자, 쌀국수, 장신구, 부츠, 유리컵, 메모지, 그릇, 수세미 등. 이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물품들을 기증해 주셨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마10:8). 필요한 물건을 가져가는 기쁨보다 물건을 가져다 놓는 기쁨이 더 큰 것 같다. 한국교회의 운동으로 확산했으면 좋겠다. 특별히 농촌, 산촌, 어촌 등과 같은 곳에서는 중요한 사랑의 나눔의 장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발전하여 마을 바자회로 연결하고 더 많은 지역사회를 위한 운동으로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너희는 세상에 소금이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처럼 지금은 말없이 소금처럼 세상으로 스며들어야 할 때이다. 도심리 교회의 아나바다 운동이 소금의 한 모습으로 쓰임 받고 있다.





홍동완 목사 / 도심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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