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천지창조를 믿기 때문에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믿기 때문에

[ 현장칼럼 ]

이원영 목사
2022년 03월 25일(금) 00:10
이원영 목사
"안녕하세요. 저는 귀농을 준비하고 있는 이원영입니다."

요즘 자기소개를 할 때 내가 하는 말이다. 2021년부터 나는 사람의 손으로 지은 집(교회)을 떠나 하나님의 보좌인 하늘과 하나님의 발등상인 땅에서의 노동으로 매일 예배를 시작했다(행7:49). 원경선 선생님의 사위인 김준권 선생님이 운영하는 평화나무농장에서 7개월 유기농업을 배우고 우리집 텃밭에서 배운 것을 복습했다. 내가 교회를 떠나 귀농해서 농사를 지으며 살기로 결심한 이유는 단순하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를 통해 '신앙으로 읽는 생태교과서'와 '삶으로 일구는 생태영성'에 집필자로 참여하면서 내가 깨닫고 말한 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

봄기운이 완연해졌고 24절기 중 세 번째 날인 경칩(驚蟄)이 지났다. 우수(雨水)와 춘분(春分) 사이에 있는 경칩은 땅의 얼음이 녹으며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와 벌레들이 천둥소리에 놀라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다는 날이다. 경칩이 지난 지금 농촌에서는 모종을 키우면서 한해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추수를 마치고 농사를 갈무리하는 지난 겨울부터 농사는 시작되고 있었다. 땅심을 기르기 위해 퇴비를 준비하고 밭을 잘 정리하고 내년 농사를 계획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한해를 갈무리하며 양질의 퇴비를 만들기 위해 책을 살펴보았다. 석종욱의 '땅심 살리는 퇴비 만들기'다. 필자는 양질의 퇴비 없이는 땅심을 살릴 수 없고 땅심이 없으면 유기농업, 친환경농업을 실천할 수 없고 작물도 병충해를 입기 쉽다고 한다. 땅심을 키우는 퇴비는 채소의 영양에도 중요하다. 저자는 일본신생신문을 아래와 같이 인용한다.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이 조사한 '일본 식품기준 성분표'에 따르면, 시금치의 경우 영양가가 크게 줄었다. 특히 철분이 아래와 같이 감소했는데 1950년도와 비교하면 1/5정도까지 감소했다고 한다. 당근과 양배추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고 한다.


왜 이렇게 영양가가 감소했을까? 홋카이도 도립농업시험장에서는 그 원인을 생률이 빠른 품종의 도입, 하우스 연장 재배의 증가, 제철을 무시한 연중 재배, 지나치게 많은 비료에 따른 당분 감소로 보고 있다. 결국 화학비료에 의존해 효율만을 우선시하면서 재배한 결과 흙이 황폐화한 것이다.

건강한 삶은 건강한 땅을 기초로 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땅은 건강을 잃고 있다. 땅은 부동산이란 자본시장으로 인해 파헤쳐지고 덮이고 있다. 식물이 자라는 겉흙 1cm가 생성되기 위해서 30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식물을 건강하게 키울 수 없는 흙에 화학비료를 투입해 농사하고 스마트농업이란 현대적 이름을 붙여 흙 대신 수경으로 식물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인의 허기는 먹지 못해서가 아니라 건강한 땅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성서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구절로 시작한다. 이 말씀을 믿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부동산이란 안경을 벗어던지고, 우리의 모태인 땅을 보호하고 회복시키는 일에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이원영 목사 / 기독교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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