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 아동 위한 촉감교육 확대해야

시청각장애 아동 위한 촉감교육 확대해야

[ 현장칼럼 ]

홍유미 센터장
2022년 05월 13일(금) 00:10
홍유미 센터장
어린이날은 모든 어린이의 인권 보장과 복지 증진을 위한 날이다. 올해는 선포 100주년이 되는 해라 더욱 뜻깊다. 시청각장애아동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시청각장애아동은 마냥 행복한 어린이날을 맞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에서 시청각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법개정이 이뤄지며 2019년 10월 장애인복지법에 시청각장애 관련 조항이 만들어졌다. 시청각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들도 하나 둘 씩 생겼다. 시청각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이나 아쉬운 점은 대부분이 성인 시청각장애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시청각장애아동에 대한 인식이나 지원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청각장애아동의 보호자는 우리 아이가 어떻게 언어를 배울 수 있을지, 어떤 학교에 들어가야 하는지, 누가 우리 아이를 교육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외국의 경우 시청각장애아동이 태어나면 특수교육법에 따라 장애아동 교육기관에서 촉감발달을 위한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촉감교육이 시청각장애아동의 인지 발달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향후 언어적 기반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과 청각 중 조금이라도 더 발달된 감각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점자를 사용할지, 촉수화를 사용할지 등을 결정해 언어를 배우고 교육받으며 성장하는 것이다.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도 외국의 모델을 도입하여 2019년 국내 최초로 시청각장애아동을 위한 촉감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영유아부터 청소년까지 선천적으로 시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에게 다양한 촉감을 지닌 재료들을 만지고 느낄 수 있게 했다. 사실 첫 반응은 좋지 않았다. 감각이 너무 예민한 나머지 촉감치료 자체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6개월, 1년여의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은 좋아하는 감각과 싫어하는 감각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것과 싫은 것을 구분하고 난 후에는 지금 만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감각이 안정되니 인지치료나 감각통합치료 등 다른 재활치료에서도 좋은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센터가 생후 4개월 무렵 만난 시청각장애아동 윤정(가명)이는 차지증후군이라는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었다. 시청각장애 외에도 심장질환 등 여러 복합장애로 혼자서는 신변처리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두 발로 뛰어다닐 정도로 건강해졌다. 사춘기의 에너지를 발산할 곳이 없어 피부에 굳은 살이 생길 정도로 자해를 하던 정훈(가명)이는 스스로를 괴롭히는 걸 줄이고 타인과 조금씩 소통하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촉감교육이 시청각장애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꼭 받아야 하는 기초교육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잘 갈아준 땅에 물이 잘 흡수되듯, 기초가 잘 되어야 다른 치료나 교육도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청각장애아동에게 촉감치료를 제공하는 곳은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가 유일하다. 이렇다보니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시청각장애아동들은 여전히 소외돼 있다. 촉감교육이 가능한 교육자와 교육기관의 확대가 시급하다.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는 촉감교육 확대를 위해 다가오는 5월 특수교육과 교수와 선생님, 치료교사들, 소아재활 의사들로 구성된 촉감교육솔루션위원회를 발족한다. 6월에는 이들과 함께 세미나를 개최하고 사례 연구를 진행한다. 유아특수교사 네트워크도 구성해 촉감교육이 가능한 인력을 양성하려 한다.

가장 좋은 변화는 정부 차원에서 특수교육법 개정을 통해 시청각장애아동들도 교육권을 보장받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 어린이날에는 시청각장애아동들도 마땅한 권리를 누리며 온전히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홍유미 센터장/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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