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라는 말, 그 만으로도

노인이라는 말, 그 만으로도

[ 현장칼럼 ]

이은주 박사
2022년 05월 20일(금) 00:10
이은주 박사
가정의 달, 오월은 기념일이 참 많다. 잘 알고 있는 기념일은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이다. 또한 11일은 한 가정이 한 명의 아이를 입양하자는 의미를 담아 '입양의 날', 21일은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날이라는 의미로 '부부의 날'로 정했다. 그렇다 보니 여느 달 보다 '가정, 가족, 부모, 자녀, 스승' 등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전통적인 사회에서는 조부모, 부모, 자녀로 이루어진 3세대가 한 집안에 살아서 육아문제와 노인 부양문제는 자연스럽게 가정에서 해결 되었다. 그러나 산업화에 따른 핵가족 사회에서는 자녀와 함께 생활하면서 노년을 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2020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여자 86.5세, 남자 80.5세이고, 평균 83.5세이다. 현재 삼덕기억학교를 이용하시는 어르신의 평균연령은 84세이고, 70대 32.5%, 80대 50%, 90대 17.5%이다. 이용자 중에서 94세 남자 어르신이 최고령이다. 매일 정정한 모습으로 등교하고 계신다. 평균의 통계자료보다 사회복지현장에서 실제 만나는 어르신들이 훨씬 연령이 높음을 체감한다. 음악교실 시간에 어르신들이 가장 신나게 부르는 노래 중에 '백세인생'이 있다. 이 노래가사 중에 "백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처럼 지금은 현 노인세대가 100세 인생을 노래하는 시대이다.

얼마 전 기네스북에 '살아 있는 세계 최고령자' 일본의 다나카 할머니가 향년 119세로 돌아가셨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령자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118세의 시각장애를 가진 앙드레 수녀다. 역대 세계 최장수 기록의 보유자는 프랑스의 잔 루이스 칼망으로 1997년 12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오래 살고자하는 인간의 소망인 장수는 축복일까? 재앙일까? 대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축복보다는 재앙이라는 대답이 많다. 또한 몇 살까지 살고 싶으냐?는 질문에 70대에 손을 가장 많이 든다. 그 이유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내 발로 걸어 다니며 지낼 수 있는 나이라고 보기 때문이란다.

요즘 세대간의 갈등과 함께 노인에 대한 비하가 만연하다. 인터넷 은어로 틀니를 딱딱 거리는 일부 노인의 모습을 빗대어 '틀딱', '틀딱충(蟲')'이니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비하해서 '꼰대', '꼰대질'등의 표현을 하고 있다. 말(言)은 그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기에,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와 같이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도 있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 중 '황혼의 반란'에서는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이다. 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 것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한 시대를 살아온 노인 세대는 오랜 인생의 경륜과 지혜를 갖고 있기에, 지혜의 보고(寶庫)인 도서관과 견줄 만큼 소중한 존재와 보물임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또한 우리도 언젠가는 노인이 됨을 기억한다면, 겸허할 수밖에 없다. 몇 해 전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노인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다룬 인기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주인공 김혜자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늙는 거 한순간이야. 어느 순간 나처럼 된다. 나도 몰랐어. 내가 이렇게 늙어버릴 줄 ……."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노인도 귀여운 어린 아이 때와 사랑과 젊음을 만끽하던 청년의 때가 있었다. 젊은이는 아직 늙어 보지 않았지만 노인은 이미 젊어 보았다.

젊은이뿐만 아니라 노인도 그 세대에 어울리는 인간 본연의 우아함과 매력이 있다. 의학기술의 발달과 점점 편리해지는 생활환경들로 인간의 수명은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충족되고 있는 것이다. 백년이 가까워오는 세월동안 한 인생을 모두 바쳐, 가정과 나라를 위해 헌신함으로 오늘의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이룬 사람들이 지금의 노인들이다. 그들은 '노인'이라는 말, 그 만으로도 공경 받아 마땅하다. 더 이상의 그 어떤 말도 필요 없다. 노인은 또 다른 미래의 내 모습임을 인식하며, 그들의 남은 노후를 아름답게 가꿀 수 있도록 애쓰려 한다.



이은주 박사 / 삼덕기억학교 원장·기억학교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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