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피조세계를 위해

지속가능한 피조세계를 위해

[ 현장칼럼 ]

이원영 목사
2022년 05월 28일(토) 00:10
이원영 목사
며칠 전 열무김치를 담았다. 4월 초에 열무를 씨앗으로 심었으니 수확하기까지 40일이 걸렸다. 열무 사이로 적환무가 보인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처럼 열무 씨를 뿌렸는데 적환무가 자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섞어짓기 방식으로 열무와 적환무를 같이 심었는데 씨앗 하나가 섞인 모양이다.

농사는 뿌린 대로 거둔다. 씨를 뿌리고 키워서 거두려면 퇴비와 물을 흙에 공급해야 한다. 흙에 있는 퇴비는 물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질소, 인, 칼리와 같은 양분을 뿌리를 통해 흡수하면서 채소는 성장한다. 우리가 먹는 채소는 사람처럼 70% 이상이 물로 가득하다. 깨끗한 물과 양질의 퇴비를 공급하지 않으면 좋은 채소를 얻을 수 없다.

채소나 과일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 크고 흠이 없고 색이 좋은 것이다. 하지만 흠이 없는 채소나 과일을 키우려면 살충제를 뿌려야 한다. 크고 달게 키우려면 화학비료를 듬뿍 뿌려야 한다. 철이 아닌 채소와 과일을 먹으려면 겨울에는 난방을 하고, 여름에는 냉방을 하는 하우스 재배를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과일과 채소가 좋을까?

더운 여름 녹색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강물을 본 기억이 있다. 녹조 때문이다. 녹조의 원인은 물이 정화작용을 할 수 없는 유속의 흐름과 따뜻한 온도, 그리고 녹조가 좋아하는 영양분 때문이다. 녹조의 확대는 농작물을 크게 키우려는 욕심으로 과하게 뿌린 질소비료가 빗물에 씻겨 들어간 결과다. 녹조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란 독성물질이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 독성이 있는 물질이며,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녹조가 있는 물로 지은 농작물은 독성을 품은 음식이 되어 건강을 해친다.

올해 봄가뭄이 극심하다. 작년에 비해 강우량이 60% 정도다. 인도는 봄인데 47도를 육박하는 기온으로 불덩이가 되고 있다. 파키스탄 훈자 계곡에 있는 큰 다리가 불어난 강물에 무너졌다. 큰 비 때문이 아니라 북부지방의 빙하가 녹아서다. 환경의 영향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곡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이 불러온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지금 인류는 뿌린 대로 거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서기 70년 로마군단의 공격을 받고 파괴된 예루살렘의 유다교 제2신전을 재건하려던 랍비 요하난 벤 작카이는 "만약 그대가 사과묘목 한 그루를 가졌다면, 그리고 누군가 '여기에 메시아께서 계신다'고 그대에게 말해주면 그대는 사과묘목을 땅에 심고 메시아를 영접하라"고 어느 지혜로운 올빼미가 예언했다고 주장했다.

오늘 우리의 주님은 임마누엘로 우리의 지구를 통치하고 계신다. 임마누엘의 주님을 믿는 우리는 위기의 지구환경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일을 해야 한다. 뿌린 것을 거두는 회개와 함께 눈물로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기후위기대응이 필요하다. 그리스도인이 탄소중립과 생태적 삶으로 지속가능한 피조세계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우리가 사는 지금, 여기에 주님이 계신다.



이원영 목사 / 기독교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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