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인 위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개선돼야

시청각장애인 위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개선돼야

[ 현장칼럼 ]

홍유미 센터장
2022년 06월 10일(금) 00:10
홍유미 센터장
시각과 청각이 동시 손실돼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시청각장애인들은 일상생활 전반에 타인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시청각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장애인활동지원제도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란 장애로 인해 혼자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활동지원사가 가정 등을 방문해 신체활동이나 이동 보조 등을 돕는 내용이다. 우리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를 이용하는 시청각장애인들도 활동지원사와 함께 센터를 방문하는 등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까이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바라본 바 두 가지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시청각장애인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장애의 범위를 폭넓게 담아내지 못하다 보니, 시청각장애인의 경우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기 위한 심사 시 점수가 현저히 낮게 나와 실제 필요한 시간만큼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농약시, 전맹난청 등 시각이나 청각의 기능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시청각장애인들의 경우, 보행이 위태롭다든지 전농전맹과 다름없이 일상생활에 대한 어려움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활동지원사가 없다는 점이다. 촉수화를 사용하는 농기반 시청각장애인들의 경우 활동지원사들과 의사소통이 어렵다. 일상생활 전반의 도움을 받고는 있으나, 정작 소통이 되지 않다 보니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통이 되지 않다 보니 활동지원사와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센터에서 시청각장애인 동료상담사를 통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니 어떤 시청각장애인은 때로는 자신이 '짐짝'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활동지원사 중심으로 움직여지고, 자신은 옮겨지다 보니 자신의 주권을 침해받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복지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에는 시청각장애인과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양성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없다. 이렇다보니 시청각장애인들은 해당 제도를 이용하면서도 반쪽짜리 권리를 누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는 밀알장애인활동지원센터와 힘을 합쳐 하나의 대안을 내놓았다. 시청각장애인과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활동지원사를 양성하는 것이다. 활동지원사와 시청각장애인이 서로 어디에 가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과 같은 의사소통만 가능해져도 충분히 시청각장애인의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활동지원사가 반드시 받아야 하는 교육 40시간에 의사소통교육 8시간을 추가해 시청각장애인과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별도의 교육까지 이수한 만큼, 시청각장애인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할 때마다 활동보조사에게 시간당 추가 급여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전문 통역인처럼 시청각장애인의 완전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활동지원사가 양성된다면 좋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것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통역인과 활동지원사는 자격 제도도 다르고 급여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 세미나 등 반드시 통역이 필요한 자리에는 수어, 촉수화 등을 사용하는 전문통역인을 통해 의사소통서비스를 제공하고, 단순 이동이나 일상생활을 위해서는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시청각장애인의 활동지원시간이 충분해지고, 의사소통 전문 활동지원사가 늘어나는 일은 시청각장애인의 인간다운 삶 보장을 위해 필수적이다. 국가와 사회의 관심과 변화가 절실하다.



홍유미 센터장/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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