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교회의 시작

카페교회의 시작

[ 현장칼럼 ]

유대실 목사
2022년 08월 12일(금) 00:10
유대실 목사
"저의 22년 인생 중에서 지난 한 달이 가장 행복했어요."

한 청년의 고백이 내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우리는 카페교회를 시작하며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정기적 후원금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사람에게라도 일자리를 제공하여 온전한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면 더 많은 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카페교회를 시작한 지 3년이 지나도록 매출은 크게 상승하지 않았고 한 사람을 고용한다는 것은 꿈꾸기도 어려웠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상가 건물 3층에 자리한 작은 개인 카페가 살아남은 것은 교회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에게 지급된 정부 지원금이 차곡차곡(?) 쌓여 '복지사각지대'에 후원하는 일에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고용하여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처음으로 고용한 아르바이트 청년이 카페에서 한 달 일한 후에, 한 달 동안 카페에서 일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답한 내용이었다.

그 청년의 대답을 듣는 순간, 카페교회를 시작하고 달려온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오래된 아파트 상가 지하에 위치한 작은 교회에 처음 부임하여 1년을 지내며 교회의 부흥과 변화를 위해 나름대로 애를 썼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와 사정과 상황들, 핑계들이 뒤섞여 마치 한 편의 영상이 재생되다 일시 정지된 것만 같은 상황들이 반복되었다. 또한 교회가 있던 건물은 오래된 건물이라 누수가 심해 천장에서는 물이 떨어지는 일이 빈번했고 습한 환경인지라 교회 곳곳에서는 곰팡이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설상가상 교회 청년들이 결혼하여 신생아들이 늘어나는 상황이었고 비록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아이들을 그런 환경에 노출되게 할 수 없었다. 그리고 1년을 지내며 교회 재정을 살피다 보니 90% 넘는 재정이 교회 건물 유지비(임대료와 관리비)와 목회자 사례비로 지출되는 상황을 보게 되었고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첫 번째 대안은 '교회 건물을 갖지 말자'는 것이었다. 교회 모임이 일주일에 몇 시간을 넘기지 않고, 더 늘릴 마음이나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몇 시간의 모임을 위해 큰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비합리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교회 공동체는 내 교회, 우리 공간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수용하기 힘들어했고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생각한 대안은 유아실로 사용하는 공간만이라도 깨끗하게 리모델링하여 환경을 개선하고 그 공간을 지역주민에게 나누어 월세가 비합리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이 대안 역시 리모델링한 천장에서 물이 새고 지역주민들도 교회가 만들어 놓은 지하 공간을 사용하려고 하지 않아 소용없는 일이 되었다.

이제 마지막 대안은 교회를 이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하가 아닌, 30평 이상의 공간을 임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그때의 교회 형편으로 기존 형태의 교회로서는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회로의 전환이 필요했고 오랜 시간 공동체에서 함께 논의하고 고민하여 여러 유형 중에서 카페교회를 선택하게 되었다.



유대실 목사/ 예향교회·카페 투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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