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다르게 겪는 위기

함께, 다르게 겪는 위기

[ 현장칼럼 ]

김수민 살림 코디네이터
2022년 08월 19일(금) 00:10
김수민 살림 코디네이터
지난 2여 년의 시간 동안 전 세계는 감염병의 대유행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이례적인 질병 재난 사태의 초입을 떠올려보면 우리 사회에는 이른바 '마스크 대란'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의 등장과 장기화 조짐으로 보건용 마스크(KF) 품귀 현상이 일며 가격이 폭등하고 구매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이후 공적 마스크 제도가 도입되면서 마스크 대란은 막을 내렸지만 이러한 사태는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누군가는 그것을 탁월하게 방어해 내지만 누군가는 위험에 내몰린다. 마스크 대란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든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생사와 직결된 문제로 경험한 이들이 적지 않다. 감염병의 대유행, 그리고 이와 긴밀하게 연결된 기후위기의 문제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경험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코로나19의 시간을 어떻게 경험했는가? 또한, 기후위기 시대를 어떻게 겪고 있는가?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에서 개발 진행 중 있는 환경·예술 교육 프로그램 '결말 없는 페스트19 프로젝트'는 알베르 카뮈의 원작 소설 '페스트'를 각색한 희곡 '결말 없는 페스트19'를 근간으로 한다. 희곡은 '페스트'라는 사상 초유의 질병 재난 앞에 무너지는 오랑 마을과 그 속의 다양한 인물들의 가치 충돌과 입장 차이를 보여 준다.

희곡에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폐쇄된 오랑 마을에서 탈출하려는 옆 마을 출신 기자 '랑베르'와 질병 재난으로 사회가 마비되고 절망에 빠지게 된 것을 환영하는 비관적인 유튜버 '에디'(원작 코타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 같은 인물들을 통해 질병 재난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개인주의적 모습과 이를 넘어선 이기심, 타인의 절망을 통해 자기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본능적인 모습 등이 드러난다. 이는 마스크 대란을 통해 이미 확인했듯, '나만 아니면 된다' 혹은 '나만 피하면 된다'라는 식의 우리 사회가 보여준 이기심의 일면과 다르지 않다.

그런가 하면, 극 중 주인공인 의사 '유진'(원작 의사 리외)은 이성적인 성격의 인물로 오랑 마을을 덮친 페스트라는 위기와 맞서기 위해서는 인간이 각자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믿는다. 유진과 주요 갈등을 빚는 인물은 '폴 목사'(원작 파늘루 신부)이다. 폴 목사는 위기의 원인을 인간의 죄에서 찾는다. 의사로서 질병의 고통 속에 눈을 감는 무고한 사람들을 목격하는 유진은 사람들을 정죄(定罪)하는 듯한 폴 목사의 설교에 반감을 느낀다. 반면 폴 목사는 질병 재난의 도래는 지금까지의 인간의 행위를 돌아보라는 하나님의 경고이며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님을 강조한다.

두 인물의 태도는 모두 틀리지 않았다. 우리는 코로나19와 그것이 가리키는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며 이런 두 갈래의 태도가 모두 필요함을 배웠다. 또한, 이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지금까지 지구의 주인처럼 굴었던 모습을 회개하고 나아가 오늘의 나는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실천하는 것이 곧 삶의 생태적 전환의 시작이다. 이 전환의 확산을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입장과 태도를 살펴보고 이해하며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랑베르, 에디와 같은 입장도 포함된다. 우리는 같은 상황을 함께, 그러나 다르게 겪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는 누군가의 생사와 직결되기도 하고 누군가를 이기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서로 다른 상황에 놓여있음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그다음 방향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다시 질문한다. 먼저, 당신은 코로나19와 기후위기 시대를 어떤 모습으로 겪었는가?



김수민 살림 코디네이터/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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