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길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길

[ 현장칼럼 ]

유대실 목사
2022년 09월 09일(금) 00:10
유대실 목사
"다시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카페교회를 하실 건가요?"

1년 전쯤, 한 기독교 잡지사와의 인터뷰 중에 리포터가 나에게 한 질문이다. 나는 그 당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결정한 것이었기에 그랬다. 교회 이전에 관한 문제를 놓고 하나님께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는 "모든 결정은 공동체를 통해서 하라"라는 응답을 주셨고, 모든과정을 공동체와 논의하여 결정하였기 때문에, 나는 지금의 우리 교회(카페교회)의 모습이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결과물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를 카페교회로 전환하도록 인도하신 이런 방식이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다. 30여 명의 작은 규모의 공동체이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일을 진행하는 방식이 다른데 크고 작은 모든 안건을 함께 공유하고 결정하려 했으니 당연히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 방식 자체를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방식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며 "목회자가 기도하여 하나님께 응답받고 결정하면 따라가는 것이 맞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의견 조율이 잘 되지 않아 일의 진행이 더디어 답답해 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하지만 지금 와서 뒤를 돌아보며 지난 시간들을 회상할 때, 어느 것 하나 버려진 것이 없고 서로 합을 이루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렇기에 카페교회로 전환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의견을 조율하여 일을 진행하는 것이었지만 돌아보면 가장 감사한 일이었다.

카페교회로 전환하는데 있어서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는데 모델로 삼을 만한 교회가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 교회는 1987년에 선임 목사님이 개척하여 30년 넘게 전통 교회의 형태로 존재해 왔고 전통 교회 체계에 익숙해 있었는데 전혀 새로운 형태의 교회로 전환하고자 할 때 모델로 삼을 만한 교회가 없어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답답할 때가 많았다. 카페교회에 대해 알아보던 당시, 대부분의 카페교회는 교회를 개척하는 목회자가 이런, 저런 목적을 가지고 카페교회로 설립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여러 가지 조언을 구하고 싶어도 우리 교회와는 상황적으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단적인 예로, 우리 교회는 30명 이상의 성도들이 모여 예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카페는 무조건 1층에 해야 한다는 조언은 규모에 따른 임대료를 생각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전통 교회에서 카페교회로 전환한 모델을 찾고자 하였지만 찾을 수가 없어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 외에도 카페교회로 전환하는데 있어서 몇 가지 어려움이 더 있었는데 재정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인테리어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부분은 공동체가 함께 직접 시공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예배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다른 교회를 빌리거나, 공사 현장 속에서 예배해야 할 때도 있었다. 또한 제도와 절차에 대한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 예를 들면, 3층에 있는 30평 이상의 업소는 소방 시설에 대한 설치 기준이 강화된 것을 몰라 모든 인테리어를 다 새롭게 해야 할 뻔하기도 했다. 물론 하나님께서 또 다른 길을 열어 그 문제를 해결해 주셨기에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지만 그 때는 참 막막했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 이전과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지금도 여전히 똑같이 답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유대실 목사/ 예향교회·카페 투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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