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평화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평화

[ 독자투고 ]

고영은 교수
2022년 09월 13일(화) 09:28
"설마 전쟁이 나겠어"라고 생각했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벌써 6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전쟁 시작 때만 하더라도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미국 다음으로 2위 국가였던 러시아가 막강한 군사력으로 우크라이나를 일주일 정도에 함락하고 우크라이나에 친 러시아 정부를 세울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전쟁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장기적인 소모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습을 띠고 있다. 전쟁으로 세계는 전쟁의 여파로 심각한 에너지난와 식량난을 겪고 있고, 비단 에너지난과 식량난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경제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급격한 금리인상을 추진하는 바람에 신흥국들은 갑작스러운 달러 유출로 심각한 국가부도 사태의 위험으로 내몰리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전쟁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 급격한 금리인상은 결국 달러유출 방지를 위한 국내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증가시키는 한편 에너지 가격과 식량 가격의 상승은 다른 물가상승을 촉발시켜 우리 역시 인플레이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그리고 달러화 대비 원화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한 수입 원자재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있다.

현재 우리가 살고있는 한반도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은 우리와 관계없는 먼나라 이야기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사실 우리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전쟁은 경제적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국제관계에서도 큰 틀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우리에게 새로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우선 그동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우리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안보와 경제를 하나의 틀 속에 넣고 하나를 포기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중 패권 갈등은 대만 문제를 비롯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문제 등으로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미중 패권갈등은 우리로 하여금 신 냉전적 편승(bandwagoning)적 국제관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지역 안보동맹체 성격을 지니고 있었던 북대서양조약기구인 NATO의 세력 확장과 더불어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오커스 동맹, 쿼드 동맹 등 동맹국들을 결집해서 새로운 대중 전선을 형성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패권구도는 구 소련의 와해로 무너졌던 냉전 구도를 북·중·러 북방삼각동맹과 한·미·일 남방삼각동맹이라는 신냉전적 체제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냉전 체제는 자칫 국제관계에서 우리의 주권을 제한시킬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와 유럽국가들보다 한반도와 지정학적으로 더욱 밀접한 위치해 있는 러시아와 중국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한중일 남방삼각구도와 북중러 삼각구도 체계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만문제나 동중국해 문제 등에서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국제적 갈등과 대결의 격랑속으로 빠져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닥쳐올 댓가 역시도 온전히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그동안 쌓아왔던 러시아나 중국 등의 시장을 한꺼번에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이고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은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신냉전 구도는 그동안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서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레버리지를 잃어버릴 수 있다. 다음으로 사드문제 등으로 중국과 외교적 갈등이 더 깊어져 갈 수 있다. 또한 강력한 남방삼각구도에 편승하게 될 경우 일본과의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는 위안부나 징용자 등 역사문제나 독도를 위시한 7광구 해양영토문제, 방사능오염수 유출문제,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문제 등에 대해서 우리의 주장을 철회하거나 스스로 외면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누구나 평화를 원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평화는 국제적 이해관계의 충돌로 인해 해결할 수 없는 난제와 같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 보듯이 국제질서는 힘에 의한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구조이다. 국제관계에서 정의나 평화라는 말들은 안타깝지만 한낱 강대국들의 통치 수사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신중하게 현실적이고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가지고 현재처럼 대결에 편승하기보다는 우리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이해에 부합한 자세로 국제 문제에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정당성 없는 폭력적 행위라는 문제가 있지만 우리는 국제정치의 현실을 무시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미숙한 외교 역시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고영은 교수 / 영신대 통일선교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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