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기후위기 당사자입니까?"

"당신은 기후위기 당사자입니까?"

[ 현장칼럼 ]

김수민 살림 코디네이터
2022년 09월 16일(금) 00:10
김수민 살림 코디네이터
기후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 인물 하면 '그레타 툰베리'라는 이름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등교를 거부하고 기후문제 대응 시위를 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스웨덴의 10대 청소년이다. 그레타 툰베리라는 이름이 많은 이들에게 각인된 것은 그가 가지는 뚜렷한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야 마땅한 10대가 학교 가기를 거부하고 거리에 나섰다. 단호한 표정과 목소리로 기후문제의 책임을 따져 묻는 모습을 통해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의 모습은 어른에게는 '미래'세대의 '미래'를 빼앗았다는 반성의 마음을 자아내고 또래에게는 우리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그러나 그레타 툰베리가 가지는 '청소년의 기후 시위 행동'이라는 상징성은 우려되는 지점도 분명 존재한다. 기후위기는 특정층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른바 제 2의 그레타 툰베리라 불리는 이들을 향해 미안함 혹은 기특함만을 느낀다면 이는 기후문제를 '내 문제'가 아니라 단지 '그들의 문제'로 국한시키는 것이 될 수 있다.

학교 현장에서 환경 수업을 진행해보면 아이들이 이례적인 질병 재난을 비롯한 여러 이상 현상이 생태계 파괴와 그로 인한 기후문제와의 연결성을 가진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2년 반의 시간을 통해 이상하고 끔찍한 현상이 일어나는 지금의 지구를 몸과 마음으로 체득한 것이다.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기후위기 당사자라는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지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 여기에도 우려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미래세대만이 기후위기 당사자로 내세워질 경우, 기후문제는 그들에게 주어진 해결할 수 없는 숙제나 짐이 되어버릴 수 있다. 또한 이는 '기후 우울'이라는 심리와 연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우리 모두는 기후위기 당사자다.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하나님께서는 "너와 네 자손이 살기 위하여 생명을 택하라"(신 30:19)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는 생명을 택할 수 있는 주체적 존재다. 그리고 그 선택은 '너' 뿐만 아니라 '너의 자손'을 위한 주체적인 것이어야 한다. 기후위기 당사자란 모두가 기후위기 현실을 만들어온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겪고 있는 피해자이기도 하고, 또 이를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적극적인 주체임을 포함하는 말이다. 기후문제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겪게 될 아이들만을 기후문제 당사자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지금 나 자신은 기후위기 앞에서 누구인가, 물어야 한다. 나아가 나 스스로를 기후위기 당사자로 받아들인다면 미래세대에게 지구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만을 겪게 하기보다는 함께 더 나은 지구를 상상하고 실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이 개발한 '결말 없는 페스트19 프로젝트'가 9월 첫째 주부터 기독대안학교를 대상으로 시범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을 진행하며 지난 감염병 시대를 어떻게 보냈는지 묻는 질문에 아이들은 무섭고 답답했지만 오히려 좋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격리의 시간은 외로움과 두려움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편안함과 편리함의 시간이기도 했다. 지구의 입장에서 본다면 맑은 하늘을 되찾은 소중한 시간이면서 동시에 배달 음식 용기가 급증해 쓰레기 문제가 부각된 시간이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가 함께 겪고 있는 위기의 시대는 답 내리기 어려운 질문들이 쏟아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결말 없는 페스트19' 수업은 기후위기와 감염병 사회에서 자꾸만 주 당사자로 내세워지고 있는 아이들이 경험한 실제 느낌과 다양한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마음 표현과 그것에 대한 인정의 경험은 위기가 짐처럼 떠맡겨지는 시대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희망을 품는 마음의 힘을 길러줄 것이다.



김수민 살림 코디네이터/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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