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세상을 경험하다

'찐' 세상을 경험하다

[ 현장칼럼 ]

유대실 목사
2022년 10월 14일(금) 00:10
유대실 목사
"저도 이제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해 보아야겠네요." 최근에 주일 예배 중에 우리 교회 성도가 아닌 분들이 함께 참석하여 예배를 하고 난 후에 인사를 나누며 한 고백이다. 부부 같아 보였는데 아내는 축도가 끝나자마자 곧장 나갔고 남편은 끝까지 남아 인사를 나누었기에 이런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긴 이야기를 나눈 것이 아니라서 무슨 사연이 있는지, 어떤 형편 가운데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분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카페인 줄 알고 들어왔다, 예배에 참석하게 되었고 예배를 끝까지 참석하고 난 후에 잠시 멈춘 신앙 생활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카페교회를 하면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할 때가 참 많았다. 물론 카페교회이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일상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카페교회이기 때문에 경험하게 되는 하나님의 일하심은 목회자로만 살면서는 경험하기 힘든 경험들이 많다.

최근 들어 목회자의 이중직에 대해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이중직을 가지고 있는 목회자도 많지만, 여전히 많은 경우에 목회자들은 '교회 안 울타리'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 역시 카페교회를 하기 전까지는 활동 영역의 대부분이 교회였다. 만나는 사람들, 하는 일들이 대부분 교회와 관련된 경우가 많고 늘 목회와 관련된 것을 생각하고 정보를 찾아도 목회와 관련된 정보들만 찾기에 '교회 안 울타리'라는 표현을 한 것이다. 물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서, 세상 가운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교인들과의 교제를 통해서 듣고 접하지만 어디까지나 간접 경험이고 '찐'으로 알고 경험하는 것이 아니기에 깊이 와닿지 않는 경우들도 있다. 그런데 카페교회를 하면서 교인이 아닌 세상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목회가 아닌 카페 경영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면서 세상을 '찐'으로 알고 경험하며 그 가운데서 하나님의 말씀을 살아내고, 그 가운데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하는 것은 나에게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드라마틱한, 특별한 경험은 아닐지라도 카페를 운영하면서 만나는 크고 작은 일상의 삶의 문제들을 하나님께 아뢰고, 하나님과 대화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목회자로만 살면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경험들이었기 때문이다.

카페교회를 하면서 또 많이 만나는 그룹 중에 한 그룹은 '가나안' 성도들이다. 여러 자료들을 참고하면 최소 100만 명에서, 많게는 200만 명이나 되는 성도들이 신앙은 가지고 있지만 교회는 출석하고 있지 않은 '가나안' 성도라고 한다. 카페에 오는 손님들 중에 종종 내가 목회자인 것을 알고 자신이 '가나안' 성도임을 밝히는(?) 경우들이 있다. 카페로 알고 찾아온 곳에서 목회자를 만나 교회에서 받은 상처들을 토로하기도 하고, 교회가 세상과 다를 바가 없다며 격앙된 어조로 열변을 토하기도 한다. 때로는 함께 공감하고, 때로는 교회와 목회자를 대변하기도 하며 우리 교회를 카페교회로 전환하게 하신 하나님의 목적 가운데 하나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나는 더 이상 교회라는 울타리에만 머물지 않고 세상 가운데로 나아가, '찐' 세상을 알고 경험하고 세상 가운데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고 경험하며, 교회를 박차고 나가 세상 가운데 머물고 있는 성도들을 만나 교회의 교회다움과 참 신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되는 카페교회를 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린다.



유대실 목사/ 예향교회·카페 투힘 대표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