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위기, 함께 만드는 결말

지구의 위기, 함께 만드는 결말

[ 현장칼럼 ]

김수민 코디네이터
2022년 10월 21일(금) 00:10
김수민 살림 코디네이터
사랑받는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웹툰'은 보통 웹 페이지를 통해 주 1, 2회의 만화를 연재하는 것을 말한다. 가끔씩 이벤트성으로 인기 작가들을 모아 '릴레이 툰'이라는 것이 연재되기도 하는데, 이는 여러 명의 인기 작가가 각자 한 회차씩을 맡아 만화를 전개하는 것을 말한다. 바통을 넘겨받듯이 앞사람이 만들어 놓은 이야기의 다음 전개를 잇고 이어서 결말까지 다다른다. 이런 릴레이 툰의 매력은 앞사람이 저질러놓은 엉뚱한 전개를 잘 이어받을 수 있을지, 그러면서도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어가는지를 지켜보는 데에 있다.

환경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전하다 보면, 꼭 엉뚱하게 저질러놓은 릴레이 툰을 넘겨주는 기분이 되곤 한다. '뒷사람이 처리하겠지' 하는 태도로 마구 써 내린 환경 파괴와 기후변화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알아서 채워보라며 떠넘기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이곳에서 펼쳐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어떤 결말에 다다르게 될까? 적극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지 않으면, 이대로 지구의 온도가 계속해서 오르고 동식물이 살 곳을 잃게 되면 우리 인간에게도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 이런 절망적인 내일이 그려지는 상황 속에서 환경 교육을 접하는 아이들을 만날 때 유의하는 지점이 있다. 환경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지만 그것만이 강조되도록 전달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성장 중심의 자연 파괴적 행위와 그 결과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태도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어른들이 반복해왔던 관행들을 멈춰서 생각해보고 이제는 방향을 바꾸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행위의 주된 주체가 아니었던 아이들에게 환경 문제를 전하며 좀 더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은 '반성'보다 '상상'에 있다. 상상하지 않는 미래는 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달라질 내일을 상상하는 것에서부터 위기일발의 지구를 구하는 첫걸음이 시작될 것이다.

'결말 없는 페스트19 프로젝트'의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수업을 통해 나누는 오랑 마을의 이야기에는 아직 결말이 없다. 감염병이 모두 물러간 듯한 오랑 마을이 과연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질문하며 아이들과 함께 마지막 페이지를 만들어간다. 오랑 마을 이야기의 결말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은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시대를 지나가며 다가올 내일을 상상해보는 작업이면서 동시에 기후 위기라는 지구의 위기, 그 다음을 상상해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절망보다 희망을 바라보고 선택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하고"(마 25:21)라고 하신 예수님의 비유 말씀을 '결말 없는 페스트19' 수업 마지막 차시의 주제 말씀으로 꼽았다. 우리에게는 하나님께서 맡기신 것을 땅 속에 묵혀두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꺼내어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마음과 힘을 다해 그 책임을 다 했을 때 언젠가 우리는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의 즐거움이란 이사야서 65장에서 말하고 있는 새 하늘과 새 땅의 모습과 같지 않을까? '결말 없는 페스트19'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은 자기 마음의 힘을 길러 다음 발걸음을 상상하는 도전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보이지 않는 내일의 결말을 함께 과감하게 써 내려갈 것이다. 각 현장마다 다르게 쓰일 여러 결말들이 모여서 지구와 우리의 내일을 만들어가는 시작점이 되어주리란 희망찬 기대를 모은다.



김수민 살림 코디네이터/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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