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봄날과 목회

셰어하우스 봄날과 목회

[ 현장칼럼 ]

최규현 대표
2022년 11월 04일(금) 00:10
최규현 대표
2014년 신대원에 입학하면서 다짐했던 것들이 생각난다. 그중에 하나가 '자립'이었다. 자립을 하고 싶었던 첫 번째 이유는 목회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족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는 일이 없었으면 했고, 사역지를 사례비로 판단하고 타협하지 않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내가 만약 개척교회를 시작하고 담임목회를 하게 될때 재정의 많은 부분을 목회자 가정의 생계보다는 더 필요한 곳에 잘 사용할 수 있는 교회를 만들고 싶었다.

교회과 성도의 수가 줄고 있고, 신학교를 통해 배출되는 목회자들은 여전히 넘쳐나고 있다. 2017년 신대원을 졸업 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에서 첫 목사고시를 치르는 날이었다. 통합교단에서만 1000여 명이 훌쩍 넘는 목사 후보생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이중에서 50%정도가 합격을 하고 나머지 50%는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

나는 목사고시 첫해에 한 과목을 불합격해 다음해 한번 더 목사고시를 볼 수밖에 없었다. 2018년 두 번째 목사고시를 치르기 위해 갔을 때,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와 거의 동일한 숫자의 지원자들이 예배당에 앉아 있었다. 예배당에 가득한 목사 후보생들을 보니 한국교회의 현실을 처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목회 현장도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현상에 젊은 목회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담임목사 청빙이라는 벽은 그 높이가 가늠할수 없을 정도로 높게 보였다. 개척밖에는 답이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개척교회는 어렵다고 말한다. 목회자도 힘들뿐 아니라 성도들도 교회를 유지가기가 버겁다고 한다. 하지만 목회자 가정이 재정적으로 자립을 이루고, 교회가 건물을 소유하지 않는 구조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목회자가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교회 건물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인다면 얼마든지 누구든 행복하게 목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은 시골에서 장사를 하셨다. 문구점과 서점을 운영하시면서 돈을 벌었고 나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자랐다. 부모님께 노동의 가치를 배웠고, 그래서인지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도 익숙하고 자연스러웠고 보람있는 일이었다. 대학시절 시골에서 감을 따다가 서울에 가져와 지하철역 앞에서 팔아보기도 하고, 남대문시장에서 방한용품을 사다가 교회 후배와 함께 노상에서 팔아보기도 하였다. 신대원에 다니면서는 교회와 학교에서 통기타 레슨을 하며 용돈을 마련했다. 신대원 졸업 후에는 '쉐어하우스 봄날'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을 위한 주거사업을 시작했고, 이 사업이 지금은 노후주택을 수리하여 활용한 단기 임대사업과 인테리어 사업으로 확장되었다. 스무살부터 신학전공을 했지만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달란트는 신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 달란트를 발견하고 개발하는 것에 신대원을 다니면서도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았다.

목사가 되어 개척을 하기까지 노동을 통해 수익을 얻고 목회자 스스로 재정적 자립을 이루는 것을 하나의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이 노동의 가치가 수익 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이라는 길을 선택했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교회 울타리를 넘어 세상속에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2022년 10월 25일 신학교를 입학하고 18년 만에 목사안수를 받았다. 현재 사역하고 있는 교회에서 파트사역자로 청소년부서 아이들을 섬기고 있다. 담임목사님과 성도님들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 덕분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일터에서 일을 하며 세상속에서 많은 이들을 만나고 있다. 아직도 일과 목회 사이에서 풀어야할 숙제가 한가득이지만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 현실을 마주하며 답을 찾아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암담한 목회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건강한 자립목회를 꿈꾸고 함께 연대하여 준비하는 목회자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최규현 대표/ 주식회사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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