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투고 ]
황명식 목사
2022년 11월 08일(화) 11:26
|
|
교회의 조명은 낡은 형광등이었기 때문에 어둡기도 했지만, 수명이 다 된 형광등을 교체하려면 5미터 높이의 천장까지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지난 2월 생각지도 않은 일이 벌어졌다. 아무런 연고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교단도 다른 감리교회의 장로님들과 권사님들이 내촌영광교회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교회 형광등을 모두 LED등으로 갈아주신 것이다. 감리교의 권혁실 장로님을 포함 한 장로 권사 여섯 분이 공사에 필요한 모든 전등을 헌물 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직접 그 높은 천장까지 올라가면서, 예배당을 비롯한 교회의 모든 전등을 교체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분들은 교단을 초월해 어려운 교회의 전등을 갈아주시는 선교 사역을 자비량으로 하시는 귀한 분들이다. 덕분에 내촌영광교회 교인들이 훨씬 밝을 환경 속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일이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조명 공사를 해 주신 분들이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사천감리교회의 조명 교체 공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사천감리교회는 두 가정이 예배드리는 작은 농촌 교회이다. 조명 공사를 하다 보니 '교회 주변에 있는 산업 폐기물 처리 등 교회 주변을 정리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우리 교회 성도들도 듣게 됐다.
|
필자를 포함해 우리 교회 성도 13명이 8월 27~28일 1박 2일 동안, 지난 2월에 받은 은혜를 갚겠다는 심정으로 힘과 정성을 다해 공사와 주변 환경 정리에 참여했다. 교회에 10년 이상 쌓인 폐기물들을 정리고, 교회 주변 정리를 깔끔하게 했다. 교회가 길가에서 보일 수 있도록 교회를 가리고 있었던 나무도 잘라냈다.
그리고 우리는 8월 28일 주일예배를 사천 감리교회 교인들과 함께 드렸다. 사천감리교회에서 드린 예배는 유튜브로 송출했기 때문에 봉사에 참여하지 못한 우리 교인들도 동시에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예배를 통해 내촌영광교회 교인들과 사천감리교회 교인들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한 형제요 자매임을 확인하는 귀한 시간이 됐다. 무엇보다 이번 일을 통해 교단을 초월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귀한 은혜이며,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번 일을 경험한 교우들은 2개월이 지난 지금도 "받은 은혜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고백하며, 작은 것 하나라도 더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지금은 지역 이웃들을 섬긴다. 봄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은혜가 지금까지 구석구석 흐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지난 여름이었다. 앞으로도 더 풍성한 은혜를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한다.
황명식 목사 / 내촌영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