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교회에 턱이 있습니까?

아직도 교회에 턱이 있습니까?

[ 현장칼럼 ]

최훈창 목사
2022년 12월 02일(금) 00:10

최훈창목사

전주 지역에는 30년 전에 장애인을 선교하기 위하여 몇몇 평신도들이 기도로 준비하고 세운 교회가 있다. 교회 이름도 중도장애인이 되신 여전도사님께서 지으셨는데 '함께하는교회'이다. 영문으로는 'together church with Jesus and Disabled' 교회명에서 나타나듯이 예수님과 장애인이 함께하는교회이다. 그런데 30년 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에 그것도 평신도들이 장애인 선교를 위한 교회를 설립 하고자 하는 기특한 생각을 했을까?

함께하는교회를 설립하신 분의 말씀에 의하면 본인이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지역 교회 예배에 참여하면서 미국교회와 크게 다른 것 중에 하나가 장애인 편의 시설이 갖춘 교회가 거의 없더라는 것이었다. 요즘은 대부분의 교회들이 건축법상으로 장애인의 접근이 편리한 구조로 되어 있으나 30년 전만 해도 우리 지역에는 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예배에 참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런 교회의 장애인 편의시설 부재로 인한 안타까운 현실을 보고 장애인들이 편하게 접근 할 수 있는 교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장애인교회 설립을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장소를 물색하는 중에 전주에는 124년 전 미국 남장로선교사들에 의해 세워진 전주예수병원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어져 있음을 알고 전주예수병원의 협조를 얻어 함께하는교회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지금은 함께하는교회가 예배를 드리던 예수병원의 건물도 사라지고 함께하는교회도 새로운 장소로 이전하여 장애인 편의 시설을 잘 갖춘 턱이 없는 교회를 건축하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30년 전 교회들은 장애인에게 전도를 하지 않았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보다 더 열정적으로 예수님의 뜻을 좇아서 모든 이들에게 특별히 사회적 약자, 소외된 분들에게 복음을 열심히 전하지 않았을까 짐작이 된다. 그런데 그 열정에 비교해서 장애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고, 자기중심적 시각 그러니까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많이 부족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 당시 장애인들이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갈 때는 다른 사람에게 업히거나, 휠체어를 이용할 경우에도 턱이 있는 교회 건물이 대부분이어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이동하게 되고 예배당 한쪽에 자리하고 예배를 드리는 장애인 당사자의 마음을 생각해 봐야 했다. 장애인이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분들의 정성도 고맙지만 매주 드리는 예배를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접근 할 수 없는 장애인의 입장은 깊이 고려 되지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 교회 앞에서 스스로 넘을 수 없는 턱을 맞게 되는 장애인 당사자의 마음을 고려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30년 전 장애인 선교를 위해 설립한 함께하는교회는 장애인 스스로 휠체어를 이용하여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턱이 없는 예배 장소를 마련 하고 장애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된 것이고, 그들이 스스로 넘지 못하는 턱을 제거해 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교회들이 물리적인 턱은 제거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남아있는 심신에 장애를 가진 분들이 넘기 어려운 턱이 무엇인지 살피는 것이 지금도 전도의 사명을 가진 교회는 계속해서 살펴야 할 것이다. 누군가가 교회를 오기 원하는데 교회에 턱이 있다면 그 턱을 제거해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 교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최훈창 목사/ 전주함께하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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